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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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서 재현 되는 PD의 모습 말고, PD가 직접 얘기하는 PD의 일은 어떨까? 직면하는 마음은? 그건 또 어떤 마음일까?

권성민 PD는 내가 표지를 보고 대번에 품은 질문에 천천히, 그러나 매우 흥미롭게 답변을 풀어간다.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독서를 통해 느끼는 재미는 ‘수많은 문장들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야’ 만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책은 많은 문장을 따라가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어렵지 않게 흥미로웠다. 이런 책을 만나서 술술 읽히는 경험을 할 때마다 이거지, 하고 쾌재를 부른다.


책 소개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콘텐츠 제작자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가이드'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내가 어떤 걸 얻어갈 수 있을지 기대보다 의심이 더 컸다. 대단한 상상력과 영감이 필요하지 않는 내 업무와는 달리 PD라는 직업은 끝없이 창의력을 요구하고, 또 누구보다 소모적/에너지나, 아이디어, 시간 등 그들이 끝없이 소진해야만 하는 모든 것들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책을 읽을 수록 나와 굉장히 비슷한 마음과 생각의 결을 갖고 있다는 게 놀라웠다.


권성민 PD가 말하는 '직면하는 마음'이라는 것은 획기적인 아이디어나 대단한 결심이 필요한 무언가가 아니라, 매일 매일 내 한계를 겸손하게 인정하되 인정에 그치지 않고 그걸 뛰어넘기 위해 작은 것이라도 노력하는 삶의 태도인 것 같다.

그 한계는 작가가 말한 것처럼 언제까지고 튼튼할 줄 알고 혹사했던 내 몸, 건강일 수도 있는 거고, 업무에서 내 약점을 /분하고 창피하더라도 인정한 뒤 안되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고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한 노력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모든 방면에 있어서 더 나아진다는 것은 지금 여기 나의 한계와 내 부족함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니까.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영감을 꼭 쥐어잡기 위해서 평소에 꾸준히 건강과 지식을 다져놓는다는 작가의 말에서 '영감'은 내 루틴과 생활 패턴에는 곧 '기회'라는 단어로 치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 삶, 내 일상, 그리고 내 태도에 호환가능한 부분이 꽤나 많았다.

작가가, 또 내가 업무의 특성을 떠나 일상을 성실하고 루틴하게 가꾸려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처럼, 내 삶에 충실하고 싶은 모두는 어느 정도 다 똑같은 결을 갖고 사는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나 다른 우리인데도 다들 ‘사람 사는 거 똑같다’고 하는 게 바로 이런 걸 가리키는 게 아닐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꽤 많은 부분에 공감하며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였고, 그렇게 내 삶의 많은 부분에 지금까지 없었던 이름을 붙일 수 있었다. 꼭 필요한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업무, ‘직면하는 마음’이라는 삶의 태도, 꾸준히 쌓고 있었던 독서량에 ‘수의근’이라는 멋진 비유와 같은.

어떤 표현은 작명에만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간다. 어른이 되는 것은 타협과 포기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약간은 비관적이고 또 냉소적으로 생각했던 내게 저자는 ‘타협하며 전진하는 태도를 연습’한다는 말로 각도를 약간 틀어 햇빛이 비추고 온기를 더한다.

그렇게 나는 책장을 덮으면서 내 일, 내 일상생활, 그리고 나아가 내 삶을 비추고 있는 내 생각과 마음에 ‘직면하는 마음’이라는 꽤 있어 보이고 또 따뜻한 이름을 스스로에게 선물해주었다.


아마 지금 당장은 이상적인 환경이 아닐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시작했다간 안 하는 것만 못한 결과를 낳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례에 비추어 보건대 그런 이상적인 순간은 영영 오지 않는다. 비루하고 궁색하더라도 결과물이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어떻게든 한 번 완성해보면 두 번째는 약간 더 할 만하다. 그때 더 괜찮은 걸 만들면 되지. 그렇게 지금 손에 쥔 것들만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래서 뭐라도 남기며 전진하는 것. 그게 이 일이 나에게 알려준 가장 중요한 태도이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체가 있다면 디디고 나아갈 수 있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p.116

우리가 뜻대로 파악하고 조율할 수 있는 것은 불수의근인 감성이나 영감이 아니라, 진짜 수의근인 대둔근이나 외복사근에 해당하는 독서량이나 식단 같은 것들일 테다. 그러니까 영감을 얻는 비결보다는 영감을 만났을 때 그걸 단단히 붙잡고 집중할 수 있는 쾌적한 몸과 환경, 그리고 거기서 여러 갈래의 가지를 쳐 나갈 수 있도록 어휘와 지식들을 쌓아놓는 것만이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의 전부 아닐까. 씨앗이 날아와 자리를 잡았을 때 충분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비옥한 토양을 다져두는 것.

… 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는 것 같다. 자전거를 잘 타려면 일단 많이 타보는게 제일 중요하다. 절대적인 양은 질을 견인한다. 요령이 없을 땐 일단 무식하게 많이 해보면 된다. 그럼 요령은 알아서 생긴다.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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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질문들 -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궁극의 물음 15
토니 로스먼 지음, 이강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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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To MY surprise 중력은 지금까지 알려진 자연의 힘 중에 가장 약한 힘이다.

그렇지만 "핵력은 원자핵 안에서만 작용하고, 천체들은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가장 약한 힘인 중력이 우주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이 된다." (p.27)

1장을 읽어내리기 시작하자마자 마주한 문장에 나는 어떻게 크리스토퍼 놀란이 논문까지 쓸 정도로 '건조한' 우주를 탐구하면서,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를 찍을 수 있었는지 대번에 이해가 갔다.

그저 '가장 약한 힘인 중력이 우주의 운명을 결정했다'라는 서술만으로도 솟구치는 낭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책을 읽다 심장이 철렁할만큼 우주에 낭만을 느낀 건 처음이 아니다.

마리아 포포바의 <진리의 발견> 속 지붕 위에 올라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하는 마리아 미첼의 모습은 떠올리기만해도 사랑스럽고, 그래서 안타깝기까지 했다.

'망원경과 함께 작은 관측 공책과 고래 기름으로 타오르는 등불을 들고' 나무 계단을 올라 지붕 위 망원경 앞에 몇 시간이고 앉아 있는 어린 마리아 미첼이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그리고 보고 싶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밤하늘에 천착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보장도, 확신도 가질 수 없는 길을 언제까지고 묵묵히 걸어간다는 것은 내 경험은 물론 내 좁은 상상력 너머의 것이었지만, 막연히 우주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커지는 걸 느꼈다. 마리아 미첼과 같이 묵묵히 자기 자신을 알아주기 만을 기다리는 우주에 언제고 자신을 내던질 준비가 된 사람들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우주에 자신을 내던진 사람 중 한 명인 이 책의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 일반 독자를 위해서 방정식 보다는 비유를 쓰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일반 독자의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범인 중의 범인인건지 이 모든 질문들을 따라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더 솔직해지자면 이렇게 글자를 좇아가는 걸 '읽는다'라고 부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고비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찾은 즐거움은 우주를 향한 저자의 사랑이 행간 사이에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부분들이었다.

팽창하는 우주를 시각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끝이 있는 고무판이 아닌 끝이 없는 고무판을 상상하라는/여전히 쉽지 않다 설명과 같이 썩 친절하진 않지만 우주에 대해 알려주고야 말겠다는 노력과 그 결과로 나타난 이 책은, 내 눈엔 우주를 향한 사랑을 고백하는 낭만이었다.

7장 <암흑 우주>에서 암흑물질의 존재를 최초로 입증한 배서 루빈은 마리아 미첼의 전기를 읽고 '여자도 천문학자가 될 수 있다'는 인생을 뒤바꾸는 깨달음을 얻었던 사람이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마리아 미첼의 발견과 그녀의 삶은 누군가에게는 낭만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빅뱅의 질문들'은 내 삶과 한 점 맞닿은 곳 없고 여전히 어렵기만하지만,

그래서 그 자체로 내게는 낭만이고 다른 독자들에게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빅뱅의질문들, #토니로스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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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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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하트부터 시작해서 K로 시작하는 온갖 명명법이 징그럽도록 싫어진 건 'MZ세대'라는 단어처럼 알파벳에 문화현상을 구겨넣어 얄팍하고 납작하게 만드려는 시도가 지겨워졌을 때부터였다.

현 세대에 대한 진단이랍시고 쏟아진 각종 ‘분석’은 알러지 반응처럼 으레 ‘뭐돼?’라는 반응을 불러오기 일수였지만 이 책은 달랐다.

밈에 잔뜩 절여진 이 책은 순간순간 그저 트위터 밈을 문헌으로 옮겨온, 밈 장아찌를 담근 장독대 같기도 하지만,

내가 보고 들은 이야기들, 그리고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들을 박제한 목격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충실한 목격자와 기록자가 아니라, 끊임 없이 재생산하고 정신 없이 향유하는 당사자가 스스로에게 내리는 진단은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영원히 실향민 신세다. 종교, 국가, 지역, 가족 내 역할, 섹슈얼리티, 평생 직장처럼 인류가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정체성의 기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건 자유라기보다 의미의 상실이라는 고통을 주는 쪽에 가깝다고들 말한다. 이런 정체성을 개인들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이 문제를 대부분 소비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스마트하고 힙한 일잘러 정체성을 갖고 싶다면 맥북을, 보다 힙해지고 싶다면 그 본체에 스투시나 슈프림 브랜드 로고 스티커를, 친환경주의자 정체성을 달고 싶다면 ‘선한 영향력’을 내세우는 북극곰 캐릭터 키링을 달아주는 식으로 말이다.

… 그리고 이 정체성 소비의 핵심은 ‘이미지’다. 인스타그래머블 이미지는 단지 세련되고 특이한 비주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 그러다 보니 패스트패션처럼 정체성도 패스트 정체성이 되어버렸다.

<#좋아요>, p.205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모든 현상을 동시에 향유하고 있는 사람은 아마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의 모든 내용에서 ‘나’를 찾을 순 없지만 공감할 수 있고, 이 책에 나열된 모든 것을 내가 하고 있진 않지만 이해는 간다. 오히려 온통 내가 아니라, 나의 일부가 여기 있기에 더 마음이 갔다. 아는 맛 사이의 모르는 맛이 더 흥미로운 것처럼.

그래서 MZ세대라는 명명법에 갇혀서 이렇게나 다른 사람들을/우리를 설명하려는 헛된 시도보다는, 장르는 다르지만 중독을 사랑하는 세대로 호명하는 것이 훨씬 더 마음에 와닿는다.

어떤 교집합에서는 필연적으로 외집단일 수 밖에 없는, 늘 내가 어느 만치 비주류라고 느끼는, 단어 하나로는 절대 묶을 수도 담아낼 수도 없는 지금 여기 우리는 그 어떤 세대보다도 중독을 사랑한다.

그게 MZ세대라는 좁고 갑갑한 명명법에서 놓친, 지금 이 시간을 통과하고 있는 우리의 느슨하지만 가장 강력한 공통점일 것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우리는중독을사랑해, #도우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우리는 영원히 실향민 신세다. 종교, 국가, 지역, 가족 내 역할, 섹슈얼리티, 평생 직장처럼 인류가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정체성의 기반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건 자유라기보다 의미의 상실이라는 고통을 주는 쪽에 가깝다고들 말한다. 이런 정체성을 개인들이 알아서 챙겨야 하는 문제가 되었다. 현대인들은 이 문제를 대부분 소비를 통해서 해결하고 있다. 스마트하고 힙한 일잘러 정체성을 갖고 싶다면 맥북을, 보다 힙해지고 싶다면 그 본체에 스투시나 슈프림 브랜드 로고 스티커를, 친환경주의자 정체성을 달고 싶다면 ‘선한 영향력’을 내세우는 북극곰 캐릭터 키링을 달아주는 식으로 말이다.

… 그리고 이 정체성 소비의 핵심은 ‘이미지’다. 인스타그래머블 이미지는 단지 세련되고 특이한 비주얼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규정해주는 역할을 한다. … 그러다 보니 패스트패션처럼 정체성도 패스트 정체성이 되어버렸다.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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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가장 불쾌한 감정의 힘에 대하여
다니엘 핑크 지음, 김명철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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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나는 자주 내 행동과 언행을 곱씹는다.

이러지 말걸, 저러지 말걸. 이렇게 할걸, 저렇게 할걸. 후회는 끊임 없이 꼬리를 문다.

조건반사처럼 하루를 되돌아보면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후회를 우리는 항상 나쁜 것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후회하는 것을 또 후회한다!

뒤돌아 보지 않는 것, 후회할 시간에 자리에서 일어나 뭐라도 하고 보는 것. 그것이 최고의 미덕이라고 하는 사회에서 다니엘 핑크는 제대로 후회하는 법을 얘기한다.



서문만 읽어도 맞는 말 투성이다. 내 잘못을 돌아봐야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열쇠는 과거에 숨어있다.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기어이 오르페우스를 돌아본 에우리디케처럼 되돌아보고, 반추하고, 곱씹고, 후회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라면 후회하지 말라고 윽박지를 시간에 제대로 후회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낫다.

다니엘 핑크는 후회를 드러내고, 후회와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재구성하고, 그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이후의 결정을 새롭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후회의 끝에 항상 엄청난 자기혐오만 남는 내게는 자기연민의 단계가 꼭 필요한 부분이었다.

누구보다도 스스로에게 가혹하단걸 잘 알면서도 왜 남들한테 하듯이 따뜻하게 날 바라볼 수는 없는지, ‘자기자비’는 작년부터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이었다. 그렇지만 항상 스스로를 매섭게 몰아세우는 걸로 모든 회상과 회고를 맺어왔었다.

침대에 누워서 눈을 감고 있으면 괴로운 생각을 하다 잠드는 밤이 훨씬 더 많았고, 후회를 드러낸 뒤에는 자기연민의 과정을 뛰어넘어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만 했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최소한의 친절로 나를, 내 실수를, 내 과거를 대하는 연습을 앞으로 의식적으로 해보려고 한다.



“감정은 생각을 위한 것이고, 생각은 행동을 위한 것이다.”

내 감정의 화살표가 날카롭게 나를 가리키기만 하지 않고 더 나은 나를 위한 행동으로 나아가길.

이번에는 책장을 덮으면서 이전보다 더 단단한 다짐을 했다. 기도와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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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저벨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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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라는 장르는 어떻게 사람들을 매혹시킬까?

듀나의 연작소설을 읽는 내내 아, 이래서 내가 SF소설을 읽지, 하며 납득당했다.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설정들을 숨 가쁘게 쏟아내면서 속도감 있게 달리는 <로즈 셀라비>가 연작소설에 수록된 첫 단편인건, 듀나의 SF소설에 기꺼이 승선할 수 있도록 독자에게 손을 내미는 배치였다.

MBTI 유형이 S인 나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엄청난 상상력에 기꺼이 몸을 맡기면서, 작가가 마련해놓은 세계에 정신 없이 빠지는 와중에도 내가 SF소설에 기대하는 건 비단 기발한 상상력과 능수능란하게 직조한 허구뿐만이 아니라 익숙하면서도 늘 새로운 인간 본성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 처음보는 별에 떨어져도, 곰돌이가 선장인 우주선에 탑승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인간의 사고와 본성일 것이다.

그래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도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SF소설의 매력아닐까.

다만 작가 본인마저도 온갖 서구적 설정과 작명이 가득한 글 사이에서 한국형SF에 대한 갈증과 또 약간의 회의를 품고 있었던 것에서 최근 몇년간 왜 김초엽이 한국SF를 대표하는 얼굴로 떠오를 수 있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전작의 설정에 기대어 작가가 빚어낸 세계에 대해 썩 친절한 설명을 붙이지 않아,

몰입의 순간마다 떠오르는 물음표에 발이 턱턱 걸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고.

그렇지만 이왕 제저벨에 승선했으니 다음에는 브로콜리 평원으로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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