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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질문들 -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궁극의 물음 15
토니 로스먼 지음, 이강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평점 :
놀랍게도To MY surprise 중력은 지금까지 알려진 자연의 힘 중에 가장 약한 힘이다.
그렇지만 "핵력은 원자핵 안에서만 작용하고, 천체들은 전기적으로 중성이기 때문에 가장 약한 힘인 중력이 우주의 운명을 결정하는 힘이 된다." (p.27)
1장을 읽어내리기 시작하자마자 마주한 문장에 나는 어떻게 크리스토퍼 놀란이 논문까지 쓸 정도로 '건조한' 우주를 탐구하면서, <인터스텔라> 같은 영화를 찍을 수 있었는지 대번에 이해가 갔다.
그저 '가장 약한 힘인 중력이 우주의 운명을 결정했다'라는 서술만으로도 솟구치는 낭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사실 이렇게 책을 읽다 심장이 철렁할만큼 우주에 낭만을 느낀 건 처음이 아니다.
마리아 포포바의 <진리의 발견> 속 지붕 위에 올라 망원경으로 하늘을 관찰하는 마리아 미첼의 모습은 떠올리기만해도 사랑스럽고, 그래서 안타깝기까지 했다.
'망원경과 함께 작은 관측 공책과 고래 기름으로 타오르는 등불을 들고' 나무 계단을 올라 지붕 위 망원경 앞에 몇 시간이고 앉아 있는 어린 마리아 미첼이 도대체 무엇을 보았기에 그리고 보고 싶기에 그렇게 오랜 시간을 밤하늘에 천착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런 보장도, 확신도 가질 수 없는 길을 언제까지고 묵묵히 걸어간다는 것은 내 경험은 물론 내 좁은 상상력 너머의 것이었지만, 막연히 우주에 대한 애정이 조금씩 커지는 걸 느꼈다. 마리아 미첼과 같이 묵묵히 자기 자신을 알아주기 만을 기다리는 우주에 언제고 자신을 내던질 준비가 된 사람들 때문에.
그리고 그렇게 우주에 자신을 내던진 사람 중 한 명인 이 책의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 일반 독자를 위해서 방정식 보다는 비유를 쓰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일반 독자의 범주에도 속하지 못하는 범인 중의 범인인건지 이 모든 질문들을 따라가는 게 쉽지는 않았다.
더 솔직해지자면 이렇게 글자를 좇아가는 걸 '읽는다'라고 부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고비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찾은 즐거움은 우주를 향한 저자의 사랑이 행간 사이에 삐죽삐죽 튀어나오는 부분들이었다.
팽창하는 우주를 시각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을 위해 끝이 있는 고무판이 아닌 끝이 없는 고무판을 상상하라는/여전히 쉽지 않다 설명과 같이 썩 친절하진 않지만 우주에 대해 알려주고야 말겠다는 노력과 그 결과로 나타난 이 책은, 내 눈엔 우주를 향한 사랑을 고백하는 낭만이었다.
7장 <암흑 우주>에서 암흑물질의 존재를 최초로 입증한 배서 루빈은 마리아 미첼의 전기를 읽고 '여자도 천문학자가 될 수 있다'는 인생을 뒤바꾸는 깨달음을 얻었던 사람이다.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마리아 미첼의 발견과 그녀의 삶은 누군가에게는 낭만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빅뱅의 질문들'은 내 삶과 한 점 맞닿은 곳 없고 여전히 어렵기만하지만,
그래서 그 자체로 내게는 낭만이고 다른 독자들에게도 그럴 것이라 믿는다.
#빅뱅의질문들, #토니로스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