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저벨
듀나 지음 / 네오픽션 / 202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SF라는 장르는 어떻게 사람들을 매혹시킬까?

듀나의 연작소설을 읽는 내내 아, 이래서 내가 SF소설을 읽지, 하며 납득당했다.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설정들을 숨 가쁘게 쏟아내면서 속도감 있게 달리는 <로즈 셀라비>가 연작소설에 수록된 첫 단편인건, 듀나의 SF소설에 기꺼이 승선할 수 있도록 독자에게 손을 내미는 배치였다.

MBTI 유형이 S인 나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엄청난 상상력에 기꺼이 몸을 맡기면서, 작가가 마련해놓은 세계에 정신 없이 빠지는 와중에도 내가 SF소설에 기대하는 건 비단 기발한 상상력과 능수능란하게 직조한 허구뿐만이 아니라 익숙하면서도 늘 새로운 인간 본성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전 처음보는 별에 떨어져도, 곰돌이가 선장인 우주선에 탑승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인간의 사고와 본성일 것이다.

그래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단순한 질문에도 순식간에 빠져들게 하는 것이 SF소설의 매력아닐까.

다만 작가 본인마저도 온갖 서구적 설정과 작명이 가득한 글 사이에서 한국형SF에 대한 갈증과 또 약간의 회의를 품고 있었던 것에서 최근 몇년간 왜 김초엽이 한국SF를 대표하는 얼굴로 떠오를 수 있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전작의 설정에 기대어 작가가 빚어낸 세계에 대해 썩 친절한 설명을 붙이지 않아,

몰입의 순간마다 떠오르는 물음표에 발이 턱턱 걸리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었고.

그렇지만 이왕 제저벨에 승선했으니 다음에는 브로콜리 평원으로 떠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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