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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평점 :
새해라서 사주를 본다는 친구, 일이 잘 안풀릴 때면 신점을 보러 가는 친구들이 주위에 수두룩한데도 난 한번도 점을 본 적이 없다.
점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미신을 멀리해서가 아니라, 종교를 가진 사람으로서 그 힘을 믿고 또 알기에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에 내가 얼마나 많은 힘과 권위를 부여할지 내 자신을 알기 때문에 가볍운 마음으로라도 점 비슷한 것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내게 무당은 누구보다도 신비로운 사람이었다.
초월적인 존재 바로 가까이에 있는 사람, 그래서 나와는 정말 먼 사람.
하지만 저자가 비건을 지향하는 사람으로서, 인간만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으로 희생된 동물에게까지 마음을 쓰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서 내 마음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졌다. 이렇듯 저자는 '무당이 길흉화복을 점치는 사람이기 이전에 지구와 이웃을 돌보는 존재'라고 말한다.
저자가 만난 무당들 역시 무당이라는 단어 하나로 묶어 말하는 게 망설여질 정도로 각자의 지향과 신념이 확고했지만, 다른 존재의 아픔과슬픔에 기꺼이 공명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같았다.
특히 연대를 ‘책임지는 일’로, 무당을 ‘함께 우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무당 무무의 인터뷰에는 포스트잇을 페이지 마다 덕지덕지 붙일 정도로 마음이 쏠렸다. 무당 무무의 마음 가짐은 비단 무당만이 아니라, 모두와 더불어 사는 사회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응당 가져야 하는 마음 가짐이었다.
무당이라면 이래야 한다, 혹은 이러지 말아야 한다와 같은 내 마음 속에 있는 가치 판단/주로 미디어에서 재현된 이미지에 기인한을 내려놓고, 무당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 보면 이제 더이상 무당이 신비롭지 않다.
책 한장 한장을 넘길 때마다 이 책이 무당을 만나러 간 인터뷰가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느껴졌다.
이제는 무당이 하는 일의 본질이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기꺼이 그 다른 사람의 아픔을 내 것으로 기꺼이 껴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만이 아닌, 나와 다른 존재와 그 너머에까지 마음을 쓰는/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나와 그렇게 다른 사람이 아니란 것 또한 안다.
책장을 덮는 나는, 무당이 나와는 정반대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예전의 나보다 무당에 훨씬 가까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