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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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의 <파친코>가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말에 영상화 되기 전에 허겁지겁 읽었듯이,

나도 몰랐던 국뽕을, 평소에 너무 당연해서 의식하고 있지 않았던 나의 국적을 이렇게 역수입된 한국 배경 소설을 읽을 때마다 깨닫는다.

Linda Sue Park의 <When my name was Keoko>를 버스 안에서도 놓을 수 없었던 나는 여전히 조 메노스키의 <킹 세종 더 그레이트>가 궁금했고, 당연히 허주은의 <사라진 소녀들의 숲>을 읽게 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만난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400쪽이라는 두께가 무색할 만큼 책장이 휙휙 넘어갈 만큼 흡입력 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절반을 순식간에 읽을 정도였으니까.

'역수입'했다는 것을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제주도 사투리를 정성스럽게 옮긴 역자의 공도 있었을 것이다 제주도의 자연과 풍광이 펼쳐지자 눈 앞이 바로 제주 같았다.

고려의 공녀 제도라는 사회를 관통하는 큰 줄기부터 사회과부도에서 보았던 정낭같은 세심한 디테일까지, 작가가 제주를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껴졌다.

특히 댕기머리 탐정인 주인공 민환이와 민월매 자매는 오랜 시간 떨어져 지냈던 작가 본인의 자매를 투영하여 읽는 내게도 소설 속 인물 그 이상으로 더 각별하게 다가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굳이 빌려오지 않아도, 잘 만들어진 이야기가 사랑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나는 <사라진 소녀들의 숲>이 거둔 성공에서 과거를 배경으로 하는 또 다른 한국 여성 서사 소설의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더 '국뽕'에 차서 읽었다.

이 작품이 제주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그렇게 큰 사랑을 받았다면, 억울하게 죽은 여인들의 죽음 뒤의 이야기를 좇았던 유품정리사 화연의 이야기를 그렸던 정명섭의 <유품정리사: 연꽃 죽음의 비밀>도 충분히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사랑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으니까.

꾸준히 조선을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을 쓰고 있는 저자의 작품이 한국에 지속적으로 소개되어

민씨 자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작가가 먼 땅에서 정성스럽게 길어올린 이야기들이 더 멀리, 더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길 바란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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