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력 없이 지속되는 사랑은 없다. 대상이 어떤 것이든.
책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취미들을 만난 데다, 연말연초에 잦은 약속과 여행이 맞물려 책 읽을 시간을 내기 어려운 건 물론 그럴 마음도 쉽게 서지 않아서 책을 향한 사랑이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했다. '책태기'가 온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이 없는 건 아니지만 독서보다 하고 싶은, 해야만 하는 일들이 앞서다 보니 결국 작년에는 100권도 채 읽지 못했다.
그런 스스로를 자책하다 보니 책장을 여는 마음이 더 무거워지고, 그래서 책을 멀리하는 악순환이 계속 되던 때에 올해 첫 책으로 이 작품을 만났다.
머릿글부터 문학에 대한 사랑을 통해 지금 여기 나의 삶에 대한 사랑을 절절히 고백하는 저자의 글에, 책을 읽고 있는 데도 작가가 소개하는 책을 읽으러 달려가고 싶었다.
내가 설명할 수 없는 책을 사랑하는 이유가 여기 담겨 있었기에, ‘내가 이래서 책을 읽지’라는 생각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특히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 로마 신화부터 시작해 북유럽 신화까지 푹 빠져있었기에 프로메테우스를 향한 작가의 따뜻한 시선은 책장을 덮어도 계속 떠오를 만큼 내 마음에 박혔다. 인간에게 불을 내어주는 댓가로 영원히 간을 쪼아먹히는 고통을 받게 된 프로메테우스가 끝없는 고통의 피해자가 아닌,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여리고 약한 것 - 인간 - 을 향한 사랑을 선택한 휴머니스트일 줄이야.
간을 쪼이는 고통까지는 아녀도 수많은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지구를, 자기 자신을 위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작은 것들을 사랑하고 돌보는 모든 사람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아닐까?
어쩌면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사랑을 위해 프로메테우스가 되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작가의 눈을 빌려 문학을 만나며 좋아하는 작품들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됐고, 처음 알게 된 작품들은 지금 당장 읽고 싶어질 정도로 갈급한 독서 욕구를 느꼈다. 작가가 내 몫의 '노력'을 대신 해준 덕분에, 읽기만 해도 고스란히 전해진 그 사랑 덕분에 퇴근길에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그리고 읽고 싶었던 책을 마음껏 꺼내 훑어보고, 대출권수에 맞추어 어떤 책을 빌릴지 즐거운 고민을 하는 행복을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