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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파는 아이, 곡비 - 제29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고학년 책장
김연진 지음, 국민지 그림 / 오늘책 / 2022년 8월
평점 :

과거 장례를 치를 때 대신 울어주던 사람이 있었다. 그들을 '곡비'라고 한다. 곡비라는 존재에 대해 몰랐다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의 이름은 '아이'이다. 태어나던 날 아버지가 죽어 슬픔에 잠긴 어머니는 아이를 그냥 '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어머니는 곡비라, 아이도 어머니를 따라 곡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이는 다른 사람을 위해 울어줄 만큼 스스로 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곡비의 딸이라 눈물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기 싫어 눈물을 참고 살다 보니 눈물이 말라버린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대감집에 곡비 일을 하러 갔다 오생이라는 도련님을 만나게 된다. 오생은 대감님의 손자인데, 대감님이 자신의 할아버지는 맞지만 자신은 그분의 손자가 아니라는 말을 한다. 왜 그런 말을 한 것일까? 바로 오생의 아버지가 팽형이라는 벌을 받아 살아도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채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오생 또한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존재가 아닌 채로 살아나가야 한다. 할아버지가 있지만 할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죽은 존재처럼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아이와 아이의 단짝 친구인 부엉이는 이런 오생과 우정을 나누게 된다. 서로가 놓인 상황과 처지에 대해 이해하고 수용하게 된다. 그러던 중 어떤 선비와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들은 나이, 신분을 뛰어넘어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다.
이 책은 초등학생이 읽어도 좋지만, 성인이 읽기에도 충분히 좋은 책이다. 이 사회는 왠지 모르게 눈물을 억압하는 느낌이다. 울면 지는 것 같고, 울면 나쁜 것 같다. 하지만 눈물이 감정 해소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두 알 것이다. 복잡했던 심정도 한바탕 울고 나면 정리가 되곤 한다. 이처럼 감정 표현을 억누르는 상황에서 그것을 표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개운함과 그 과정을 함께해 줄 친구들이 있다는 따스함을 모두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울어라, 눈물이 있는 인생을 썩지 않을 것이니! 이 책에 등장하는 문장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마음속 노여움, 슬픔, 화 모두 털어내서 울고 나면 내 마음이 썩지 않고 건강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나도 읽으며 감정을 표현한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친구와 감정을 나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