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후 집으로 들어설 때면 한숨이 나오곤 한다.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물건들. 정리가 되어 있다 해도 조금 나은 정도지 만족할 만큼 깔끔하지 않다. 그동안 내가(다름 아닌 내가) 사들인 물건들 때문이다. 현관에 놓여있는 많은 신발들, 책장에 꽂혀 있는 수많은 책들, 옷장에 걸려 있는 입지 않는 옷들, 서랍에 가득 차 있는 수건들 등등. 내 주위에 가득 채워져 있는 종류도 다양한 여러 물건들을 싹 다 비우고 깔끔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겠지. 미니멀라이프에 관련된 여러 책들이 출간되고, 인기를 끌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비우면 불편할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비우고 나니 만족감이 커진다는 사실은 모두가 아는 것일 테다. 그럼에도 나는 왜 비우지 못하는가. 나는 왜 다 이고 지고 살아나가는가.
이 책은 기존의 미니멀라이프를 소개하거나 그 방법을 안내하는 책들과 결이 조금 다르다. 작가는 코로나 시대에 무인도에서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정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고민 후 하루에 1개씩만 들이는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보통 비우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과 다른 점이다. 채우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니! 그렇게 해서 이불, 칫솔, 운동화, 목욕 타월, 후드원피스 순서대로 물건을 하나씩 채워간다. 하루에 한 가지의 물건만 선택할 수 있으니 선택에 고민이 생기고 그 고민의 시간만큼 저자는 물건을 애정 하게 된다. 가끔은 필요보다는 기분을 위해, 즉 나를 위한다는 기분을 느끼기 위해 물건을 선택하고, 모순적일 수 있지만 그런 선택에 더 큰 만족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부분에서 약간의 깨달음이 있었다. 물건을 단순히 소유하고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지만 어쩌면 제대로 된 소비는 나의 기분을 얼마나 좋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사용하면서 기분이 좋아진다면 더 아껴서 사용하게 되고, 더 오래 사용하게 되니 말이다.
나는 물건을 구매하면서 얼마나 고민을 하는지 돌아봤다. 정말 필요한 물건인지에 대한 대답은 대부분 '그렇다'였는데, 정말 그랬을까? 대체할 만한 것이 정녕 없었을까? 고민한 시간만큼 구매한 물건에 만족했을까? 물건의 만족도를 따져보긴 했는지 의문일 정도로 빠르게 구매하고 빠르게 소비하고 그만큼 빠르게 쌓아두게 된다. 숟가락도 사이즈별로 다양하고, 양말도 색깔별로 다양하다. 조금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줄일 수 있는 물건들도 귀찮음을 이유로 다양하게 구비하고 산다. 그렇게 편리해진 것 같지만 그만큼 나의 시간은 끊어져 나가는 것 같기도 하다. 오히려 의미 있는 물건 한두 가지를 아끼며 뜻깊게 사용하는 게 나의 시간과 생활을 풍요롭게 한다는 걸 책을 읽으며 느꼈다. 저자에겐 의미 있던 물건 목록이 나에겐 그렇지 않아서 조금 의아한 페이지도 있었지만, 미니멀라이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던져주는 신선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