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달콤한 기분 다산어린이문학
김혜정 지음, 무디 그림 / 다산어린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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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자마자 제목이 주는 기분부터 달콤했다. ‘내일은 달콤한 기분’이라는 말은 단순히 행복을 약속하는 문장이 아니라, 오늘보다 한 걸음 나아갈 용기를 암시하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김혜정 작가의 작품을 여러 번 읽어온 입장에서, 이번 책은 그중에서도 가장 따뜻하고 현실적인 성장 이야기였다.

이야기는 열두 살 예서와 친구들이 새로 생긴 ‘에그에그’ 가게에서 환상적인 맛의 에그타르트를 먹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처음 맛본 그 달콤함은 단순한 간식의 맛이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속에 불씨처럼 남는 ‘무언가를 향한 동경’이었다. 가게 주인 언니가 “이건 마카오에서 배운 레시피예요. 거기엔 더 맛있는 에그타르트가 있죠.”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들의 세계는 한순간에 넓어졌다. 그날 이후, 네 친구는 입을 모아 외친다. “우리 마카오에 가자!”

처음에는 웃고 넘길 법한 아이들의 꿈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곧 진지하게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다. 비행기 값, 숙박비, 식비, 교통비까지 계산하고, 70만 원이라는 목표 금액을 정한다. 어른의 눈으로 보면 허황돼 보이지만, 아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방학 동안 인삼밭에서 잡초를 뽑고, 김장 일을 돕고, 방울토마토를 따며 땀 흘려 번 돈을 한 푼 한 푼 모은다. 그 과정에서 다투기도 하고,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결국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마음이 그들을 다시 이어준다.

읽는 내내 ‘꿈’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꿈을 목표나 직업으로만 한정하지만, 아이들에게 꿈은 세상을 향해 마음을 여는 첫 번째 움직임이다. 예서와 친구들의 마카오 여행은 사실 단순한 여행이 아니다. 그들은 돈의 가치, 노동의 의미, 친구와의 관계, 부모의 마음까지 배워나간다. 그렇게 ‘달콤한 내일’을 향해 조금씩 자라난다.

책 속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아이들이 첫 알바비를 손에 쥐는 순간이었다. 실패가 두렵지 않은 나이, 그러나 그 안에서도 책임을 배우는 나이. 김혜정 작가는 그 미묘한 경계를 너무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것 같다.

작가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예서에게 투영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작가가 되겠다는 꿈을 ‘헛된 희망’이라며 말렸던 어른들의 조언, 그리고 그 말을 듣지 않고 묵묵히 글을 써온 어린 김혜정의 모습은 지금의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꿈이 크지 않아도 괜찮고 세상이 뭐라고 하든 스스로의 열정을 믿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책 전반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고 해야 할까.

읽다 보면 아이들의 계획이 무모하게 느껴지다가도, 그 안의 진심이 진실되서 어느새 응원하게 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쩌면 ‘달콤한 내일’을 의심하기 시작하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예서와 친구들의 순수한 추진력을 더 응원하게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야기는 뻔한 결말로 끝나지 않는다. 마카오 여행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고, 아이들의 모험도 계속된다. 그러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에그타르트를 향한 단순한 바람이 결국 자신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보는 눈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일은 달콤한 기분>은 어른 독자에게는 잊고 있던 예전의 첫 마음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에게는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는 성장 동화 같다. 달콤한 향으로 시작해 단단한 메시지로 마무리되는 이 작품은,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성장의 기록이 되리라 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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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살롱 1 - 수상한 마녀의 미용실 시크릿 살롱 1
신현정 지음, 모차 그림 / 보랏빛소어린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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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무지갯빛 머리칼을 가진 마녀와 환상적인 미용실 풍경이었다. 반짝이는 거울, 공중에 둥실 떠 있는 마법의 가위, 그리고 말하는 고양이 달콤까지. 한 장면 한 장면이 눈부셔서 단순히 동화를 읽는다는 느낌보다 애니메이션 속으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 책은 마냥 화려한 판타지만이 아니라, ‘감정’이라는 섬세한 주제를 다루는 따뜻한 성장 동화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마녀 ‘살룬’이 운영하는 미용실 ‘시크릿 살롱’이 있다. 겉보기엔 평범한 골목의 작은 미용실이지만, 이곳에서는 머리카락을 자르면 마음속 감정이 보석처럼 드러난다. 손님들은 ‘없애고 싶은 감정’을 내놓는 대신 원하는 소원을 이룰 수 있다. 부끄러움을 없애고 싶은 은석이, 외로움을 지우고 싶은 서윤이, 질투로 괴로워하는 혜수는 그렇게 마녀와 거래를 하게 된다. 감정이 사라진 자리에는 잠시 후련함이 찾아오지만, 곧 예상치 못한 결과가 뒤따른다. 아이들은 비로소 깨닫게 된다. 감정은 없애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이루는 한 조각이라는 사실을.

책을 읽는 내내 공감 되는 부분이 많았다. 아이들이 겪는 감정의 이름들은 사실 어른이 된 지금도 낯설지 않았다. 부끄러움, 외로움, 질투심, 두려움, 걱정 같은 감정들은 나 역시 자주 마주하는 마음의 그림자였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그 감정을 버리고 후회하는 과정이 낯설지 않았다. 감정을 외면한 채 살아가던 순간들, 불편한 마음을 덮어두던 내 모습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시크릿 살롱>이 인상 깊은 이유는, 감정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흔히 부정적이라 여기는 감정들조차 사실은 삶을 단단하게 만드는 중요한 부분임을 보여주었다. 누군가를 질투하는 마음은 사랑하고 싶은 마음의 또 다른 표현일 수 있고, 부끄러움은 성장의 시작점일 수도 있다. 책 속 마녀 살룬의 말처럼 “감정이란 모두 다 필요하기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메시지가 마음에 오래 남았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표현의 섬세함이다. 마녀의 미용실 장면마다 색감이 몽환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감정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장면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했다. 아이의 눈에는 신비롭고 재미있는 판타지로 비칠 것이고, 어른의 눈에는 상징과 은유가 가득한 감정의 공간으로 다가왔다. 그림 또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들어 주어, 아이들이 감정의 변화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돕고 있었다.

이 책은 초등 고학년을 위한 동화지만, 단순히 어린이용으로 한정하기엔 아까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이나 인물의 내면 묘사가 섬세해서, 부모가 함께 읽으면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시크릿 살롱>은 감정을 지워버리는 대신, 그 감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가는 이야기다. 마녀와의 거래를 통해 감정을 잃은 아이들이 겪는 변화를 보며, 진짜 용기란 불편한 감정까지 껴안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단순한 판타지가 아니라 ‘감정 성장 동화’라 불러도 좋을 듯했다.

요즘 아이들은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감추는 법을 먼저 배우는 시대에 살고 있는 듯 하다. 감정의 이름을 하나하나 붙이고, 그 감정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과정이 이 책 속에 녹아 있다. 마법 같은 이야기 속에서 결국 아이들은 자신을 조금 더 이해하고, 독자 역시 ‘진짜 나다움’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판타지 이야기 속에서 결국 마주한 것은, 우리가 모두 품고 사는 평범한 감정들이었다. 그 감정들을 소중히 다루는 법을 배우게 하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힘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나는 이 책을 초등 고학년 이상의 아이와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다. 아이와 함께 감정의 색깔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준 작품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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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슈타인 박사의 냥냥 호기심 펀치 5 : 수학이 궁금해 캣슈타인 박사의 냥냥 호기심 펀치 5
윌리엄 포터 지음, 리처드 왓슨 그림, 정지현 옮김, DEEP 교수학습개발연구소 감수 / 아이스크림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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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아이들에게 유독 어렵고 낯설게 느껴지는 과목이다. (나도 어렸을 때 그랬고.) 숫자만 봐도 머리가 아프고 문제집만 펴면 한숨부터 나온다. (나만 그랬나.) 그래서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수학을 재미있게?’ 하는 반신반의한 마음이 들었는데, 막상 펼쳐보니 그런 걱정이 무색해질 만큼 흥미로운 내용이 가득했다. 고양이 박사 ‘캣슈타인’과 햄스터 조수 ‘햄릿’이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수학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데, 딱딱한 정의나 공식 대신, 아이들이 실제로 궁금해할 만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읽다 보면 재밌어서 낄낄 웃게 된다.

책은 ‘10억은 얼마나 클까?’, ‘원의 시작은 어디일까?’, ‘암호는 어떻게 만들까?’ 같은 여러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들을 통해 '자리값’, ‘원주율’, ‘패턴과 암호화’ 같은 수학의 기본 원리를 알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해 스스로 사고하게 만드는 방식이라고 해야 할까.

무엇보다 이 시리즈의 장점은 ‘만화와 설명글의 균형’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학습만화처럼 웃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끝나면 짧지만 명료한 설명이 이어져 개념이 한 번 더 정리해 준다. ‘거듭제곱’, ‘제곱근’, ‘피타고라스의 정리’, ‘수열’처럼 초등학생에게는 낯선 단어도 그림과 대화 속에서는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책 곳곳에는 ‘냥냥 호기심 퀴즈’나 ‘선 이어 그리기’ 같은 활동도 포함되어 있는데 문제를 푸는 느낌보다는 놀이처럼 즐길 수 있어서 긴 글을 싫어하는 아이들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활동해 볼 수 있다. 그림으로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이 많아 수학 문해력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눈

이 책을 읽고 나니 같은 시리즈의 다른 권들도 궁금해졌다. 과학, 우주, 인체, 물리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캣슈타인 박사의 냥냥 호기심 펀치’ 시리즈는 단순히 지식을 쌓는 책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주변 세상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이 사라지면 배움의 즐거움도 줄어든다는데 이 책은 그 호기심을 되살리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선뜻 먼저 선택하기 보다는 엄마의 선택을 믿고 읽어보라고 권했는데 다행히 재미있게 읽어줬다. 물리나 수학 등 아이들이 꺼려할 주제들도 재미있는 만화를 통해 접하다 보면 조금은 친근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찾아서 권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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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고 싶어 - 꿈과 진로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하는 ‘드림컴트루 실천북’
김태연 지음, 주유소 그림 / 체인지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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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드는 책. 아이도 어른도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게 아닐까 싶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말이다. (물론 여기에 경제적 안정까지 이룬다면 소원이 없겠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모르겠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다. 요즘 아이들은 더더욱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단 느낌을 받는데 아무래도 공부, 친구, 학원으로 꽉 찬 하루 속에서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볼 틈이 없기 때문 아닐까 싶다.

이 책은 28년간 청소년 진로 상담을 해온 김태연 선생님이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쓴 진로 안내서다. 단순히 직업 정보를 나열하는 책이 아니라,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아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완벽한 답보다 나만의 길을 찾아가자'는 메시지를 준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지금 네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고 말한다. 아이가 어떤 일을 좋아하고, 어떤 상황에서 힘을 얻는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만든다고 해야 할까.

책의 구성은 총 여섯 장으로 되어 있는데, 각 장마다 아이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 담겨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꿈이 없어요', '부모님 기대가 부담돼요' 같은 말들이 등장하는데 아이에게서 다 들어봤던 말들이라 약간 소름이었다. 아이 또한 이 문장들을 읽으며 자신과 똑같다고 공감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꿈이 많아도 괜찮다’는 조언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일찍부터 하나의 꿈을 정하고 그 꿈에 필요한 과정을 밟아나가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상황이라 더 그런 것 같다. 다양한 경험이 결국 나만의 길을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AI 시대의 진로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다루는데,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사라지는 직업이 많다는 불안한 소식 속에서도, 저자는 기술이 바뀌어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있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기술 습득보다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점에 크게 공감했다.

책 속에는 구체적인 실천 방법도 다양하게 담겨 있는데 ‘태연쌤의 진로 코멘트’나 ‘내 마음 쓰기’ 코너는 읽는 아이가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보게 만든다. 나를 이해하고,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글로 써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책을 읽은 후 아이는 여러 직업에 대해 새롭게 흥미를 보였다. 이전에는 어떤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할 지 모르겠다고 했었는데, 이제는 단순히 직업을 대하는 게 아니라 그 직업의 가치와 자신의 적성을 연결해서 생각해보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진로를 정하지 못해 불안한 아이에게는 여러 다양한 상황을, 아이의 불안 앞에서 조급한 부모에게는 여유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진로를 생각해 보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는 방법을 생각해 보게 해준 점이 가장 큰 이점이라고 생각되는 책이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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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고양이 7 - 열돔에 갇힌 도시 책 읽는 샤미 55
박미연 지음, 이소연 그림 / 이지북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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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기다려온 〈시간 고양이〉 시리즈의 일곱 번째 이야기, <시간 고양이 7: 열돔에 갇힌 도시>를 드디어 읽었다. 이번 권은 제목만큼이나 뜨거운 이야기였다. 단순히 폭염을 배경으로 한 모험담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기후 위기를 어린이의 시선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번 이야기는 북극에서 돌아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서림과 은실이가 여름날 학교에서 반려동물을 소개하는 시간 중, 갑작스런 ‘열돔 현상’으로 도시에 정전이 일어나면서 시작된다. 전기 공급이 끊기자 학교 건물은 점점 달아오르고, 아이들은 갇히게 된다. 익숙한 공간이 갑자기 위험한 장소로 변하면서 생기는 긴장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특히 폭염에 약한 고양이 은실이를 위해 아이들이 냉각패치를 만들고, 반사 시트로 햇빛을 막으며 온도를 낮추려 애쓰는 장면은 단순한 생존기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과학적 사고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상상 속 모험만 책에서 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로 가능한 실험과 원리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이 인상 깊었다.

하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그 원인이 디지털 펫 게임과 관련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야기는 미스터리로 전환된다. 게임 속 가상 세계와 현실의 열돔이 연결되어 있다는 설정은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과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과도한 전력 소비와 데이터 센터의 문제를 통해 편리함의 다른 면에는 환경 비용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서림과 은실이, 그리고 친구들의 용기와 우정도 돋보였다고 생각한다. 무서운 상황 속에서도 서로를 믿고 도우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은 요즘 경쟁과 성과 속에서 지친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이번 권의 배경이 학교라는 점이 재미를 더한 것 같다. 늘 다니던 학교가 갑자기 갇힌 공간이 되고, 일상 도구들이 생존 도구로 바뀌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친숙하면서도 낯선 긴장감을 준다.

읽는 내내 ‘기후 위기’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더워지는 여름, 점점 잦아지는 정전과 폭염 뉴스 속에서 이 책의 설정은 허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통해 단순히 재미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현실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유익한 책이라고 생각되기에 추천한다. 다음 권도 기다려지는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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