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과 소녀의 일기
이재영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3월
평점 :
품절


201611. 더위를 완전히 쓸어버리는 바람이 광화문 광장에 도착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맞은 바람중 가장 개운한 바람이었다. 수많은 시민들은 11월 어느 가을날 나와같이 개운한 바람을 맞으며 광화문 광장 이곳저곳에 앉아있거나 서 있었다. 그날 시민들을 광장으로 이끈 것은 분노였다. 대통령이 자신의 친구에게 정권을 맡겼다는 보도가 사실로 밝혀지자 시민들의 자존심은 상할 대로 상해 있었다. 하지만 분노로 나온 광장에서 그들을 맞이한 것은 그들이 평생토록 경험해 보지 못했을 어매이징한 광경이었다. 가을 바람은 비장한 마음으로 광장으로 나온 사람들의 온몸을 어루만지며 축제에 온 것을 환영하는 듯 불어댔다. 여름의 끈적끈적한 습기와, 따가운 가을햇살을 막아주는 그 날의 바람은 과거 어린시절 가을 소풍 때 친구들과 함께 맞았던 가을 바람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평소에는 수없이 많은 차밖에 보이지 않았던 광장은 한 사람이 평생을 살아도 다 보지 못할 사람의 물결을 보여주었고, 8도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을 한꺼번에 보게 만들었다. 100만 명을 구성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현장의 감동을 느꼈었다.

그날 광장에 모였던 수많은 사람중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도 있었다. 수능을 준비하거나 기말고사를 앞둔 기간이었는데도 학생들을 친구들과 혹은 같은 반 구성원들과 모여서 재잘재잘 거리며 광장 여기저기를 뛰놀고 있었다. 학생들의 얼굴은 천진난만 했다. 그들은 자신들이 광장에 자신들이 교복을 입고 나온 것 만으로 정권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듯 했다. 삼삼오오 모여서 친구들과 뛰노는 학생들도 있었고, 그밖에 청소년 단체에서 조직되어 움직이는 청소년들도 당시 시위장에는 있었다. 이들은 3m정도의 프레카드를 들고 다니며, 419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일어났다는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광장 이곳저곳을 휘졌고 다녔다. 300명의 학생들이 일치된 구호를 외치며 함께 하는 모습은 당시 집회가 만들었던 여러 명장면중 하나였다.

<419혁명과 소녀의 일기>를 읽으며 내내 그때 국정농단 집회 당시 학생들이 일어났다는 구호를 외치던 어린 학생들의 모습이 기억났다. 그리고 이 책의 저자는 그 모습을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정치 민족인가?

 

솔직히 놀랐다. 나는 우리나라의 학생 운동이 이렇게 활발한지도 몰랐고, 이렇게 일반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이 많은지도 몰랐다. 그리고 한편으로 해방 이후 박정희와 전두환의 쿠데타로 인해 이토록 뜨거웠던 우리나라 정치 성장이 얼마나 멈추었는지 또한 알 수 있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은 경찰들이 시민을 향해 총을 발사한 사건과 더불어 김주열 열사의 죽음이었다. 사람들이 생()으로 정권의 무자비함을 보면서 분노했던 사건이 419혁명 그 자체였다. 419혁명이 일어나기 한달 전 있었던 315부정선거 당시 학생들이 상당히 정권에 강력하게 대응을 했다. 솔직히 지금의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로서는 이래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급진적이었다고 생각된다. “학생답다가 오늘날에는 공부만을 열심히 하고 선생님의 말을 잘 듣는 어린 아이들을 가리킨다면, 419혁명이 일어났을 즈음에 학생답다는 것은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기 위한 예비 지식인이었다. 서울과 멀리 떨어진 여러 시골에서 학생들이 정부의 부정한 일에 자발적으로 분노를 느끼고, 이에 대한 시위를 주도적으로 벌였다. 그 어떠한 기준으로 봐도 지금의 학생들과 비교해 엄청나게 정치적인 것 이었다. 그러면서만약, 이들이 쿠데타에 의해 입이 막히지 않고, 그대로 사회로 배출됐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떻게 변했을까?”라는 상상도 하게 됐다.

저자인 이재영 씨는 한마디로 열혈 민주주의 소녀였다. 419혁명은 그녀가 고등학생 때 일어났다. 책을 보니 이재영씨는 야당 의원이 연설하는 곳에서 혈서를 쓰고, 시위를 하는 곳에도 직접 참가하고, 신문을 통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민들의 투쟁 소식을 들었다. 이분 또한 만만치 않은 정치 민족의 어린 새싹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비록 이재영 한 사람의 시선과 다시 발행된 신문 그리고 문헌들을 당시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솔직히 조금 박진감 넘치고 입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교과서에서 우리가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 배우는 딱딱한 서술과는 달리 이 책은 그 당시의 시대상과, 글쓴이의 심리상태. 무엇보다 사람들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입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나 또한 그동안 419 혁명을 솔직히 너무나도 대충 알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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