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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강
올리버 색스 지음, 양병찬 옮김 / 알마 / 2018년 3월
평점 :
과학 에세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올리버 색스라는 사람의 책도 처음 접했다. 하지만 좋았다. 나는 에세이를 거의 읽지 않았다. 대학 때는 과학관련 도서를 중심으로 읽었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사회과학 도서를 많이 읽었다. 도움이 되고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대해 알려주는 그런 책들 말이다. 하지만 오늘부러 생각을 조금 바꾸려고 한다. 에세이 또한 좋은 책인 것 같다. 무엇보다 타인의 생각을 따라가며 그 사람이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좋았다.
과학 이야기
이 책의 첫 부분은 다윈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저자는 <종의 기원>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저자는 다윈의 또 다른 업적인 식물과 관련된 업적들을 소개했고, 다윈이 발견한 것들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다윈읜 <종의 기원>을 통해서 진화론을 생각한 것이 아니라 식물을 통해서도 진화론을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동물이라는 수명이 긴 생물이 아닌, 느려 터지고, 움직임도 거의 없으며, 성장하는 것을 제외하면 거의 기계와 다를 바 없는 식물들은 다윈이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진화론에 관한 실험을 하기에는 안성맞춤 이었다. 다윈에 식물을 통한 엄청난 업적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식물의 성장과 움직임에 대한 그의 성실하고도 호기심 넘치는 탐구는 다윈으로 하여금 자신이 생각했던 진화론에 대한 확신을 갖게 만들었다.
나는 <종의 기원>을 쓴 다윈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다윈은 언제나 화나 있는 사람처럼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저 녀석은 창조주가 우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원숭이에서 발전했다고 생각하는 놈이야!”라며 손가락질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다윈의 진화론이 갖고 있는 (다윈이 손가락질을 받았던 시절에도 생각할 수 있었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생각을 해보자. 인간은 원숭이에서부터 진화를 했다. 솔직히 기분 나쁜 말이다. 하지만 인간이 미래에 어떠한 고등한 존재로 진화할 수 있음을 다윈의 진화론은 내포하고 있다. 인간이 과거 원숭이 였다는 것을 부정하고 싫어하는 것은, 인간이 미래에 더 나아진 존재로 발전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만큼이나 바보같은 행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한 점에서 나는 고대 사람들의 생각이 종교라는 거대한 프레임에 얼마나 철저하게 갇혀있는지 알 것 같다.
과거 다윈은 나처럼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굴욕적인 시절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결코 다가올 새로운 잠재성에 대해서도 눈을 감을 사람들이다. 그들의 현재의 상태롤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새로운 잠재성에 눈뜨는 것을 막고,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마비시킬 것이다. 어쨌든 다윈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 책을 읽으며 다윈이라는 사람을 식물이라는 주제를 통해 설명함으로서 보다 다윈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이 책에 실린 다른 에세이들도 비슷하다. 과학이라는 분야 자체는 어려운 용어도 많고, 논리적으로 복잡하고,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있지도 않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부분이 많다. 그런데 올리버 색스는 이런 과학을 어려운 수식이나 논리가 아닌 이야기라 잘 풀어내고, 인간적인 이야기로도 잘 풀어내고 있다. 나는 그 점이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