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의 길
최준영 지음 / 푸른영토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김은정의 손에서 스톤이 떠났다. 경기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조용했다. 불과 몇 kg밖에 나가지 않는 스톤이 그그그그 거리며 얼음 위를 지나가는 소리가 경기장 전체로 퍼져 나가는 듯 했다. 일본팀의 스톤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피한 김은정의 스톤은 도도한 그녀의 얼굴만큼이나 유유하게 중앙을 향했다. 그리고 김은정의 스톤은 오랜 시간 사용되어 약한 자성에 천천히 쇠붙이가 이끌리듯, 천천히 중앙쪽으로 흘러들어갔고, 그 순간 경기장은 스톤 굴러가는 소리가 아닌 사람들의 함성소리고 가득 찼다.

불과 1개월 전. 혹은 평창 올림픽이 개최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컬링이라는 종목은 누구에게도 친숙한 경기가 아니었다. 김은정과 그의 동료들이 일본과 접전을 벌이고 있을 동안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로 컬링 규칙’ ‘컬링 점수 계산 법과 같은 검색어가 올라올 정도로, 컬링은 전혀 우리에게 친숙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 여자 컬링팀이 계속해서 연전연승을 거두며 SNS에서는 우리 팀을 컬스데이, 컬링요정, 갈릭걸스로 부르기 시작했고, 그들을 다룬 수 많은 컨텐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무도 모르던 게임에 왜 대한민국은 열광하게 된 것일까.

이것은 컬링 게임의 신묘한 매력이 아니라 인간의 연결성과 관련 있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것, 대중이 연결됐다고 믿겨지는 것은 언제나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받는다. 컬링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와 함께할 수 있는 것을 필요로 했고, 그것이 컬링이 됐을 뿐이다. 또한, 이번 한국 컬링 팀의 선수들인 SNS를 통해 매우 대중적인 사람들이 됐다. 의성 출신의 혈연과 지연으로 맺여진 인연에다가, 모두 Kim씨 였다.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동사의 길>을 읽으며 인간이라는 존재는 절대 어떠한 경우에도 혼자서는 절대 살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동사의 길>에는 저자의 수 많은 일상과, 그 일상 속에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본질은 관계고 관계를 만들기 위한 수 많은 이유들이 존재할 뿐이다. 이번 컬링 게임도 그렇지 안을까 싶다. 컬링이라는 것 혹은 올림픽이라는 것. 그것은 어쩌면 그것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자기들만의 게임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정치적 의미 때문에, 올림픽이 계속해서 다라를 바꿔가며 개최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