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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없는 장미 - 루쉰의 산문 ㅣ 마리 아카데미 3
루쉰 지음, 조관희 옮김 / 마리북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오성홍기를 가진 나라. 중국을 상상해 보라. 당신은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당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 중에는 어느 것 하나도 섬세하거나 아름답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게 있을까? 중국은 그런 나라다. 중국하면 떠오르는 것은 무언가 엄청난 것이다. 많고, 크고, 길고, 강력한 것들이 당신의 생각 범위 안에 있을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이미지는 거의 고대 중국 국가들이 건국되면서부터 만들어졌고, 격변의 시기였던 20세기에 중국이 공산당 1당 독제 국가가 되면서 중국의 이미지는 더욱 고착화 됐다. 작고, 섬세한 미(美)를 중국에게서 생각하기 힘들고 특히 이것은 중국의 문화 분야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다민족 국가이고, 땅도 크고, 사람이 많은 국가에서 이런 획일적인 미는 어쩌면 중국이 가장 고통스러웠던 20세기 보다 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중국이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혼란스러웠던 20세기는 중국에게 있어 표현에서 만큼은 유일하게 자유를 허락했던 시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든다. 물론 당시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국가가 허용한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 이었다(참고로 나는 여기서 일본이나 여러 열강들이 잠시나마 중국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만들어 주었다고 전혀 생가하지 않는다. 중국의 표현의 자유는 누구도 원하지 않는 결과물이었고, 당시 중국 지식인들의 의지에 의해 표출 된 것 이었다). 중국이란 나라가 거의 망하기 일보직전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야 표현의 자유가 횡행했다는 것은 정말 거대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쨌든, 루쉰은 그런 혼란스러운 시기에 활동하던 지식인 이었다. 그리고 그가 쓴 많은 소설과 수필들은 중국 사람들에게 넓리 읽히며 위로와 힘이 됐다고 한다. 중국혁명의 지적 원천을 제공하기도 했고, 공산당 지도자인 마오쩌뚱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정도의 문인이 바로 루쉰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 한 점이, 공산당은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건국의 아버지에게 커다란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던 인물이 문인이고, 그 문인은 표현의 자유를 숭배하는 사람인데, 루쉰같은 인물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하게 중국에서는 못하고 있으니, 중국이 표현의 자유를 통한 현재 사상적 발전이 얼마나 더딘지 잘 알 수 있는 지점이다.
어쨌든 이 책은 나름 재미있었다. 중국과 관련된 작품을 거의 모르고, 중국은 그런 쪽으로는 잼병인줄 알았는데, 나름 재미있게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