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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은 부산물이다 - 문명의 시원을 둘러싼 해묵은 관점을 변화시킬 경이로운 발상
정예푸 지음, 오한나 옮김 / 378 / 2018년 1월
평점 :
그것이 의도적인 산물이냐 아니면 부산물이냐. 어쩌면 그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권력을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만 중요할 뿐, 그것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진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만들어 진 것이 아닌지는 부차적인 문제가 될 가능성이 언제나 농후하다. 권력을 가진 무언가라면 그것은 아무리 의도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도, 의도적인 산물처럼 둔갑이 될 수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사람들에게 강요하고, 그것에 대한 합리성을 부여하면 그것은 합리적은 통로를 통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우주선 개발과 같은 것들을 보면 오늘날에도 이런 비의도적인 산물들이 의도적인 것으로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신분제도가 고착화된 과거라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다.
저자 정예푸는 혼인, 농업, 문자, 종이, 조판인쇄와 활자인쇄라는 여섯 가지 카테고리를 통해 오늘날 인류 문명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던 이들에 대한 것들의 탄생을 조명했다. 우리는 흔히 족이혼인의 경우 신체적으로 열등한 사람이 탄생할 확률을 낮추게 하기 위해, 농업의 경우 정착을 통해 안정된 공동체 형성을 위해, 문자의 경우 지식의 전달과 축적을 위해, 종이의 경우 이런 지식의 이동과 전파를 위해, 인쇄 또한 보다 빠른 정보의 전파를 위해 의도적으로 사람들에 의해 기획된 것이라고 알려졌다. 사실 이것들이 모두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비판적으로 봤을 때 “우리 인류가 다른 생물들과 다르게 매우 차별화된 존재였다.”라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결과론적인 해석은 우리의 잠정적인 발전. 즉,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더 만들겠다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현재 그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어 온 것들에 대해 만족함만을 키울 수 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말이다.
다른 이야기를 조금만 하면 이는 주로 미래를 설계하는 데 있어 미래에 대한 대안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아닌, 과거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영광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힘을 키우려는 사람들일 것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박근혜나 이명박과 같은 사람이었고, 국가적으로 보면 중국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들에게 미래를 설계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처럼 과거의 영광을 갖고 현실 정치에 이용하려는 욕구는 상당할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면 이러한 어리석은 자들의 행태는 이 책에 나오는 어리석은 자들과도 비슷한 행태를 보인다. 자신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 이야기하고, 거기게 권력을 부여하는 사람들 말이다.
<문영은 부산물이다>라는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이 책의 맨 처음 부분을 나는 잊을 수 없었다. 그 부분은 과거 이명박을 지지하고 박근혜에 투표했던 나와 같은 사람이 세겨 들어야 할 말이기 때문이다. 정예푸는 책에서 “선조의 위대함은 후대의 위대함을 조금도 증명해줄 수 없으니,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신화와 선조를 끌어들이는 수작은 그만뒀으면 싶었습니다.” 나는 이런 말을 중국인의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놀랍고, 역시 천박한 지식인이 아니라 진정한 지식인에게는 그 어떠한 구속도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