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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삼대 - ‘도련님’은 어떻게 ‘우파’의 아이콘이 되었나
아오키 오사무 지음, 길윤형 옮김 / 서해문집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정치인에게 카리스마는 선택가능한 것이 아니다. 정치라는 일을 소명으로서 하는 사람들에게 카리스마란 자신과 함께 붙어다니는 것이지 만든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떤 정치인은 선글라스를 낀채로 자신이 카리스마를 발산했고, 어떤 정치인은 화끈한 결단력과 발언으로, 어떤 정치인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포퓰리즘 공약으로, 어떤 정치인은 권위적인 모습과 돌파력으로 자신만의 정치적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이것을 카리스마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정치 스타일이라고 해야 할지 구분 짓기는 어려운 것 같다. 정치가 잘 될 때는 그것을 카리스마라고 할 수 있고, 안 될 때는 실패의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이 카리스마라는 것은 정치인 한 개인에 내제된 고유한 것이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종종 그런 카리스마를 갖고 있지 않는 정치인들이 눈에 보일 때가 있다. 어설픈 정치인을 볼 때가 그 때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은 그래도 나름대로 카리스마를 가진 정치인이었다. 하지만 감옥에 있는 503호 같은 경우는 다르다. 그의 정치적 카리스마는 철저하게 언론과 정치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503번은 부모님을 잃은 비극적인 사건 빼고는 정치인이 되기까지의 인생을 상당히 순탄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이런 흙수저처럼 보이는 금수저에게 정치인에세 있어서 하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카리스마는 생길 여지 자체가 없지 않았나 싶다. 물론, 정치인이 되고서도 아버지를 존경했던 사람들로부터의 콩크리트 지지를 받으면서, 정치판에서의 기득권이 되지 않았다.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크게 굴곡이 없었다는 것이다.
크게 문제없이 정치한 사람의 공통점이랄까. <아베삼대>를 읽으며 나는 계속해서 문안한 삶을 살았던 503번이 떠올랐다. 일단, 아베 신조의 아버지인 신타로와 간은 신조와는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이었다. 아베는 상상해보지도 못했을 전쟁의 참상을 두 사람은 날것 그대로 경험했던 사람이었다. 간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는 군부 정치인으로부터, 신타로는 전쟁 한복판에서 전쟁의 피냄새와 폭력 그리고 광기를 시시각각 경험한 사람들이다. 평화라는 어쩌면 추상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는 가치를 시대라는 날줄과 탄압과 참전이라는 경험의 씨줄로 튼튼하게 만든 것이다.
물론 이 둘과 비교해 아베는 완전히 다른 집 자식처럼 보일 정도의 행보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다. 비교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본의 총리를 거친 외할아버지에게 귀여움을 받았던 도련님이었고, 그저 그런 성적으로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대학에 입학했고, 대학에서의 성적도 특출나지 않았고, 취업하기 위해 뛰어본 적도 없고(정략취업) 이후에는 아베 신타로의 비서관으로 일하다가 정치인이 됐다. 정치인이 된 이후로의 굴곡 이외에 그 어떠한 굴곡을 찾아볼 수 없는 인생이었다. 소명으로서 정치를 한 아베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와는 너무나도 다르다. 그리고 청와대라는 궁궐에서 18년 동안 살면서 갑자기 나가게 되고, 한 재단의 이사자장으로 오랜 기간 지내다가 정치인이 된 박근혜와는 한 순간의 불행을 제외하면 너무나도 비슷하다. 딱히 두 사람 모두 정치적인 사건에 의한 굴곡 이외에는 일반 시민들에게 있을 법한 굴곡이 없는 사람들이다.
일반 사람들이 상당한 기간 해왔을 고민을 이들은 단 하루 혹은 1시간이라도 했을까. 보통 사람들이 하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어떤 고민을 하고 살까. 일반 사람들이 하는 삶에 대한 고민이 이둘에겐 마치 빈 깡통처럼 비어져있었고, 오로지 정치로만 채워졌던 것은 아니었을까. 정치인으로서 일반 사람들의 삶을 외면하고, 그들과의 접촉면이 사라지게 됐을 때, 그들의 고민이 향하는 곳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이상이 아닐까 싶다. 아베를 보며 감옥에서 또 하나의 혐의가 드러나고 있는 503번이 기억났던 책이었다. 그리고 정치인에게 있어 삶의 배경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책이기도 했다.
아 그리고 사족으로 한 가지! 박근혜에게는 적어도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가 만들어지기까지 보수언론으로부터 상당한 도움을 받은 것 같다. 반면 아베에게는 딱히 그런 도움이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