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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EBS 다큐프라임 <민주주의> 제작팀.유규오 지음 / 후마니타스 / 2016년 12월
평점 :
대한민국 헌법 제 1장 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헌법에 적시된 다른 조항들은 몰라도 1조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회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주권자로 인식하고 있는 환경에선, 이와 같은 조항은 잘 느껴지지 않는 공기와 같을 것이다. 하지만 독재의 ‘기운’이 다시금 술렁대고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다르다. 헌법 1조에 저항하는 취지의 일이 계속 벌어진다면 국민들은 물에 빠진 사람이 공기를 찾는 것처럼 발버둥을 치며 저항할 것 이다. 2016년 연말은 비로소 대한민국 국민들이 다시 한 번 주권자임을 깨닫는 한 해였다. 제대로 국민들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몸짓은 그 어떤 것에도 비유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다.
국민으로서의 재인식에 대한 기쁨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주권자들에게 도전했던 문제의 수준이 한참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 문제는 21세기 들어서 새롭게 등장한 문제가 아니라 ‘독재’라는 과거의 퇴물이며, 이 퇴물을 유산이라고 떠받드는 사람들 이었다. 오늘날의 국민들이 맞서 싸워야 하는 존재는 독재 같은 고대 퇴물이 아니라 현재 민주주주의에 위협을 가하는 존재이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국민(혹은 시민)이 동의한 것을 바탕으로 국가가 운영되는 시스템이다. 외부 환경이 변하면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도 준비를 하듯, 민주주의를 둘러싼 환경이 변화하면 민주주의 또한 그에 걸맞게 변한다. 과거 독제에 맞서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면, 이제는 다른 이유와 다른 슬로건으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에 대하여 저항해야 한다. 민주주의란 대전제 아래에서 민주주의 바깥으로부터 오는 새로운 질문에 대한, 새로운 해결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후마니타스에서 나온 <민주주의>는 오늘날 우리의 민주주의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단순히 민주주의만을 골이 타분하게 파헤치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무엇이고, 현 시대에 민주주의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현재 우리의 민주주의에 위협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려준다. 민주주의에 대한 수 많은 책들이 민주주의의 본질만을 다룬 것에 비해 이 책은 민주주의를 상호작용하는 주체적인 시스템으로 간주해 보고 있다. 또한, EBS다큐프라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