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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네시
수잔나 클라크 지음, 김해온 옮김 / 흐름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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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공간은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현기증을 자극한다. 나는 여러번 상상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서 상상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은 어지러운 것과는 약간의 결이 다르다. 마치 끊임없이 힘에 읶르려 계속해서 가속을 이어 나가며 어딘가로 떨어지고 또 어딘가로 던져지는 느낌이랄까. 엄청나게 빠르고 더욱 빨라지는 것이 머릿속에서는 계속 느껴지는데, 몸은 그대로다. 그런 이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계속해서 해석 불가능한 정보들이 머릿속으로 쏟아진다면...
나는 어렸을 적 그런 경험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 읽은 책 <피라네시>는 완전히 다른 결에서 현기증을 유발하는 책이다. 이 책은 매력은 무한의 미로에 있다. 과거에 끊임없이 팽창하고 발산하는 영역에서 현기증을 느꼈다면, 이 책 <피라네시>의 무대는 끊임없이 수축과 그 수렴된 공간에 또다른 이야기가와 세계가 존재한다. 과거 내가 멍때리면서 느꼈던 이상하고 기묘한 현기증을 이번에는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 같다.
이번에 읽은 책 <피라네시>는 SF소설이다. 내가 그동안 즐겼던 SF소설은 동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온 것들이다. 대개는 주로 미래에 어느 특정한 상황을 통해 오늘날의 문제를 돌아보게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서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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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소설 같은경우에는 그와 같은 명확한 메시지보다는 끊임없는 쾌락을 주는 글이 아닌가하는 생각이든다. 이 번에 읽은 책 <피라네시>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서양의 SF소설이 주는 자극이란 그리 따분한 게 아니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계속해서 감정을 자극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생각과 상상을 자극해서, 글을 통한 간접 경험이란 것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의 SF소설들이 자기성찰절 메시지를 준다면, 서양의 SF소설은 메시지 자체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경험을 해준다고나 할까. 또한 우리나라의 소설들은 아기자기한 측면이 있다면, 서양의 Sf소설 같은 경우에는 거칠고 빠르며 스피드하다.
이 책에는 16이 등장하고 피라네시가 등장한다. 시간도, 공간도, 현실성도 사라진 듯한 미로의 공간은 낯선 침입자 ‘16’에 의해 급격한 리얼리티를 갖게 된다. ‘16’은 ‘피라네시’를 뒤쫓고 ‘피라네시’는 ‘16’을 피해 도망 다니며, ‘나머지 사람’은 ‘16’을 살해하기 위해 덫을 놓는다. 추격전이라 단순한 구도인데도 불구하고, 이상하고 기묘한 공간이 주는 쾌감이란 이제것 당신이 느껴보지 못한 것일 게다. 공간을 통해, 그리고 그 한정된 스토리 자원을 통해 이렇게 입체적인 자극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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