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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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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적이고 조잡하다. 솔직히 이 말 외에 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 그렇다. 그 드라마 <조선구마사>말이다. 제작진의 말도 안 되는 설명을 넘어간다 치더라도, 그 세계관 자체에서는 왠지 모르게 이야기로서 구린내가 난다. 조선시대 초기에 악령을 물리치려고 서양에서 구마사를 데려왔다는 설정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상식을 벗어나도 너무 벗어난 것이며, 그 무리수일 수밖에 없는 설정을 어떻게 극으로까지 만들 용기를 낸 것인지. 작가부터 시작해 감독 그리고 PD까지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킹덤>을 봤을 때에도 이 같은 생각을 했다. 어떻게 서양의 좀비물을 조선의 현실에 맞춰서 활용할 수 있을까. 아니나 다를까. 스터디가 진행되면서 이해되지 않는 것들을 서서히 주워담기 위해서 작가들이 노력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조선 구마사>의 설정은 괴팍했으며, 너무나도 기계적이었다. 반면 <킹덤>은 똑같이 무리한 설정이긴 했으나, 천천히 그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좀비를 주제로 했어도 분명히 시민들로부터 다른 평가를 받는 것은 바로 이런 것들 때문일 것이다.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에 대한 서평을 써야 하는데, 왜 갑자기 조선과 좀비된 콘텐츠에 대한 비판을 하냐구? 그것은 이 책의 기묘한 스토리 때문이다. 이 책은 ‘환상’이라는 이름보다는 ‘기묘한’이라는 말이 맞지 않을까 싶다. 기예르모 델토로의 영화에 나오는 크리에이쳐와 사건들처럼,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대개 기묘하다. 물론, 특정한 괴물들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스토리들은 어두운 분위기에서 일상적인 사건들과 거기에 더해진 괴물 혹은 귀신들로 인해 그 어두움과 기묘함을 더한다. 유령의 존재들과 그에 홀린 사람들, 그리고 이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주변의 인물들의 모습에 대한 묘사도 그렇고, 스토리 또한 긴장감 있게 전개된다.
솔직히 나는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 <이디스 워튼의 환샹 이야기>를 읽은 이유는, 퓨전과 같은 이름에 의해 더렵혀져만 가는 매력적이고 탄탄한 스토리들의 문제를 직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사람들이 신기해할 기묘한 소재들을 이야기에 어떻게 매력적으로 우려내고, 이를 어떻게 탄탄하게 이야기로 만들어야 하는지,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많은 이야기들에서 볼 수 있었다. 가장 첫 번째 이야기인 <시간이 흐른 후에야>에서부터, 마지막 이야기인 <매혹>까지. 각각의 스토리들의 배경이 다르고, 인물의 구성이 모두 다른데, 모두 기묘한 분위기와 탄탄한 스토리가 잘 조화됐다. 두고두고 읽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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