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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연습
수잔 최 지음, 공경희 옮김 / 왼쪽주머니 / 2020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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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책이다. 가장 사적인 것에서부터, 가장 공적인 것까지. 예전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였던가, 어떤 페미니스트 작가가 한 말이라고 알고 있다. 솔직히 작가들이 하는 말들은, 뭔가 압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데, 대개는 그 압축적 의미가 대중들에게는 적절한 양을 통해서 전달되기 힘들다. TV프로그램에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그 압축적인 맥락들이 잘 풀어서 전달되지, 단순히 그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는 적지 않은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신뢰 수업>은 바로 버지니아 울프가 이야기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란 말과 직결되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
사랑과 권력
“이들은 사랑을 하는 겁니다.” 사랑에 과연 한계가 있을까? 이제 사람들은 권력을 사랑하기까지 한다. 그렇다! 바로 문빠들의 이야기다. 아에서 이야기한 “이들은 사랑을 하는 겁니다”는 진중권 선생이 어느 프로그램에 한 말중 하나다. 사랑을 하는데 있어서, 이유가 필요한가? 그리고 그 사랑하는 자가 적대하는 자를 자신 또한 적대할 수 있는 것 아닌다. 어떻게보면 논리적으로 전혀 올바르지 않은 현상들, 특히나 권력과 관련된 현상들이 사랑과 관련이 있을 때에는 현재 우리 정치판에서 볼 수 있는 이 같은 것들이 나타나기 일수다.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사랑과 권력과의 관계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권력은 단순히 그 이름처럼 빛나는 제도권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 일상에 있는 권력은 훨씬 사람들을 더 잘 억압하고, 이에 대한 남용 또한 적지 않다. 그리고 이 책 <신뢰 연습>은 일상의 권력과 관련된 것이다. 일상의 권력이란 말, 혹은 일상에서의 정치란 말이 일반 사람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에게 까지도 한 없이 어색하게 들렸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 같은 말을 되새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사랑을 하는 데 있어서 나의 희생이 필요한 부분은 어디까지인지, 합의의 영역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 한 사람이 권력을 남용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또한 그의 권력 남용을 어떻게 방지하고, 다시는 권력을 그렇게 사용하지 못하도록 굴복시킬 것인지 등. 이 책은 고고하면서도 유유희 사람과 사람간의 정치문제를 다루고 있으면서, 태연하게 이를 일상적 이야기를 통해저 전하고 있다.
솔직히 이 책을 읽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소설 치고 <신뢰 연습>이란 제목은 너무 딱딱하다. 하지만, 그런 딱딱한 제목 안에있는 내용들은, 뭐랄까. 한없이 날카로우면서도, 신뢰 연습이 제목이 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을 내용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이 내 올해의 소설이 아닐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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