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은 여자가 필요해 - 268년 된 남자 학교를 바꾼 최초 여학생들
앤 가디너 퍼킨스 지음, 김진원 옮김 / 항해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여자들이 반이란 것을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처음으로 경험을 했다. 하지만 여자들이 없는 학교란 무엇일까? 그것도 1000명 정도의 고등학생이 남학생인 곳이 아니라, 교수들부터 시작해서 학생들까지 모두 남학생인 곳이라면? 그리고 그런 곳에 갑자기 여학생들 몇 명이 생긴다면? 그 여학생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 학교를 다녔을까?

 글쎄 나는 잘 상상이 가지 않을 것 같다. 내가 별로 탐탁치 않아 하는 페미니즘 서적일텐데도 나는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마치 최근에 내가 읽었던 판타지 소설이라고 나는 생각을 했다. 아! 그렇다! 먼치킨 소설 말이다. 남자 주인공이 동전 하나를 주워서 갑자기 말도 통하지 않는 이세계로 떨어지는 그런 소설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그래서 한편으로 봤을 때에는 나에게 있어 하멜 표류기와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아! 그렇다! 일본으로 가다가 갑자기 표류해 제주도에 정박해 붙잡힌 그 네덜란드 사람들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이 이야기속 주인공의 형식적인 혹은 배경적인 것은 이 하멜 표류기의 선원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진지 했다. 어떻게 보면 여성을 대하는 것은 집외에는 거의 없을 사람들이, 지신과 경쟁해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이고, 또 자신과 함께 협력을 해야 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 그것은 학교라는 특수한 문화공간이 주는 구조적인 압박이면서 가능성이다. 남성들에게 있어서 이 여성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떻게 보면 상당히 어색한 작업이있을 것이고, 여성들은 그런 어색함 속에서 자신들만의 공간 혹은 영역을 가져야 했을 것이다.

 이것은 마치 그런 거다. 남과 북이 통일이 됐다. 그런데 남과 북의 이념은 여전히 한반도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남으로 갈수록 현재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강하고, 북으로 가면 북한의 정체성이 강하다고 생각을 했을 때, 그 중간지대에서 펼쳐지는 애매한 교류는 과연 어떤 느낌일지. 이제가지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고, 또 다른 삶을 살게 될 사람들이, 대학이란 공간에서 겪게될 긴장감은 어떤 것이고, 그들이 부딪쳤을 때 최초러 어떤 갈등이 만들어지며, 이 갈등을 바라보는 양측의 입장은 어떨지 나는 정말정말 궁금했다.

 <예일은 여자가 필요해>는 이런 사회과학 서적이다. 만약, 이 책의 저자가 남성들에게도 이와 같은 관심을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나는 강했다. 즉, 우리가 이야기 하는 여성서사라는 것! 여성들을 옥죄는 어떤 구조를 통쾌하게 여성들이 파괴하는 것! 그것이 나는 좋았다. 이 책은 어떻게 보면 남성들이 일반화 돼 있던 공간에, 어떻게 점진적으로 여성의 공간이란 게 생기는지를 알려주는 책 이었다. 눈에 보이는 차별만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것을 예의 혹은 배려라고 해주는 것들이 어떻게 차별이라는 장을 강화하는 것인지, ‘장’의 효과를 갖고 있는지 또한 이 책을 통해 읽으며, 그 거대한 현장에 대해 알 수 있엇다.

 그러나 그와 같은 문제. 즉, 남성들밖에 없었던 외계에 여성들이 들어왔을 때 남성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한 나는 알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이질적인 특정한 존재와 조우하는 외계인들의 인식체계를 나는 이 책에서 보고 싶었지만, 그것이 제대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우리는 지금 경상도 사람을 신라인으로, 전라도 사람을 백제인이라고, 그리고 그 위에 사람을 고구려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갈라졌던 경험이 있는 민족이기는 하지만, 우리 안의 다름이란 이제는 다름이 아니게 됐다. 남성과 여성도 더욱 평등해지면, 이 같은 개념이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여러 차이들은, 그것이 온전히 한 남성이 다른 남성과 자신을 구분하는 차이처럼, 여성과 남성의 사이의 다른점들 또한, 구분의 차이라고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최초의 순간에, 어떻게 보면 미래에는 없어질 수 있는 것들이, 그 때에는 어떻게 하면 가장 극적인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 나는 이 책에서 그와 같은 것을 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내용은 부실했던 것 같다.

 그래도 비록 사회과학서적이긴 하지만, 마치 내게는 판타지 소설과 같은 분위기 때문인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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