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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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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찬호 씨를 알게 된 것은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 였습니다. 처음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읽었을 때에는 제목에서 어그로를 끌기 위해 비틀었고, 내용 또한 단순한 사회 비판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제대로 책을 읽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또한, 솔직히 ‘차별’에 대해서 찬성한다는 것이니, 솔직히 그것을 대놓고 찬성할 것이란 생각을 과연 누가 할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보나마나, 이 세상 아주 작은 부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과도하게 일반화 했다고 저는 처음에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찬호 씨가 슨,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는 오늘날에 들어와 일반화 된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의대 파업에서는 의대생들의 엘리트 의식을 볼 수 있는 게시물이 논란이 됐습니다. 몇 달전까지만 하더라도, 인국공 사태가 있었습니다. “감히 나와 동급이 돼려 하지 마라!”라는 의식. 혹은 “이것은 차별이 아니라 구별이다”와 같은 의식이 밑바탕이 된 문제들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런점에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는 가히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차별 문제를 가장 빨리 공론화 시킨 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 책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의 주제는 다소 다르다. 과거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가 학위를 받기 위한 논문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면, 이 책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는 우리 사회 다양한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짚은 책이다.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무엇이 우리를 무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이번 책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을 통해서 오찬호 작가가 쓴 책이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것일 것이다. 우리가 무탈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의 욕구에서 기인하는 것들이 적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어디에서 오는가? 오찬호 작가가 여기에서 이야기 하는 것들은, 한 사람의 욕구가 자기 스스로가 아닌 물질적인 것으로 향하는 우리 사회를 진단한 데에 있다. 즉, 우리는 왜 건물주가 되고 싶은 것인지, 우리는 왜 장애인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등.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혹은 평균편견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것들을 이 책에서 들추고 있다. 서울 사람들은 왜 지방에 대한 차별을 그토록 자연스럽게 하는지, 수능 혹은 여러 시험에서 있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격고 체화하는 편견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등. 오찬호 작가는 우리 일상에서 사람간에 크든 작든 권력을 만드는 것들을 이 책에서 꼬집고 있다.
이 책은 뭔가를 짚는데 있어서는 독이 튼 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문제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소 대안이 나와 있지 않다. 대안이 없다는 것을 별게 아니다. “그것을 차별입니다”라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것’이 차별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어떻나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지, 어떠한 방식에 의해서 사람간의 권력이 사라질 수 있는지, 위계로 인한 문제들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이 상호간에 필요한 것인지, 이 책에서는 잘 짚고 있지 않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다소 전형적인 좌파적인 작가들이 잘 빠지는 함정에 이 책 또한 바졌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이 세상에 편견이란 게,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즉, 여성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 편견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인지 등. 이 책은 우리 사회 곳곳에 있는 편견들을 비추기 때문에, 나와 연대할 수 있는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는 착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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