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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 위기의 시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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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페터 볼레렌의 전작을 읽어 본 기억이 있다. 이전 책의 읽은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뭔가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이고, 책의 표지 또한 아름다워서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저자의 전작인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땅속의 작은 미생물에서부터, 그 미생물을 보지도 못할 하늘을 나는 새까지. 서로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존재들간에는 어떠한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는지, 또 이런 네트워크 안에서는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며, 결과론적으로 공생을 하는 환경이 만들어 지는지. 알려준 책이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였다.
이번 책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는 독특한 책이다. 그런데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에. 책의 제목을 한번 보도록 하자. 책의 표지에는 이런 글귀가 있다.
“우리는 아직 자연과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 문장에서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장 사람들의 눈길을 잡을 단어는 아마 ‘아직’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계속해서 자연의 도움 없이도 살아갈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인공으로 만든 자연을 통해, 자연을 사유화의 대상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이 같은 현 상황 때문이다. 인공으로 만든 자연이 아닌, 과연 온전하 자연이 우리에게 뭘 해줄 수 있을지. ‘나’라는 존재는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어 왔는지. 이 책 <인간과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를 통해 알고 싶었다.
인간과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인간과 숲의 밀접한 관계는 언어에서 또 메아리친다. 첫 번째 연관성은 우리 손에 들린 책에서 나타난다. 여기서 나는 책이라는 제품이 아니라, 독일어로 책을 의미하는 Buch라는 단어를 말하는 것이다. 이 단어의 스펠링에서 어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그림 형제가 퍼뜩 떠오르기 때문이다.” - 163pp
이 책 <인간과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솔직히 읽는 내내 약간 과장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책이다. 저자의 이전 책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것은, 환상적인 네트워크의 모양이었다. 내가 알지 못하는 곳, 인식하지 못하는곳, 보지 못하는 곳, 느끼지 못하는 곳에서 은밀히 이뤄지는 상호작용이 어떻게, ‘나’라는 숲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풍성하게 만드는지 보여준 책 이었다. 하지만 이 책 <인간과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는 솔직히 이전 책만큼의 강력한 상호작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즉, 현재 인간과 자연이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이 보여주는 것은 우리 과거의 이야기다. 우리가 잊고 있었던, 우리 일상에서 자연과 관련된 것들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책은 알려준다. 또한 불과 같이, 인간이 불을 통해서 자연과 상호작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지 이 책은 알려준다. 그래서 이 책은 ‘현재’의 이야기이기보다, 과거의 이야기에 가깝다. 과거에는 우리 인간이 자연과 얼마나 진득한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그리고 그 여파가 현재는 어떻나 형태로 우리의 일상에 남아있는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과거 인간과 자연의 관계라고 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의 내용을 뻔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인간이 자연에서 의식주를 구한 것처럼, 원시시대에 자연속에서 인간의 삶만을 조명했다고 누군가는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지만, 그런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 한 조각이었다.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에서, 그 수많은 동물들이 자연과 상호작용 하고, 자연을 더욱 번영하게 만든 것처럼, 우리 인간 또한 그런 기여를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재미있는 지점은 바로 이것이다. 과거 우리 인류는 단순히 자연을 경외의 대상으로만, 혹은 지금처럼 지배의 대상으로만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리고 결과론적으로 그러한 방향으로만 가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은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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