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의 블루헬멧 - UN 군의관이 레바논에서 보낸 8개월의 기록
권민관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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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했다. 나는 이 책의 제목을 하얀 헬멧으로 알았다. 그런데 책을 받고 보니 블루 헬멧이란 책을 받았다. 시리아 내전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 민간에서 주축이 돼 시민들을 구조하는 그룹. 그렇다 그 하얀 헬멧 말이다. 안전한 곳에서 한 사회의 붕괴를 마주하고 있는 제3자가 아닌, 그 내부의 사람의 시각을 원해서 읽었으나, 결과는 오독을 불렀다.

 

하지만 이 책은 어쩌면 희박했을 내 과거의 한 장면을 연상하면서 보니, 왠지 모를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군대에 있을 때, 나는 한 선임과 함께 파병에 지원하고 싶었다. 단순히 군대에거 매번 똑같은 짬밥을 먹는 것이 아닌, 외국에 주둔하며 이국적인 현지 생활을 하고, 또 영어로 말을 하면서, 똑같은 노동을 하더라도 그 값이 달라질 수 있는 값진 생활을 하고 싶었다. 물론 나는 하지 못했고, 내 선임 또한, 중대장의 제재에 막혀서 실패했다. 그리고 그때 가고 싶었던 기억은 이제는 추억으로 자리 잡았다. 이 책 <레바논의 블루헬멧>은 그래서 내 실패한 추억이 성공했다면, 어떤 상황과 마주했을지 볼 수 있었던 책 이었다.

 

파병이라는 것은 어쩌면 적지 않은 환상이 지배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군대 자체도 거의 반 판타지로 만들었던 <진짜 사나이>에서, 파병 또한 다뤘으니 사실에 대한 왜곡이 적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나는 그때 했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레바논의 블루헬멧>은 적어도 현지 사회적 혼돈에 대한 현시인의 시각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그것에 파병된 사람이 겪어야 하는 일에 대해서 정도는 알 수 있었던 책이었다. 과거 <국경 없는 괴짜들>이란 책을 통해서 전선에서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한 요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총 소리 나는 곳에서 잠을 취해야 하는 어려움, 호환하기 어려운 사람들과의 적응. 날씨와의 싸움 등. <국경 없는 괴짜들>이 민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도주의 사업의 최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그렸다면, <레바논의 블루 헬멧>은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을 통해서 벌이는 인도주의 사업에 대해서 알 수 있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레바논에서 군의관은 신체적이 질병만 진료하고 치료하는 건 아니다. 정신적으로 생기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특히 스트레스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해외파병지에서의 스트레스 해소는 가장 중요하다. 한국에 있는 군부대의 장교나 부사관은 업무가 끝나면 퇴근해서 비교적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 퇴근하면 군부대를 빠져나간다는 당연한 일이 해외파병지에서는 당연하지 않게 된다. 이동의 자유가 박탈되어 동명부대 울타리 밖을 자유롭게 나갈 수 없다는 사실은 큰 스트레스 요인이다.” 89pp

 

전에 나는 이와 같은 글을 한비야의 글에서도 본 것 같다. 한비야 또한 인도주의 활동을 해외에서 하면서 해당 주민들과 친해졌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다른 요원들은 그것이 얼마나 다른 요원들에게 위험하고 또 해당 커뮤니티에 위험할 수 있는 일이라며, 한비야가 그러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인도주의를 다룬 책들. 즉 우리 사회가 아닌 다른 사화에서 벌어진는 여러 상황들을 다룬 책들은 이런 점이 재미있는(?) 것 같다. 해당 상황에 대한 이해가 완전히 뒤바뀌어 진다. 그리고 그런 이해들에 의해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감도 잡기 힘들다. 특히 미디어를 통해 특정 부분만 왜곡해서 바라보는 시민들에게, 이런 현지인들이 들려주는 한 사회가 갖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은, 낯섦과 재미가 공존하는 공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 <레바논의 블루헬멧>은 이런 측면으로 본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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