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 유산균부터 바이러스 치료제까지 지금 필요한 약슐랭 가이드
박한슬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5월
평점 :

약을 살 때면, 언제나 약에 딸려오는 자그마한 종이를 펼쳐봤다. 그렇다. 약에 관한 이런 저런 설명이 적형 있었던 종이 말이다. 스테로이드란 단어가 적혀있기도 혹은 그냥 알아들을 수 있는 비타민C가 적혀있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분들은 나의 이해를 뛰어넘는 것 이었다. 고등학교 때 생물1, 2를 공부했어도. 화학1, 2를 공부했어도. 대학에 가서 대학화학을 공부했어도 좀처럼 그 뒤에 적혀있던 것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똑같은 감기 약인에 왜 그렇게 달랐던 것인지, 왜 다른 병인데 같은 종류의 약을 먹어야 하는 것인지. 그동안 먹었던 달고 쓴 약들의 종이를 모아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해봐도, 적당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
이 책 <오늘도 약을 먹었습니다>는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상상에 숨어있던 과학의 한 부분을 발견했다고나 할까. 과학이 우리에게 힘든 이유는 우리의 일상과 괴리된 문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가 물리1에서 역학을 배우지만 일상에서 누가 자유운동 실험을 계획하거나, 네모로 된 무언가를 밀면서 그 힘을 계산하겠는가. 물론, 이는 비단 역학에만 지나지 않는다. 공학은 그래서 물리학의 언어를 일상 혹은 실험실로 가져온 활동이다. 공학 활동이란 것은 해석보다 응용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과학에서 몇 가지의 수식을 가져와 세상의 물리 현상을 혹은 응용된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 이것은 학문적으로는 넘 고도화 된 물리의 파편을 가져와서 어렵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벌어지는 현상들을 알려주기에, 일반 물리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은 아마 분야를 따지자면 응용화학 분야가 되지 않을까 싶다. 신기한 것은 보통 대학에서 응용화학이란 것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화학2나 대학물리 혹은 그 이후의 과정에서 양자역학이란 것을 배워야 할 것이다. 즉, 원자 하나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탐구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어쩌면 화학1에서 봤던 외우면 되는 지식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불과하다’란 것은 학문적으로 봤을 때는 멈춰있는 지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일상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응용지식이라는 것이다. 스테로이드, 프로바이오틱스, 타이레놀, 항생제 등등등. 약의 성분이 되는 것들이 우리 몸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지 이 책은 알려준다. 아! 이 뿐만인가. 의료와 관련된 지식 혹은 의료산업이나 의학 분야를 이해하기 위한 지식들 또한 가볍게 터지하면서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런 책 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했다. 왜 고등학교나 대학에서 화학을 배웠는데, 그간 제품들을 해석할 수 없었을까. 그것은 근본을 아는 것과, 응용을 아는 것의 차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독서평설이란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을 가져와서 만들었다는 이 책의 좋은 점은 2가지이다. 전문가가 봤을 때에는 표지를 이쁘게 만든 표면적인 지식밖에 다루지 않는 책처럼 보이기도 할 테지만, 이 책은 화학을 공부하는 꿈나무들에게 거름이 될 책이 아닐까 싶다. 그들이 화학에 대해서 좀 더 호기심을 갖고, 이를 심층화하기 위해 필요한 지적 거름이 이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나처럼 화학을 포기했던 사람에게는 작은 힐링이 되는 책 이었다. 오비탈에서 언제나 멈췄던 내 화학공부. 그리고 그로 인한 상처가 이 책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해소됐다. 화학이란 것을 단순히 복잡하게만 생각하는 게 아닌, 일상의 것으로 가져온 책 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