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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소를 생각하며 나는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어쩌면 현대 사람들에게 특히 서울과 같이 도시에 있는 사람들에겐 먼 이야기가 아닐지 모르겠다. 왜 소인가? 또 우리에게 소는 무엇인가?
보통 TV에서 소에 관해서 나올 때를 보면 “스테이크” 혹은 “한우”와 같이 소와 관련된 것들은 먹는 것과 연결된다. 맞다. 소는 최종적으로 우리의 입속으로 간다. 스테이크 그리고 한우 구이만이 아니라 소의 머리는 소머리국밥으로 꼬리는 꼬리곰탕으로 소의 족은 우족탕으로 등등등. 소는 우리에게 정말 아낌없이 주는 짐승이다.
하지만 소는 우리에게 있어서 먹는 존재이기만 한 것인가. 이제는 농업인들을 스스로 농민이라고 부르기보다 농업경영자라고 부르는 시대다. 신 자유주의가 이제는 첨단 금융의 분야만이 아니라 시골에 있는 농민들에게까지 번지며 그들에게 스스로 신자유주의의 원리가 체화돼도록 하고 있다. 솔직히 이제는 농민들조차 소를 하나의 동만자나 가축으로 호명하기보다는 짐승으로 그리고 출하해야 하는 아직 살아있는 식품으로 보기 일수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지난날 집에 있던 소를 그리고 지금도 축사에서 기르고 있는 소에 대한 추억과 기억을 소환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소를 다시 가축으로 혹은 삶의 하나의 동반자로 생각했던 지난날을 생각게 했다. 아버지는 비록 송아지의 출산 순간에 송아지가 너무 커서 송아지와 그리고 암소 모두 죽자, 좋은 상품이 죽었다고 슬퍼하셨지만, 나와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나는 새 생명이 죽어서 슬펐고, 엄마는 왠지 자신과는 다른 존재이긴 하지만 출산의 아픔을 해소하지 못하고 그 상태에서 죽은 암소를 보며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아빠 옆에서 소의 출산을 돕던 무능한 수의사에게 욕 한 바가지를 조용히 내 귓속에 내뱉었다.
<소를 생각한다>는 우리의 소만이 아니라 우리가 인간의 가치라고 했던 지난날의 여러 가치들 또한 소환한다. 저자 존 코널은 소를 중심으로 사유와 성찰을 보이지만, 그 성찰이 비록 자신이 키우는 축사와 소에서만 멈추지 않는다. 소를 중심으로 그리고 소와 함께하는 삶을 통해 우리가 잊었던 인간적 가치들을 다시 회상케 한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서울에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서는 자그마한 목장이 하나 생기고, 그 안에서 소를 키우며 시골에 있는 듯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 나쁘지 않은 책이다. 도시의 콩크리트와 우리가 너무 가까이있고 만만한 동물인 고양이와 개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소‘간지(느낌)’를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