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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백을 버린 날,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최유리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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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가 터지고 있는 동안 이 책을 읽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오늘 차임 이라영 씨가 한겨레에 쓴 <불법없는 불평등>을 보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일까. 나는 솔직히 저자가 하는 이야기들을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 것은 내가 너무 삐둘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 자자가 이야기 해주는 메시지는 간단하다. 솔직히 적지 않은 자기계발서에서 관측되는 메시지이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최유리 라는 사람의 인생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차별성일 것이다. 그리고 그 차별성을 바탕으로 우리는 “이와 같은 삶을 살아도 결국에 중요한 것은 00이다”와 같은 저자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솔직히 자기개발서라는 것이 다 그렇지 않은가.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박탈감을 느꼈다. 솔직히. 어쩌면 이 교과서적인 결론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과정이란 것은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삶을 한 번 살아보는 것이다. 솔직히 저자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어떠한 가정 환경에서 공부를 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보여지는 저자의 모습들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삶일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우리 모두는 서울대 학생으로서의 삶을 살지 못한다. 뿐만인가. 우리 사회의 80%의 사람들은 서울대에 갈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어떻게 해야 서울대에 갈 수 있는지 그 경로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물론 어디 서울대 뿐이랴. 굳이 서울대가 아니더라도 연세대든 고려대든. 저자가 서울대 학생이 아니더라도 마찬가지다. 물론, 서울대 학생으로서의 삶 이후 또한 마찬가지다. 저자는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 수 없는 삶을 누리고 살았다. 그리고 저자가 하는 이야기는 이렇게 화려하게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한 명의 인간이었다는 교훈 뿐이다.
이 책의 내용을 솔직히 지금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평등한 사회 안에서 읽었으면 모르겠다. 모두가 마음만 먹으면 저자와 같은 꿈을 갖고, 저자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는 사회. 즉, 저자의 삶이 하나의 모험으로 보일 수 있는 그런 사회였으면 모르겠다. 하지만, 어쩐지 이 책에서 자자의 메시지는 마치 자신의 자랑과 그에 MB가 그렇게 이야기 했던 “내가 이렇게 살아 봤는데”와 같은 이야기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은 과연 나 뿐일까. 책의 표지가 아름다운만큼 내 마음 또한 찢어질 듯 아프다. 과연 저자와 똑같은 삶의 통찰을 겪었던 사람 중 우리 사회 80%에 위치한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름다운 책과 함께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인 흐름출판사에서 책을 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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