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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집가의 철학 - 휴대전화 컬렉터가 세계 유일의 폰박물관을 만들기까지
이병철 지음 / 천년의상상 / 2019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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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 하나. 제주도에 갔을 대. 나는 에디슨 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에디슨의 여러 업적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 하지만 딱히 당시에 나에게 감흥을 주진 못했다. 그저 낡은 고물들을 재활용하지 않고 모아 두었다는 생각 하나, 옛날 것이라서 잠깐의 눈 요기가 가능하겠다는 생각 둘. 딱 이 두 가지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장면 둘. 서울 국제 도서전의 고문서 코너는 내 눈을 휘둥거리게 만들었다. 출판의 역사에서부터 시작해서, 과거에 활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책들이 한 장한장 만들어지는 과정은 내 발가락 끝에서부터 정수리까지 뭔가가 나를 자극하는 듯 했다. 단순히 옛 것이 아니라, 어떻게 저 아이디에어서 오늘날 자동화가 됐을 때까지 출판이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볼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재미있었다. 출판의 역사를 보는 것은 말이다. 책에 그냥 관심이 많았고, 수집을 하는 나에게 출판의 역사는 책 한권 한권이 어떻게 과거부터 오늘날 만들어 지는 줄 깨달음을 주는 공간이었다. 반면에 에디슨 박물관은 그렇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복잡한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도 없을뿐더러, 먼지도 많이 쌓이고, 그저 제대로 작동 하는지 하지 않는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고물들을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모아둔 것 같은 생각이 지워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장문 둘에서 나온 내가 흥미로워 했던 책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떻게 만들어 지는 과정을 본 뒤에는 약간의 생각이 변했다고나 할까. 사람들은 때론 길을 잃는다. 너무 복잡해도 길을 잃지만, 너무 단조로워서 길을 잃기도 한다. 현재의 문명이 그렇지 우리에게 주는 이와 같은 단순함은 우리가 길을 잃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스마트폰,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와 같은 노트북 등. 내가 원하는 행동을 너무나도 잘 구현하고 있다. 물론 나는 그 작동 방식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과거부터 어떻게 만들어 졌는지 찾아내는 과정, 그것을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서 우리는 한 기수의 역사에 대해서 말끔히 알 수 있다.
<수집가의 철학>을 읽으며 내내 내가 이제까지 샀던 책들 한권 한권을 눈에 들였다. 나는 왜 저것들을 알라딘에 팔지 않고 소유하고 있는지, 그 기준은 어떤지,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속에서 나는 어떠한 생각을 했고 왜 그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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