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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미안 수업 - 어떻게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보는가
윤광준 지음 / 지와인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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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연한 질문들일 수 있다. <심미안 수업>이라는 이 책의 제목만큼이나 말이다. 나는 그동안 아름다운 것을 모르고 살아왔다. 잘 생각을 해보자. 내가 과거 소녀시대의 <소녀시대>를 들었을 때, 혹은 소녀시대의 <GEE>나 <소원을 말해봐> 혹은 지금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를 들을 때 느껴지는 나의 감성은 무언가 아름다운 것을 느끼기 보다, 그냥 신다는 것이다. 비단 노래에서만 그랬다. 그림에서 재미를 느낀 적은 있어도, 그것에서 ‘아름답다’라는 것을 느껴본적은 한번도 없었다. 음악과 그림에서만이 아니다. 아름다움이 묻어나온다는 것들에서 나는 그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도대체 아름다움이란 것은 무엇인가?
아 그래도 혹시나 하는 게 있다. 과거 촛불집회 당시 수만명의 사람들이 다치지 않고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고 파도타기를 하고, 싸우지 않고 집회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내려져오는 전율이란 것을 느꼈다. 추워서 떨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 인간의 외부가 아닌 내부가 떨리게 만든다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면 그것이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꼈던 아름다움 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때를 제외하고는 한번도 없었다. 무언가 제대로 아는 것이 있고, 그 아는 것 안에서 역동을 느꼈을 때, 나는 잠깐의 감동이 나를 스치고 지나갔을 뿐, 그것으로부터 커다란 영감을 받은 기억이 없다.
솔직히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이 예술에 대하여 무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이 40이 다 되가는 마당에. 음악은 귀를 자극하는 것. 그림은 눈을 자극하는 것. 혹은 다른 예술 작품을 보아도 그것은 내 외부와 나를 연결하는 기관들의 자극을 불러올 뿐, 내부에서 무슨 역동을 일으킨적은 없었다.
솔직히 우리 주위에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이야기 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일부러 그 아름다움을 의도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나는 그것들을 마치 공기처럼 그저 있는 그대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심미안 수업>은 마치 일상생활속에 있는 아름다움들을 찾아내고, 내가 그것에서 재미를 느끼고, 감동을 느끼기도 하고, 영감을 떠올릴 수 있게 하는 귀를 열게 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약간 비하하는 말일 수도 있겠으나, 시각 혹은 촉각 후각 등등등 인간 몸에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그 외부 기관을 통해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쾌락을 느낄수가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예술에 있어서 바로 내가 그랬다. 왜? 예술에 대해서 잘 알지를 못하니까 말이다. 다만 이 책을 시작으로 나는 예술에 대해서 한 발자국 가까기에서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