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초협력사회 - 전쟁은 어떻게 협력과 평등을 가능하게 했는가
피터 터친 지음, 이경남 옮김, 최정규 감수 / 생각의힘 / 2018년 10월
평점 :
도발적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정치학자들이 본다면 콧방귀를 낄지도 모르겠다. 전쟁이라니 인류의 발전에 기여했다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내내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도적이지 않게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된다. 책의 저자인 피터 터친 교수가 이야기하는 핵심은 사람들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혹은 전쟁을 수행하는 중간에도 계속해서 인류간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그것이 여러 국가에 퍼지고 공유되면서 인류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솔직히 틀린말은 아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고대나 중세에만 벌어졌던 일도 아니다. 2차 세계 대전을 생각해보자. 하버는 군대에 쓰일 암모니아를 만들다가 질소 파지법을 만들어 비료를 만드는 공정에 이용했고, 핵폭탄 또한 전쟁중에 만들어 졌다. 특히 핵폭탄의 경우에는 당시 최신 기술이 군사 기술로 곧바로 응용된 사례였으며,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미국이 막대한 돈을 들인 작업이기도 했다. 오로지 상대 적국을 이기기 위해 가능한한 많은 자원을 과학기술 발전에 떼려부은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내용들은 지극히 사실적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머릿속에 하나 스쳐갔던 기록이 하나 있었다. 그것인 이 책의 지은이가 정치학이나 사회과학을 본래 전공했던 사람이 아니라 생물학자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영화 <미션임파서블4: 고스트프로토콜>에 나오는 미치광이 핵과학자가 떠올랐다. 그 핵과학자는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는 전쟁이 필요하다며, 일나에 핵을 떨어뜨리려 했던 사람이다. 물론 이 책을 쓴 사람이 그러한 방식의 사고나 사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나, 이러한 식의 주장은 어떻게 보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인류사를 돌아봤을 때 전쟁이라는 매우 전략적으로 일어났다. 특별히 외부로 적을 돌리거나, 전쟁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확실할 때 벌였던 것이 전쟁이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자신의 패권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안보를 위해서 갈등을 벌이고 실제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곳이 곳곳에 있다. 오늘날의 전쟁은 이러한 관점으로 봤을 때, 전쟁의 가장 낡은 측면. 즉 자신의 패권과 안보를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 이것이 정말 인류의 발전하는데 커다란 영향을 끼질 것이란 생각은 하기 힘들다. 어차피 인류의 발전은 극에 달했다. 거의 발전할 수 있을 만큼 발전했다. 과학쪽으로는 말이다. 또한 그런 극에 달한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들은 과학 기술 분야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다. 현재 인가들이 이루어야 하는 발전이라는 것은 과학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간들이 사이좋게 지구라는 행성에서 사이 좋게 살 수 있는 정치적 해결법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회를 만드는데 과연 전쟁이라는 것이 도움이 될까? 나는 전혀 반대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흥미로운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의 한계 또한 선명하다. 오늘날에는 적용되지 않는 다는 점. 인류가 외계의 종족과 전쟁을 하는 날이 있다면 이 책을 다시 한번 펴 볼 일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