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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 - 로하니 취임부터 트럼프의 핵 협상 탈퇴까지, 고립된 나라에서 보낸 1,800일
김욱진 지음 / 슬로래빗 / 2018년 10월
평점 :
이란 하면 떠오르는 사진 한 장이 있다. 40년 전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모습과 현재의 이란 모습을 비교한 사진이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요즘 정말 가짜뉴스가 많아서 그런지. 하지만 처음 이 사진을 봤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현재 이슬람 국가들의 모습은 나에게 너무 선명하다. 이슬람 종교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여성에 대한 억압이 심하고, 그들의 정치는 종교와 분리돼있지 않아 전 근대적이기 까지 하다. 솔직히 이 두 가지 측면이 나뿐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 조차도 너무 강하게 인식되어서 이란 혹은 이란보다 돈이 많다는 사우디를 생각하더라도 머릿속의 이미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저 똑같이 여성을 억압하고, 전근대적인 정치 체제를 갖고 있는 나라. 그게 내가 생각하는 이슬람 국가에 대한 A to Z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새 부터인가 내 인식이 조금 변했다. 집 근처에 이슬람인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의 가정은 이슬람에 대한 전형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검은색 부르카를 입고 다니는 아주머니의 발목을 핫 했던 이번 여름 봤던 것 같은데, 그 아줌마의 발에는 반짝반짝이는 샤넬 문양에 박힌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뿐만인가. 그 아줌마가 들고 다니는 가방 또한 루이비통 문양에 빡 하고 찍혀 있었다. “뭘까?”하고 생각하던 찰나. 그 이슬람 아줌마는 자신으 친구를 만나며 자신의 샤넬 구두와 루이비통 가방을 자랑했다.
그때부터 였을 것이다. 아니 뭐든 것은 이렇게 시잘될지 모른다. 저수지를 부수는 것은 단순히 포크리인이 아니라 망치 하나가 만든 조그마한 구멍일 수도 있다. 그 순간 내가 겪은 이슬람에 대한 충격은 머릿속의 망치아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라는 저수지를 크게 한방 친 것같았다. 그 일을 계기로 해서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전면적으로 무너진 것은 아니었으나, 생활 속에서 보는 이슬람 사람들을 꾸준히 관찰하면서 그들에 대한 나의 시선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왜? 무엇이 문제이길레 우리는 일상에서 이슬람에 대한 겁을 먹고,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머릿속에 차 있는 것인가. <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는 우리의 이런 편견을 양파껍질 벗기듯 하나씩 없애줄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것은 로하니 부터다. 어쩌면 로하니는 가장 개혁적인 이란의 정치 지도자 중 한다. 현재의 시점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그가 취임한 이후에도 세계 시민들이 이란을 보는 눈은(보통 이 눈은 CNN과 같은 미국의 주류 언론을 통해 만들어지 것이다) 크게 변하지 않았다. 나는 이런 인지 부조화를 극복하기 위해 이 책을 들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이제는 일상속에서의 자그마한 망치가 아니라 포크레인으로 나의 편견의 저수지를 허문다고나 할까. 그런 느낀적인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