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올 여성들에게 - 페미니즘 경제학을 연 선구자, 여성의 일을 말하다
마이라 스트로버 지음, 제현주 옮김 / 동녘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뒤에 올 여성들에게

 

사람들은 순환한다. 한 개인에게 있어 순환은 없지만, 인간 전체를 봤을 때, 이는 분명해 보인다. 사람들이 다시 태어나고 죽으면서, 인간이라는 존재는 꾸준히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놓은 여러 관습과 전통 그리고 법칙들 또한 인간의 순환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 세대가 태어난다고 해서 완전히 새로운 전통과 관습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며, 여전히 과거에 만들어 놓았던 문명들이 꾸준히 더해지고 빼지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류의 순환이라는 입장에서 인간사를 조명했을 때. 가장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여성에 관한 연구다. 여성들이 현재와 같이 사회적 지위가 낮아진 근본적인 이유에는 인가들이 정착해 살면서 부터라고 한다. 이때부터 여성들 하나하나는 풍요의 여신들이 아니라, 바깥에서 사냥감을 구해오는 것을 먹는 존재, 사회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분류됐고, 그로 인해서 사회적 영향력이 작아졌다.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하지 않게 된 초기의 상황과는 달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못하는 구조적인 원인들이 쌓였고, 과거와 같은 여성 차별적인 세상이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어떤 특정한 시점에 만들어진 문제는 문화로 발전했고, 그것이 대대로 전해 내려오면서 그곳은 곧 법칙이자 공리가 됐다. 그리고 피해자들 자체도 피해자가 자신들의 사회 진출이 제한 돼 있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어떻게 보면 근대. 혹은 여성들에게 투표권조차 없던 시절에는 여성들이 자신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숨이 막혔던 시절이었다. 여기에서 숨막힌 차별이라는 것은 여성으로서의 해야 할 일이 명확하고, 그것이 고강도의 노동이었기에, 다른 것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는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자신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할 수 있을 만한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책을 만들었던 사람들 또한 대부분 여자였기에 이와 관련된 사례들 또한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모이는 사례 또한 드물 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들에게 할당된 일을 하려면 말이다.

하지만 현대 사회는 달랐다. 세탁기가 들어서면서 여성들의 노동시간은 엄청나게 줄었고, 수도관이 생기면서 물을 뜨러 멀리까지 않아도 됐으며, 가스시설 혹은 휘발유가 등장하는 등. 산업화 시대의 발전은 여성들에게 자신들이 차별받고 있는 현실에 대해 자각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뒤에 올 여성들에게>를 쓴 학자 또한 그러한 산물 덕분에 하버드대학 박사과정까지 갈 수 있었고, 지신이 처한 환경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공유할 사람이 생기면서, 이와 같은 역사적인 페미니스타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이 책은 페미니즘의 시초에 있지만, 태초는 아닐 것이다. 자신이 잘못된 환경. 불합리하게 차별받는 환경에 처해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그 현장에서 벌어진 차별 하나하나를 글로서 담아낸 것이 이 책이다.

이 한권의 책이 담고 있는 내용. 솔직히 나는 페미니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내용보다, 아무리 작은 차별이라고 하더라도 뒤에 올 여성들이 자신이 차별받고 있음을 자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인간은 끊임없이 순환한다. 몇 사람들이 갖고 있는 혁신적인 생각은 이 순환 시스템 안에서 사회 전반으로 공유되지 못하면 그대로 고사하고 말 것이다. 이 책이 페미니스트. 혹은 몇몇의 사람들에게 읽히는 것 이라면, 인류의 순환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남성중심의 사회는 굳건히 유지되는 사회에서 언젠가는 고사할 것이 뻔하다. 페미니스트들은 이 책을 역사의 일 부분을 담아낸 일반적인 문화사 책으로 만들지 못하면,, 그들의 현재의 운동은 역사에 남지 못한 채 미래에 올 사람들에게 잊히지 않을까. 불합리에 투쟁했던 수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내가 모르듯, 그들 또한 잊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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