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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거지 불행한 게 아니에요
김설기 지음 / 레터프레스(letter-press)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일을 하지 않고 도시의 그늘과도 같은 초야(?)에 묻혀 산지 어언 4년. 내가 초야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을 동안 나의 동무들은 필드라는 곳을 뛰어있으리라 생각을 한다. 한 친구는 시민들에게 따뜻한 물을 공급하는 공기업에서 마우스 버튼을 누르며 벨브를 눌렀다 놨다 할 것이고, 다른 친구는 승강기가 잘 돌아가는지 매일 확인 할 것이고, 한 친구는 자신의 회사 물건이 잘 팔리도록 마케팅을 하고 있을 것이다.
황금 세대. 그 어떤 세대보다 풍요롭게 자라고, 정해진 코스를 통해서 회사에 취직. 그리고 아이를 낳는다. 90년대 생들이라면 지금 누구나 겪고 있을 것이다.
나는 90년대 생중 가장 빠른 90년생이다. 앞에서도 말한 것처럼 내 친구들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부모님들이 가라고 해놓은 혹은 그 길로 가지 않으면 불안했기에 저마다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을 걸었다. 90년대생 대부분이 ‘자의반 타의반’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그런데 인생에서 누군가의 의자가 반씩이나 반영된 길을 가는 것이 과연 좋은 일인가? 그리고 그것이 과연 나의 길이라는 생각이 들까.
흔들리는 나침반은 그 방향을 틀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의 인생에서도 북쪽과 남쪽이라는 명확한 방향이 있는 것일까. 인생에서의 나침반은 무엇을 가리키고, 그 목표가 흔들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참고로 내 인생의 나침반 또한 흔들리고 있다. 이상하게 내 나침반은 북쪽을 가리키기 않으려고 엄청나게 흔들리고 있다. 전력을 다해서 북쪽을 가리기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지구의 자력이 모이는 그곳으로. 당연히 나침반이 가리켜야 하는 곳을 가리키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서 내가 어쩔수 없이 초야에 묻혀 4년을 지내는지 모르겠다.
<우울한 거지 불한한 게 아니에요>라는 책을 읽으며 나는 대번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의 동갑. 혹은 아래위로 5년인 나의 또래가 쓴 책이란 것을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고민은 내가 하는 고민과는 달랐다. 그리고 그녀의 고민은 한편으로 내가 했던 걱정했던 고민이었다. 우울하고 불안한. 이 일이 내 일이 아닌 것. 나와 나개 하고 싶은 일이 일치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강력한 내적 불안정. 나는 그 불안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이렇게 저항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하건데, 북쪽을 가리키고 그 방향으로 간 사람들. 그 사람들 또한 나름대로 충실히 그들 나름대로 행복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꿈은 북쪽이 아니지만 이제 북쪽에 집을 짓고 아이를 낳고, 그 안에서 생활을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