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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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은 어떻게 창조가 될 수 있나.

 

흔히들 편집을 생각할 때면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올려놓는 것을 생각하곤 한다. 아마 우리가 이런 식의 창조를 생각하는 주된 이유는 우리가 이런 식의 편집만을 그동안 해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편집과는 별로 큰 상관이 없는 이야기지만 우리나라라는 지형을 한번 보도록 하자. 우리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는 하나밖에 없다. 북한이다. 하지만 국경만 접하고 있을 뿐 우리는 그 곳을 지나가지도 못한다. 우리나라는 섬이다. 그것도 아주 이상한 섬이다. 북쪽으로는 갈 수 없는 아주 이상한 섬이다. 국경은 닿아있지 않지만 주위에 있는 국가들을 보도록 하자, 미국, 일본, 중국. 정말 어마무시한 나라들의 영향권 안에 둘러싸여 있다. 우리는 기본 정치적으로 뭐 하나를 잘못하면 주변 국가들에게 떡이 되도록 맞고 살아온 역사로 가득 하다. 그리고 또한 교류를 할 국가들 또한 거기에서 거기밖에 없다.

국사를 한창 공부할 때 우리나라가 외국과 많이 교류했던 때는 있었던 것 같다. 고구려라는 거대한 나라가 중국과 싸울 준비를 할 대면 언제나 중국 후방에 있는 국가들과 연합해서 고구려가 중국을 견제했다고 한다. 물론 군사적인 이유가 다분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넘어서 다른 국가와 활발하게 교류한 것은 고대사를 따져보면 고구려밖에 없을 것이다. 고구려가 망한 뒤 신라는 뱃길로 머나먼 나라들과 교류를 했다지만 국경을 접하지 않고서는 그들이 신라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통일신라 이후 고려나, 조선 때도 우리가 교류를 할 수 있는 국가들은 언제나 같았다.

<, , >라는 책을 보면 오늘날의 중국은 너무나도 다른 민족들이 이질적으로 통합되어있고, 유럽은 반대로 분화되어 있다. 비슷한 문자와, 말을 하지만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제각기 찢어진 사람들은 수 천년간 서로가 서로에게 수많은 영향을 미치며 살아왔다.

! 우리나라 이야기 하고 있다가 좀 이야기가 딴 대로 샌 것 같다. 간단히 말하면 유럽과 우리나라를 한번 비교해 보자. 유럽 국가들은 3국가 혹은 4국가들과 국경을 접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가들은 유럽이란 대륙에 널려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니다. 앞에서도 비슷하다. 유럽은 정치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사회라면, 우리는 그런 시험을 하기도 힘들고,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감히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힘들다. 내가 하나마나 한 말을 이렇게 길게 한 이유는 정치적으로는 이렇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군부에 의해 오랜기간 통치되지 않았던가. 우리나라에서 활발한 변화라는 것은 마치 신기로와 같은 것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편집은 어떻게

 

변화를 할 마음이 있다고 했을 때 과감히 변화할 수 있는 것. 우리나라는 모방할 수 있는 나라도 주변에 딱히 없었고, 모방을 하겠다는 마음조차도 갖기 힘들었던 나라다. 우리나라가 무언가를 바꾸고 싶다고 했을 때 그것은 매우 이전과 비교해 티가 별로 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아랫돌을 빼서 윗돌에 옮겨놓은 상황이 계속해서 벌어진 것이나 다름없다.

김정운의 <에디톨로지>가 나에게 준 인사이트는 하나였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창조라는 개념은 상당히 미미할 수 있는 변화가 상당히 큰 변화를 이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편집이라는 것을 얼마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와 구조가 마련되어 있느냐! 그것이 핵심이 아닐까 나는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때 창조 경제를 해야 한다고 오만가지 사업을 다 벌였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도 스타트업을 양성하겠다며 여러 사업들을 벌이고 있지만 현재의 경직도니 체제에서는 잘 안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국외의 정치적으로만이 아니라 국내 정치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경직되어 있다. 단순히 주변에 나라가 없다는 차원을 넘어서 그 안 또한 이렇게 경직되어 있는데 과연 창조가 일어날 수 있을까. 책을 덮으며 왠지 모르게 한숨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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