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우리나라는 3면이 배다로 둘러샇여 있다. 그런데 이 3면이 모두 한 바다라고 나는 중학교 때 배웠던 것 같다. 솔직히 실망이었다. 한 면은 인도양, 한 면은 대서양, 한 면은 태평양과 닿아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나는 지울 수 없었다. 3면이 바다인데 그 삼면에 세계의 3바다와 닿아있으면 웬지 모를 조화로움 혹은 뭔가 정리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해와 남해 그리고 동해 바다가 대서양, 태평양 그리고 인도양과 연결 됐으면 좋겠다는 나의 발칙한 생각은 아마 이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없을 것이라 생각된다.

중학교 때인가. 나는 동해와 서해에 각각 가본적 있다. 남해도 가본적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당시 목격했던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의 모습은 분명히 달랐다. 태평양이라는 똑같은 바다에 속해 있으면서도 이 세 바다는 각각의 저마다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동해에서는 웬지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조그만 걸어도 땅이 푹 꺼지는 듯, 파도는 내 머리위로 몰아쳤고, 서해에서는 무슨 똥물 같은 황색 파도가 나를 덮쳤다. 남해는 이 둘의 중간쯤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 한 바다 안에 있지만 세 바다가 보여준 바다의 다양한 모습은 나로 하여금 모든 모습의 바다를 봤다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그런데 대서양이란 바다도 있다니.

태평양과 대서양은 거대한 땅 두 개를 잇는 땅의 줄기로 인애 갈라져 있었다. 남미와 북미를 잇는 중미라는 굵고 단단하며 긴 땅줄기. 누군가가 거대한 두 대륙을 잇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것 같은 이 기나긴 땅줄기는 앞에서도 말했듯 거대한 바다 두 개를 가른다. 이것 또한 나의 상상력이 미치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대. 3개의 가지각색의 이미지를 품고있는 거대한 하나의 바다. 그 바다를 건너 거대한 땅덩어리를 한참 지나면, 거기에 또 거대한 바다가 하나가 있을 것이란 이야기는 내가 세계 지도를 보지 않았다면 신화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나의 상상력이 미치지 않으니 콜롬버스의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바다에는 쿠바라는 자그마한 섬나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곳 또한 나는 상상해볼 수 없는 이상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쿠바는 가난하다. 경제적으로 후지다고 볼 수 있다. 쿠바는 독재자에 의해 통치되는 나라다. 정치 체제도 후지다고 볼 수 있다. 정치 경제면에서 후진 이 나라는 극단적이다라고 표현해도 될만큼 평화로운 나라다. 정치와 경제간의 강력한 갈등의 알지 못할 견제에 의해 만들어지는 우리나라의 평화가 아니라, 그 나라는 가난해도 그리고 독재자에 의해 다스려져도 평화로운 나라라는 것이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차원을 넘어서, 쿠바라는 나라는 정말 여러모로 대한민국 사람이 상상이 불가능한 나라가 아닌가 싶다.

<코카-콜라 쿠바:>는 이 불가능해 보이는 나라에 대한 여행 에세이다. 하지만 평범한 여행 에세이와는 다르다. 대부분의 여행 에세이들은 자신이 여행을 하며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어떠한 볼거리가 있는지를 독자에게 호소한다. 예쁜 풍경, 예쁜 조형물, 예쁜 음식들. 이국적인 것에 대해서 호소할 뿐, 그 나라의 정치 사회적인면 조명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여행 에세이는 그런 가벼운 주제를 다루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코카-콜라 쿠바는 조금 다르다. 여행 에세이 이면서 감시 정치에 대해서 한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 교묘하게 다룬다. 너무 재미있어서 쿠바의 역사를 배우며, 그것이 여행이라 착각이 들 정도다.

비록 여행 에세이 치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 있을가 싶다. 그런데 재미있었다. 좋았다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전체선택 장바구니에 담기

0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