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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물리 이야기 ㅣ 잠 못 드는 시리즈
션 코널리 지음, 하연희 옮김 / 생각의길 / 2018년 3월
평점 :
검은색 칠판 사이로 희색 분필이 마구 날아들었다. 노 선생은 학생들에게 자신이 하는 수업에서 물리를 이해시키기 위해 한 온 몸으로 땀을 뿜으며 있는 힘껏 물리 이론들을 설명했다. 학생들은 노 선생의 “노트를 열어봐요!”라는 말에 맞춰 선생이 칠판에 그린 그림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자신의 노트에 적었다. 팔은 아프도록 움직이는데 머리에는 어떤 찌릿한 자극도 주지 못하는 수업이었다. 노 학자가 숨막힐정도로 칠판에 적은 수많은 공식들을 학생들의 숨막히게 하고 마비시키는 시각적 효과밖에 갖고 있지 않았다. 어떻게 질량이 속도라는 것과 곱해지는지, 왜 그 결과가 운동량이라 불려지는지 등등등. 한 여름 칠판에 수식을 적는 교수는 숨이 찼고, 이를 이해 못하는 학생들의 뇌 또한 숨이 찼을 것이다.
이것은 물리를 접했던 첫 번째 기억이다. 무언가 선생이 신묘하고 대단한 것을 가르친다는 생각은 들지만, 나는 전혀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물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내가 궁극적으로 저것을 통해 무엇을 얻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선생은 학생들에게 입체적인 수업이랍시고, 가끔가다 진자라는 것을 들고와 학생들에게 뭔가 대단한 것이라는 듯 설명을 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도, 물리라는 이름만 붙여지면 어렵고 복잡한 것이 됐다. 어쨌든 물리는 일상에 있는 것이면서도, 일상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상한 언어였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물리 야이기>라는 책을 보며 과거 생각이 났다. 자신이 ROTC였다는 것과 대학생 때 기숙사에 몰래 들어가려다 탱자나무에 눈을 찔려 한쪽눈이 잘 안보인다는 노 과학 선생이 생각났다. 유연하게 권위적인 인간. 재미없는 수업. 이 두가지 키워드 말고는 그의 수업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다. 물리를 이해하고 싶은 학생입장에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않고, 자식이 갖고 있는 지식을 그저 나르기만 하듯, 학생들에게 주는 사람이었다. 자신이 나르는 것을 학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해 보지도 않고, 어떻게 다듬어서 주어야 하는지도 모르는 과학 선생님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선생님이 과연 이 책에 나온 내용처럼 물리를 설명했더라면 내가 과거에 물리와 친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