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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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조정래

 

조정래 작가님은 한국 근현대사 소설을 집필하신 분이다. 그 소설들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다. 이 세편의 대하소설들 중에서, 우선 나는 <한강>이라는 책을 읽었다. 지금도 이 책의 첫 장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 떠오른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총 10권이라는 것에 놀라서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우선은 첫 번째 책만 읽자. 첫 번째 다 읽었는데도 뒷내용이 궁금하지 않는다면, <한강>을 읽지 말고 역사책이 보자.’라고 속으로 말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은 지 20분 만에 그 소설에 빠져있었다. 읽기 시작한지 채 하루도 안 되어서, 첫 번째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의 (독자를 이끄는)마력 때문인지 일주일 만에 전체 완독을 했다.

 

나한테 이 책은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시켜준 고마운 책이다. 부모님께서는 이면지인 A4를 쓰지 않고 버리는 행태에 대해서 꾸중을 하셨고, 함부로 음식을 남기고 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도 꾸지람을 주셨고, 더불어서 부모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때는 왜 그런지 부모님을 이해하지는 못했고, 단순히 고생담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렇지만 <한강>을 읽고 나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즉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었는지를 알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지금의 ’나‘를 키워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외면하는 벽>라는 책은 조정래 작가가 70년대에 쓴 단편 소설들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인 <외면하는 벽>은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들 중 하나의 제목인 것이다. <외면하는 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파트에 살았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서거를 하시게 되자, 그 집의 이웃들인 윗집 아줌마, 아랫집 아줌마, 그리고 옆집 아줌마가 불편하다는 감정을 갖는다. 윗집 아줌마는 잠자리 밑에 시체가 있어서 ‘불쾌하다’고 여기고, 아랫집 아줌마는 머리위에 관을 이고 자는 것 같다고 ‘불쾌하다’고 여기고, 옆집 아줌마는 ‘곡 하는 소리가 싫’어서 불편함을 느낀다.

 

p260

준수엄마가 지칠 줄 모르고 곡성이 흘러나오고 있는 쪽을 두려운 눈길로 흘끔 말했고,

“준수 네는 위층이니까 우리 버담은 낫지 뭐요. 우린 시첼 머리에 이고 당장 오늘 밤을 어떻게 지내요. 글쎄.”

영주엄마가 울상이 되었다.

“우리라고 나을게 뭐 있어요. 영주네가 시첼 이고 있다면 우린 시첼 깔고 있는 거 아녜요. 시첼 등 밑에 깔고 잔다고 생각해 봐요. 더 징그럽지.”

 

이들 세 여자는 ‘자신들만의 불쾌한 감정’만 중요시 여긴 채, 아파트 통장을 앞장세워서 그곳(상가 집)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간다. 그곳에 들어간 통장은 유가족들에게 차가운 감정을 입 밖으로 내면서 말을 했다.“ 가정위례준칙에 의하면 큰소리로 우는 건 삼가 주셔야 되겠습니다.” 라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상주에게 말한다. 그 상주는 이들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말한다. 그 날 저녁 장의사들이 와서 관에다가 못질을 하고, 다음날 아침, 유가족들은 그곳 아파트를 떠난다. 아파트 입구를 통과하자 할머니는 참아왔던 울음을 쏟아내면서 다음과 같으 말을 한다.

 

p277

"여보 ,여보, 날 버리고 혼자만 가면 어떡해요. 이런 세상에 날 버리고 가면 난 누굴 믿고 살아요. 나를 데리고 가요, 여보, 나도 함께 가요, 여보오 ······.“

 

아~~ ‘자신만의 기분만’을 중요시 여기는 이웃들의 모습.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감정만’을 중시하는 모습.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 법이란 차갑고 강한 무기로 위협하는 모습.

 

나는 이 책의 내용 보다는 덜한 상황을 겪고 있다. 우리 집 앞에는 90년대 초에 건설된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서 또는 편의점을 가기 위해서, 나와 주변 이웃들은 그 아파트 단지 안을 가로 질러서 다닌다. 얼마 전, 경비실 벽 앞에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아파트 단지 외부인 출입금지]. 그 플랜카드가 걸린 이유가 궁금해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조그만한 목소리로 “외부인들이 아파트를 지나다니면 아파트 집값이 떨어 질까봐” 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들 아파트 주민들은 ‘외부인들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서, 집값이 떨어 졌다’ 라는 망상에 빠져있어서, <아파트 단지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사람들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그 내용을 담은 플랜카드를 마치 사법고시 패스해서 걸어놓는 것들 마냥 아주 당당하게 걸려있었다.

 

이들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가 전체 공동소유라서 그곳안의 도로도 아파트 단지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법 실체도 없는 법으로 호도하고 있는데,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아주머니가 말씀 하신 법은 우리나라에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즉, 도로는 공공재적 성질을 띄고 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 말입니다. 그리고 아주머니께서는 마치 법을 다 알고 있어서 정의의 사도 인양 행세하는데, 그런 행동 하지 말아주세요. 그런 엉터리 법으로 가지고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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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군대의 장군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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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군대의 장군-이스마일 카다레

 

장군은 알바니아로 간다. 20년 전, 당시 적지였던 알바니아로 가서, 그곳에서 죽은 자국 군인들의 유해를 발굴해서 본국으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알바니아에 도착하자, 장군은 전사자 신상 목록에 의지해, 과묵한 신부를 유일한 동반자로 삼고 인부들과 함께 묏자리를 찾으며 유해를 발굴해 나간다. 장군이 알바니라 국토를 전전하면서 죽은 자국 군인들의 유해를 찾는 작업은 일종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패자의 복수심과 과거를 다시 쓰고자 하는 비장한 바람을 품은채, 장군은 가파른 사간지대와 황량한 평야에서 비와 안개와 추위는 물론 거치고 무뚝뚝한 알바니아인들의 원한 어린 눈길과 맞서며 과업을 완수해 간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추악하고 부조리한 전개의 진실이다. 전쟁 중에 탈영하여 알바니아인의 머슴으로 일했던 자국 군인의 일기장을 입수하고, 카페 주인으로부터 도시에 들어섰던 갈봇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되며, 최종적으로 어느 결혼식에서 만난 한 노파를 통해 자국 국민 모두의 존경을 Z대령이 전쟁 당시 비열한 악행을 저지른 장본인이었음이 밝혀지자, 장군은 자신의 임무에 대해 품고 있던 환상에서 완전히 깨어난다. 긍지에 찬 열정이 사그라지고 임무의 의미가 상실되는 순간 오만했던 장군의 정신세계는 와해되고 만다.

 

p149

장군이 이렇게 설명하자 신부가 받아쳤다.

“알바니아인들은 그들에게 닥친 위험을 늘 과장하곤 합니다.”

“한데 한 가지 납득이 안가는 게 있어요. 일단 우리가 항복하고 나자 우리한테 악착스럽게 굴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반대 였죠. 전시의 동맹국들이 우리 쪽 사람들을 보는 족족 사살할 때 불쌍한 우리 군인들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신부님도 기억하시죠?”

“물론입니다.”

“알바니아에 머물었던 우리군대의 처량한 결말입니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무기와 계급장과 메달을 소지한 그들이 하인이 되고, 막노동꾼이 되고, 농가의 머슴이 되다니······· 그들이 했다는 그 일, 생각만 해도 얼굴이 달아 오릅니다. 생각나십니까? 어떤 대령은 알바니아 가정에 들어가 속옷을 빨고 양말을 뜨기도 했다지 않습니까!”

 

역사를 통해서 보면, 다른 민족을 없애기 위해기 전쟁을 하는 모습을 보면 꼭 한마디를 한다. 지금 무력을 쓰는 행위는 단순히 피부림 부리는 것이 아니라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인 이스마일 카다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을 침략하는 행위인 폭력 및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숭고한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전쟁은 부질없는 행위’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소설 속 장군은 알바니아로 가기 전에는 알바니아에게 전쟁 패배를 해서 그에 대한 적계심을 품고 있었다. 그렇지만 알바니아로 가서 유해 발굴 작업을 하면서 그 당시 자국의 군인들이 한 행위들을 들으면서, 장군이 여기 오기 전부터 간직한 죽은 군인들의 이미지가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도 일본 침략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이 있다. 과거 일본 식민지를 겪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일본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이들은 시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특히, 그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우리들이 강제적으로 정신대, 위안부로 이끈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들어 온 것이 아니냐,” 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 중 일부가 이러한 말을 발언하고 있는데, 과연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지금까지 일본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생존하고 있는데, 이미 역사에도 그들의 행동들을 기록했는데, 정녕 이들은 모른다는 말인가?

 

최소한 소설 속의 장군처럼 다른 국가들로 가서 자국 군인들이 했던 치부들 보아야 하지 않는가. 과거에 어떻게 했던 모습들의 똑똑히 보아야 하고, 최소한 지금까지 생존하신 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하지 않는가? 한일 협정문에서 이미 보상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뻔뻔함에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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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 -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
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 지음, 김범수 옮김 / 용오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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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NHK무연사회 프로젝트

 

p144 무연사회란 무엇인가를 미즈노씨에게 배우게 되었다.

“다른 사람과의 인연이 없어지는 것은 살아 있는 채로 고독사 하는 것과 같은 것이지요.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하고 자신도 아무런 역할도 하고 있지 않다면 살아 있는 거나 죽는 거나 마찬가지지요. 존재가 없어지는 것과 다르지 않은 것 아닙니까. 그래서 사람과의 인연은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연사회는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회를 의미한다. 이 단어를 단순히 생각하면은 ‘쿨한 삶을 살다 가는 구나.’라고 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무연사회라는 단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내포한다. 자신이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다가올 때 또는 다가오고 있는 것을 인식할 때, 주위에 도와줄 사람이 없어서 쓸쓸히 ‘홀로 죽음을 맞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홀로 살다 홀로 돌아가신 자를 행려사망자라고 말한다. NHK무연사회 프로젝트팀은 관공서에서 행려 사망자에 대한 자료들을 부분적으로 가지고 있어서 일일이 전화해서 행려사망자를 알아냈다고 한다. 이렇게 조사한 일본 행려사망자의 수는 연간 3만 2000명 정도이다.

 

NHK무연사회 프로젝트팀은 신문에 나온 행려사망자의 삶을 역 추적을 해서 왜 이러한 죽음을 겪게 되었는지를 조사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앞으로 무연사회는 유지 될 것이며, 지금 20대의 경우, 지금보다 악화된 사회를 경험할 것(지금보다 행려사망자의 수는 증가함)이다. 이 팀에서 무연사회가 초래한 이유를 개인주의, 독신가족 증가, 비정규직 증가, 핵가족 사회의 추세 등이라고 선정했다.

 

오늘날 가족은 예전에 비해 ‘가족의 의미가 축소된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예전에는 3대가 같이 살면서 누군가가 아프거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가 되면, 서로가 도와주었다. 그렇지만 오늘날은 핵가족을 넘어 독신주의가 팽배해지고 있어서, 오히려 사람들과 같이 있는 것이 어색하고 불편하게 여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오늘날 부부이혼률은 3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하고 있을 정도로 독신주의가 커져가고 있다. 또한 노인들은 자식들과 같이 살고 싶다 라기 보다 노년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 또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라는 이유로 홀로 살아가고 계신다. (1인 노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하여 무연사의 확률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p113 부모와 형제 같은 가족이 떨어져 사는 생활방식. 요즘 시대에는 누구라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경우도 부모는 오사카에 남동생은 센다이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 일이 바쁜 것도 있지만 부모님이 계신 곳에 가는 일은 거의 없고 전화도 3개월에 한번 걸면 다행이다. 만약 부모님이 집에서 쓰러져 있어도 떨어져 사는 내가 알아차릴 수 없다. 다테야마씨의 경우를 취재하면서 자신의 주위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느껴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연사의 증가는 단지 일본사회만 있는 특수한 경우인가? 아니다. 한국도 이러한 위험 노출이 되어 있다.

초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낫고 만혼, 미혼 추세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이 처한 상화도 일본과 별로 다를 게 없다 통계청등 여러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1인 가구는 최근 30년 동안 10배 이상 증가해, 전제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10년 현재 24.4%이다. 1-2인 가구의 70%안팎이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며, 빈곤인구의 절반이상이 1-2인 가구에 집중되어 있다. 65세 이상 노인 5명 중3명은 자녀와 따로 산다. 부모를 부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식들은 36%에 불과하고 자식과 함께 살고 싶다는 부모도 29%에 그친다. 50세가 다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서울의 미혼인구는 최근 40년간 7배 늘어나 150 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p283 노인 빈곤율OECD 1위라는 통계기 말해주 듯이 고령자 사회안전망이 부실하기 짝이 없는 한국의 현상은 어쩌면 일본보다 더 심각하거나 앞으로 훨씬 심각해 질지도 모른다. 무연사만 놓고 보더라도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연고자 없이 홀로 숨진 사람이 270명이며 이 숫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한국일보 2012/02/01 14면)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누구에게도 짐이 되고 싶지 않다’의식이 이렇게 무섭게 다가오는 세상에서 나는 살고 있다.

과연 이 짐이란 무엇을 위미하는가? 단순히 보살핌을 당한다고 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인가? 누구나 살면서 그런 경우를 처하지 않은가? 왜 ‘짐’을 단순히 의지하는 의미로 생각되어지고 있는가? ‘짐’이라는 단어는 단순히 타자에게 의지하는 것이 아닌 남을 믿는 것이고, 그와 더불어 남에게 신뢰를 받는 관계라고 여기면은 안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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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안 풍경 전집 - 김기찬 사진집
김기찬 지음 / 눈빛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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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안 풍경 전집-김기찬

 

<골목안 풍경 전집>을 처음으로 본 것은 한달 전 입니다. 그때 구매할 역사책이 실제로 유용한지를 조사하려고, 저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서점에 가기 전에 이미 인터넷으로 구매할 책을 따로 적어 놓아서, 책들을 손쉽게 찾았고 내용도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서점에 들어 간지 한 시간정도 지나니, 구매할 책과 말아야 할 책에 대한 구분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초기 목적을 끝마치고, 시계를 보니 5시여서 집에 돌아가기 애매한 시각이 였습니다. 그 시간에는 전철 안에 퇴근할 사람들로 붐빌 시간이여서, 저는 그냥 서점 한 둘러보고 나중에 집에 가자 라는 생각하고, 찬찬히 서점 안을 돌아 다녔습니다.

 

처음 발길을 향한 곳은 카메라 판매하는 곳입니다. 전시된 DSLR 카메라를 들어 보면서 셔터도 눌러 보고 무게도 가늠해 본 다음, ‘형이 나중에 돈이 생기면 그때 형이랑 집에 같이 가자’ 라는 아쉬움을 간직하면서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바로 옆에 전시되고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눈길이 갔습니다. 유리관 안에 전시된 폴라로이드는 후지에서 생산된 카메라가 아닙니다. 이 카메라는 클래식 폴라로이드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폴라로이드로 촬영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아날로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촬영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사용하는 카메라가 이 클래식 폴라로이드입니다. 유리벽 밖에서 이 사진기를 바라보니, 저는 ‘정말이지 매혹적이면서 도도함이 풍긴다.’ 라는 감정을 받았습니다. 이때도 수중에 현금이 없어서, 그 카메라에게 ‘오빠가 나중에 돈이 생기면 그때 오빠가 데리러 올게, 그때 까지만 참아.’ 라는 눈빛을 보내고, 뒤돌아 사진 분야 서적으로 갔습니다.

 

그때도 다양한 사진집이 꽂혀 있었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골목안 풍경 전집>입니다. 다른 사진집에 비해 두께와 무게 면에서 압도적으로 두껍고, 무거워서 눈길이 갔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찬찬히 펼치면서 김기찬 작가님의 시각으로 본 골목안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렇게 골목안 모습에 매료가 되어 40분 동안 책장을 넘기면서 사진을 바라보았는데, 배고픔과 피곤함을 느껴서 시계를 보니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이제 몸도 피곤 하니, 집에 가면서 사진들을 봐야지’라는 맘을 품고 책 뒷면 가격을 확인했는데, 그 자리에 다시 책을 놓았습니다. ‘선생님, 나중에 꼭 다시 와서 볼께요.’ 라면서

 

한달 뒤에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곧바로 대출하고, 오늘에서야 다 보았습니다.

찬찬히 종이를 넘기면서 사진을 보는데, 저한테는 참 낯설게 다가 왔습니다. 사진 속 골목안의 모습은 TV속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장면이 였습니다. 저는 그 사진 속 모습만 보고 생각을 했다면, ‘우리나라 70년대 시절에 이렇게 어려웠었구나’ 라고 지레 짐작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진 왼쪽 맨 아래 촬영날짜와 장소를 보고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1990년 5월 도화동” 써 있던 것이 였습니다.

 

제가 왜 이 문구를 보고 놀랐냐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80년 후반 태생이고, 지금까지 쭉 서울에서만 살아왔습니다. 제가 성장하면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은 4차선 도로와 주변의 아파트 단지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1990년 ’라는 사진을 보게 되면, 같은 하늘아래 서울에서 한쪽은 아파트가 건설되어서 도시화로 꾸며지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사진 속 골목안 풍경처럼 예전 모습 그대로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특히 김기찬 선생님의 작품 중에서 골목 안에서 집들과 신식 빌딩이 대비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기억하고, 생각했던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서 따뜻했던 인간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같이 지나갈 정도의 폭밖에 되지 않는 골목길에서 이웃 사람들과 같이 담소를 나누고, 아이들은 돗자리위에서 책을 보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나는 내 주위 사람들의 얼굴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라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씁쓸한 기분만 느꼈습니다.

지금 서울시내에 사진 속 골목길이 얼마나 존재할까? 지금 서울 대부분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점점 포장도로로 시내 내부를 꾸미면서 점점 골목길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제가 알고 있는 골목길이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 홍제동의 개미마을입니다. 이 마을 산꼭대기 중 일부분은 사진 속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작년에 그곳을 다녀왔을 때, 대부분의 집들이 빈 곳이여서 이곳도 조만간 개발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들이 가기 좋은 요즘 날씨에, 저는 혼자서 선생님처럼 그곳 골목안을 찍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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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 - 뉴욕타임스 부음 기사에 실린 지상의 아름다운 별들에 관한 기록
유민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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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장-유민호

 

행장(obituary): 죽은 사람의 주변인물이 성명, 자호, 관향, 관작, 생년월일, 자손록 그리고 평소의 언행 등을 서술하여 후일 사관들이 역사를 편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료

 

요즘 tv를 예전만큼 즐겨보지는 않지만, 3개의 프로그램만큼 꼭 본방사수를 한다. 만일에 본방을 못 보면, 주말에 방영되는 세 프로그램의 재방송을 본다. 내가 이만큼 애착을 갖는 프로그램은 <무한도전>, <런닝맨>, <생활의 발견>이다. <무한도전>, <런닝맨>들은 일주일 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주어서 보고 있으며, <생활의 발견>은 우리 사회의 모습을 알 수가 있어서 시청한다. 특히 생활의 발견은 정말이지 꼼꼼히 시청을 한다. 그만큼 나머지 2개 프로그램보다 본방 사수율이 높은 편이다.

 

<생활의 발견>의 매력은 달인들이 일하는 모습이다. TV화면 속에서 그들이 일 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와~~~~” 라는 감탄사만 입 밖으로 세어 나온다. 그 만큼 달인들은 인간의 한계(상식으로써의 한계)를 넘어선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가장 기억 남는 것은 달인은 ‘자동차 세차 달인’이다. 이 달인은 물총으로 다양한 곳까지 차를 세차한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차 문틀 부분인 난간 쪽을 물총으로 쏘아가면서 청소를 하는데, 차안 시트 쪽으로는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는 그의 실력을 보면서 “~~~~와와~~~~~~” 라는 소리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달인의 삶의 모습을 보여 준다는 것이다. 즉 우리들 서민들의 삶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라서 선호한 것이다. 매스컴은 우리들의 삶을 잘 보도하지 않는다. 매스컴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점은 기업의 CEO, 정치인, 연예인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인물들이다. 그들이 우리사회의 발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에 주로 보도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과연 그들만이 사회 발전에 기여했을까? 아니다.

지금의 발전된 사회 모습은 단지 이들 때문이 아니라, 온 국민이 협력해서 지금과 같은 사회를 이룬 것이다. 사회 속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사회’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생활의 발견>이 ‘지금 이 순간’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린것이라면, 이 책의 <행장>은 신문 부음 기사 란에 적힌 인물들(미국은 우리와 다르게 부음 기사 란에 유명인사만 기술하지 않는다. 유명 인사가 아닌 평범했던 우리 이웃을 기술함.)을 다시 조사해서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고, 어떠한 행동을 해서 이 사회에 기여를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책이다. 거슬러 가보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유진 니다’ 이다.

유진 니다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이자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바이블(성경)의 현지어 번역에 생을 건 사람이기도 하다. ‘히브리어로 쓰여진 바이블을 어떻게 하면 현지어로 쉬우면서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가 유진 니다의 삶의 중심과제였다. 세계 각국의 언어와 문자에 스며있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무려 85개 나라를 유랑한 인물이기도 하다

 

기독교신도들에게 바이블은 하나님 즉 신의 말씀을 적힌 책이다. 일부 신도는 그의 말씀(바이블)을 각 지역의 문화에 맞게 번역하는 것은 신을 모독한다고 느낄 것이다. 그렇지만 성경에 적혀있는 단어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에게 강압적으로 적혀있는 내용을 그대로 알리는 것이 얼마나 하나님 말씀의 의미를 알 수 있겠는가를 한번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p131 “올리브 나무와 사막을 한 번도 본적이 없고, 낙타와 당나귀가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맞춤형 바이블 번역이 필요하다. 얼음, 눈, 물개, 해마 같은 단어들이 대신 들어갔다.

 

바이블의 잠재된 내용을 제대로 알리려고 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문화에 맞게 변형을 해야 한다. 즉 말씀의 형태들은 달라졌지만, 바이블이 간직하고 있는 의미는 전달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나다의 노력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니다의 생각이 반영된 바이블이 출판되고 있다.

 

p132 나다가 제창한 바이블 번역은 1970년대 중반부터 크리스찬 역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었다. 미국 바이블협회(ABS)가 발간한 전 세계200개 언어로 번역된 바이블의 대부분은 니다의 생각을 반영해 출간되다. 바이블에 등장하는 동일한 의미의 단어를 하나로 통일해 전달하는 알기 쉬운 바이블 번역 작업도 니다의 생각에 따른 것이다,

 

지금의 한국은 세계 경제 순위 13위와 1인당 GDP는 2만 달러이다. 그리고 이 작은 나라 안에 세계적인 기업들이 있을 정도로 강한 나라이기도 하다. 분명 예전보다 삶의 질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6.25 전쟁 휴전을 기점으로 전 세계의 구호물품을 받는 나라에서, 그 이후인 60년 뒤에는 다른 나라들이 한국을 자신들의 국가모델로 설정하고 있다.

오늘날의 한국을 있게 한 것은 ‘소수의 엘리트, 기업인들’만이 이룩한 것들이 아니라 1970년대에 “잘 살아보자” 목적으로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높은 수준의 근로시간을 견뎌내야 했다. 그리고 독일에 취업한 남녀들은 그 나라에서 선호도가 낮은 직업을 선택 받아야만 했다. 남자들을 광부로써 생활을 하고, 여자들은 치매병원 간호사로써 근무를 하면서 벌어들인 외화를 본국으로 보내야만 했다. 너무나 우리 주변에 같이 있어서,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이 모여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된 것이다.

 

P.S <생활의 발견>을 보면서, 어두운 지상에 작게 빛나고 있는 별들인 달인들을 보면서 앞으로 열심히,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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