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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면하는 벽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2년 4월
평점 :
외면하는 벽-조정래
조정래 작가님은 한국 근현대사 소설을 집필하신 분이다. 그 소설들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이다. 이 세편의 대하소설들 중에서, 우선 나는 <한강>이라는 책을 읽었다. 지금도 이 책의 첫 장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이 떠오른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총 10권이라는 것에 놀라서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나는 ‘우선은 첫 번째 책만 읽자. 첫 번째 다 읽었는데도 뒷내용이 궁금하지 않는다면, <한강>을 읽지 말고 역사책이 보자.’라고 속으로 말했다. 첫 페이지를 넘기면서 읽은 지 20분 만에 그 소설에 빠져있었다. 읽기 시작한지 채 하루도 안 되어서, 첫 번째 책을 다 읽었다. 이 책의 (독자를 이끄는)마력 때문인지 일주일 만에 전체 완독을 했다.
나한테 이 책은 ‘부모님의 심정’을 이해시켜준 고마운 책이다. 부모님께서는 이면지인 A4를 쓰지 않고 버리는 행태에 대해서 꾸중을 하셨고, 함부로 음식을 남기고 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도 꾸지람을 주셨고, 더불어서 부모님는 그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신다. 그때는 왜 그런지 부모님을 이해하지는 못했고, 단순히 고생담이라고 치부해 버렸다. 그렇지만 <한강>을 읽고 나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다. 즉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었는지를 알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지금의 ’나‘를 키워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외면하는 벽>라는 책은 조정래 작가가 70년대에 쓴 단편 소설들을 엮은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인 <외면하는 벽>은 책에 수록된 단편소설들 중 하나의 제목인 것이다. <외면하는 벽>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파트에 살았던 할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서거를 하시게 되자, 그 집의 이웃들인 윗집 아줌마, 아랫집 아줌마, 그리고 옆집 아줌마가 불편하다는 감정을 갖는다. 윗집 아줌마는 잠자리 밑에 시체가 있어서 ‘불쾌하다’고 여기고, 아랫집 아줌마는 머리위에 관을 이고 자는 것 같다고 ‘불쾌하다’고 여기고, 옆집 아줌마는 ‘곡 하는 소리가 싫’어서 불편함을 느낀다.
p260
준수엄마가 지칠 줄 모르고 곡성이 흘러나오고 있는 쪽을 두려운 눈길로 흘끔 말했고,
“준수 네는 위층이니까 우리 버담은 낫지 뭐요. 우린 시첼 머리에 이고 당장 오늘 밤을 어떻게 지내요. 글쎄.”
영주엄마가 울상이 되었다.
“우리라고 나을게 뭐 있어요. 영주네가 시첼 이고 있다면 우린 시첼 깔고 있는 거 아녜요. 시첼 등 밑에 깔고 잔다고 생각해 봐요. 더 징그럽지.”
이들 세 여자는 ‘자신들만의 불쾌한 감정’만 중요시 여긴 채, 아파트 통장을 앞장세워서 그곳(상가 집)으로 우르르 몰려 들어간다. 그곳에 들어간 통장은 유가족들에게 차가운 감정을 입 밖으로 내면서 말을 했다.“ 가정위례준칙에 의하면 큰소리로 우는 건 삼가 주셔야 되겠습니다.” 라는 감정 없는 목소리로 상주에게 말한다. 그 상주는 이들의 의견을 따르겠다고 말한다. 그 날 저녁 장의사들이 와서 관에다가 못질을 하고, 다음날 아침, 유가족들은 그곳 아파트를 떠난다. 아파트 입구를 통과하자 할머니는 참아왔던 울음을 쏟아내면서 다음과 같으 말을 한다.
p277
"여보 ,여보, 날 버리고 혼자만 가면 어떡해요. 이런 세상에 날 버리고 가면 난 누굴 믿고 살아요. 나를 데리고 가요, 여보, 나도 함께 가요, 여보오 ······.“
아~~ ‘자신만의 기분만’을 중요시 여기는 이웃들의 모습.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고 ‘자신의 감정만’을 중시하는 모습.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 법이란 차갑고 강한 무기로 위협하는 모습.
나는 이 책의 내용 보다는 덜한 상황을 겪고 있다. 우리 집 앞에는 90년대 초에 건설된 아파트 단지가 있었다.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서 또는 편의점을 가기 위해서, 나와 주변 이웃들은 그 아파트 단지 안을 가로 질러서 다닌다. 얼마 전, 경비실 벽 앞에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아파트 단지 외부인 출입금지]. 그 플랜카드가 걸린 이유가 궁금해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조그만한 목소리로 “외부인들이 아파트를 지나다니면 아파트 집값이 떨어 질까봐” 라는 말을 듣게 되었다. 이들 아파트 주민들은 ‘외부인들이 아파트 단지에 들어와서, 집값이 떨어 졌다’ 라는 망상에 빠져있어서, <아파트 단지 외부인 출입금지>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사람들이 잘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 빨간색으로 표기했다. 그 내용을 담은 플랜카드를 마치 사법고시 패스해서 걸어놓는 것들 마냥 아주 당당하게 걸려있었다.
이들 아파트 주민들은 아파트가 전체 공동소유라서 그곳안의 도로도 아파트 단지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법 실체도 없는 법으로 호도하고 있는데,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아주머니가 말씀 하신 법은 우리나라에 해당되지는 않습니다. 즉, 도로는 공공재적 성질을 띄고 있는 것이지, 누군가의 소유가 아니라 말입니다. 그리고 아주머니께서는 마치 법을 다 알고 있어서 정의의 사도 인양 행세하는데, 그런 행동 하지 말아주세요. 그런 엉터리 법으로 가지고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