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안 풍경 전집 - 김기찬 사진집
김기찬 지음 / 눈빛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골목안 풍경 전집-김기찬

 

<골목안 풍경 전집>을 처음으로 본 것은 한달 전 입니다. 그때 구매할 역사책이 실제로 유용한지를 조사하려고, 저는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습니다. 서점에 가기 전에 이미 인터넷으로 구매할 책을 따로 적어 놓아서, 책들을 손쉽게 찾았고 내용도 확인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서점에 들어 간지 한 시간정도 지나니, 구매할 책과 말아야 할 책에 대한 구분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초기 목적을 끝마치고, 시계를 보니 5시여서 집에 돌아가기 애매한 시각이 였습니다. 그 시간에는 전철 안에 퇴근할 사람들로 붐빌 시간이여서, 저는 그냥 서점 한 둘러보고 나중에 집에 가자 라는 생각하고, 찬찬히 서점 안을 돌아 다녔습니다.

 

처음 발길을 향한 곳은 카메라 판매하는 곳입니다. 전시된 DSLR 카메라를 들어 보면서 셔터도 눌러 보고 무게도 가늠해 본 다음, ‘형이 나중에 돈이 생기면 그때 형이랑 집에 같이 가자’ 라는 아쉬움을 간직하면서 제자리에 놓았습니다. 바로 옆에 전시되고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눈길이 갔습니다. 유리관 안에 전시된 폴라로이드는 후지에서 생산된 카메라가 아닙니다. 이 카메라는 클래식 폴라로이드입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폴라로이드로 촬영하는 장면을 유심히 보면, 아날로그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카메라를 들고 사진촬영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때 사용하는 카메라가 이 클래식 폴라로이드입니다. 유리벽 밖에서 이 사진기를 바라보니, 저는 ‘정말이지 매혹적이면서 도도함이 풍긴다.’ 라는 감정을 받았습니다. 이때도 수중에 현금이 없어서, 그 카메라에게 ‘오빠가 나중에 돈이 생기면 그때 오빠가 데리러 올게, 그때 까지만 참아.’ 라는 눈빛을 보내고, 뒤돌아 사진 분야 서적으로 갔습니다.

 

그때도 다양한 사진집이 꽂혀 있었는데,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골목안 풍경 전집>입니다. 다른 사진집에 비해 두께와 무게 면에서 압도적으로 두껍고, 무거워서 눈길이 갔습니다. 이 책을 집어 들고, 책장을 찬찬히 펼치면서 김기찬 작가님의 시각으로 본 골목안 사진을 바라보았습니다. 이렇게 골목안 모습에 매료가 되어 40분 동안 책장을 넘기면서 사진을 바라보았는데, 배고픔과 피곤함을 느껴서 시계를 보니 시간이 꽤 지났습니다. ‘이제 몸도 피곤 하니, 집에 가면서 사진들을 봐야지’라는 맘을 품고 책 뒷면 가격을 확인했는데, 그 자리에 다시 책을 놓았습니다. ‘선생님, 나중에 꼭 다시 와서 볼께요.’ 라면서

 

한달 뒤에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해서 곧바로 대출하고, 오늘에서야 다 보았습니다.

찬찬히 종이를 넘기면서 사진을 보는데, 저한테는 참 낯설게 다가 왔습니다. 사진 속 골목안의 모습은 TV속 드라마에서나 보았던 장면이 였습니다. 저는 그 사진 속 모습만 보고 생각을 했다면, ‘우리나라 70년대 시절에 이렇게 어려웠었구나’ 라고 지레 짐작을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진 왼쪽 맨 아래 촬영날짜와 장소를 보고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1990년 5월 도화동” 써 있던 것이 였습니다.

 

제가 왜 이 문구를 보고 놀랐냐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저는 80년 후반 태생이고, 지금까지 쭉 서울에서만 살아왔습니다. 제가 성장하면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은 4차선 도로와 주변의 아파트 단지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1990년 ’라는 사진을 보게 되면, 같은 하늘아래 서울에서 한쪽은 아파트가 건설되어서 도시화로 꾸며지고 있으며, 다른 한쪽에서는 사진 속 골목안 풍경처럼 예전 모습 그대로 있다는 점에 놀랐습니다. 특히 김기찬 선생님의 작품 중에서 골목 안에서 집들과 신식 빌딩이 대비를 이루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기억하고, 생각했던 ‘한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보면서 따뜻했던 인간적인 모습을 보았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같이 지나갈 정도의 폭밖에 되지 않는 골목길에서 이웃 사람들과 같이 담소를 나누고, 아이들은 돗자리위에서 책을 보는 모습을 보면서, ‘지금 나는 내 주위 사람들의 얼굴은 제대로 알고 있는지? ’라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씁쓸한 기분만 느꼈습니다.

지금 서울시내에 사진 속 골목길이 얼마나 존재할까? 지금 서울 대부분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점점 포장도로로 시내 내부를 꾸미면서 점점 골목길을 발견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제가 알고 있는 골목길이 남아있는 곳이 있습니다. 홍제동의 개미마을입니다. 이 마을 산꼭대기 중 일부분은 사진 속 모습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작년에 그곳을 다녀왔을 때, 대부분의 집들이 빈 곳이여서 이곳도 조만간 개발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들이 가기 좋은 요즘 날씨에, 저는 혼자서 선생님처럼 그곳 골목안을 찍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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