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루코와 루이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윤은혜 옮김 / 필름(Feelm)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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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우리 인생이 아직 한참 남아있는 것 같지 않아?"

"맞는 말이야, 한참 남았지."

"맞아. 한참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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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화는 일흔을 갓 넘긴 두 할머니의 대화다.
내 나이에 주고 받을 만한 말이지만(?) 책의 두 주인공, 데루코와 루이는 70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도 너무 대담하고 또 너무 귀엽다. 할머니들이 이렇게 매력적일 줄이야ㅎㅎ.

지옥같았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집을 나온 데루코, 갑갑한 실버타운에서 탈출을 감행한 루이, 둘은 은빛 자동차를 몰고 숲속의 비밀스러운 별장으로 떠났다. 아마도 달리는 자동차의 한 쪽편 도로에서는 황금빛 노을이 불타고 있었으리라.
🚙...🌅

가부장적인 남편과 45년 동안 숨죽여 살아왔던 생활에서 벗어난 데루코와 사랑에 빠져 가족을 버렸던 아픔을 지닌 루이는 새로운 환경에서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더 정열적인 삶을 살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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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부터 살아갈게요." 데루코의 편지처럼.

서로 지금껏 살아온 인생도, 성격도 정반대였지만 오랜 친구로 살아온 둘은 가족처럼 의지하며 지낸다. 몰래 들어선 별장에서의 삶에 이런저런 사건 사고가 일어나도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간다. 새롭게 만난 이웃과도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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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자마자 영화 '델마와 루이스'가 떠올랐다. 연달아 생각났던 마지막 장면은, 절벽 아래로 달리는 자동차의 두 여인. 데루코와 루이는 델마와 루이스처럼 현실을 탈출했지만 절벽으로 차를 몰진 않았다.

새로운 공간에서 '나'답게 살고자 삶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 영화처럼 자극적인 범죄까진 아니지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나고 잔잔하면서도 유쾌한 동화같은 드라마가 펼쳐진다.

실제로도 영화 델마와 루이스를 오마쥬한 이 책은 일흔이라는 나이에도 자유롭고 정열적이며 당당한 두 할머니들의 현실 탈출 로드 무비 그 자체! 🎬

책을 읽으며 우리는 현실에서 너무 빨리 단념하고, 체념하며 상황에 갇혀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나답게 살 수 있는 힘을 내야겠다. 한계라고 생각한 것이 있다면, 무력하게 포기한것이 있다면...

아무튼, 일흔 살의 두 할머니 왜이리 귀여워😍

✍️ 무얼 하기에 늦은 건 없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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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로 읽는 그리스 신화
김원익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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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수천 년 동안 내려오면서 다른 이야기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이야기로 이 세상 모든 이야기의 모델이자 원형이다. 그래서 신화는 고대인의 이야기일 뿐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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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신이며 모든 신들의 어머니인 대지의 여신 가이아. 가이아는 자신의 아들 우라노스와의 사이에서 거인족인 티탄신 12명을 낳았고 거대하고 끔직한 괴물들을 낳았다. 우라노스는 그들을 깊은 곳 타르타로스로 떨어뜨려 버렸다.

분노한 가이아는 티탄신의 막내 크로노스를 시켜 남편인 우라노스를 거세시키고 크로노스는 2대 왕이 되었다. 크로노스는 자신을 권자에서 밀어낼까봐 태어나는 아이들을 모두 잡아먹는다. 어머니 레아는 제우스를 몰래 빼돌려 크로노스의 뱃속에 있는 형제를 구하고 3대 왕위에 오른다. 드디어 올림포스 신족의 이야기가 시작!

역시 관건은 신들의 이름이다. 태초의 신과 티탄신과 올림포스 신족들과 그들의 자식들의 이름까지. 그리스 이름, 로마 이름, 별명... 🫢 책에서는 신들의 가족관계를 '태초의 신'과 '티탄신'으로 나누어서 가계도로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올림포스 신족의 이야기는 이미 다른 책들로도 읽은 적이 있지만 역시나 그들의 이름과 수많은 신들로 인해 어렵다... 이 책에는 그전에 읽어 본 적이 없는 신들의 이야기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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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들었던 신화 이야기 뿐만 아니라 브랜드에 깃들어 있는 그리스 신화와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상호, 로고, 심리학, 음악, 영화 시까지 아주 폭넓게 다루고 있다. 많은 수의 명화도 책에 실려 있어서 그림에서 표현된 그리스 신화도 살펴볼 수 있다.

지금까지 읽었던 어느 신화에 관한 책보다도 방대하고 깊이 있는 책이다. 굉장한 벽돌책이지만 120가지의 브랜드에 따른 신화 이야기로 분류가 되어 있어서 어느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다른 책들에 비해 다가가기 쉽다.

120가지의 재미있는 브랜드의 스토리를 읽다보면 그리스 신화의 여러 모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이렇게 구체적이고도 방대한 신화이야기가 어떻게 생겨나고 전해지는지 읽으면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화를 알고나면 인문학, 예술, 철학 등에서 어떻게 비유되고 있는지, 말하려고 하는 게 무엇인지를 알아챌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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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4
로이스 로리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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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저 목소리를 낮추어 조심스럽게 나누는 말소리로만 들렸다. 그 소리는 여자 어른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이 속삭이는 소리였다. 서로에게 질문하는 소리였다. 자기들의 미래를 묻는 소리였다. 그 작은 소리가 여자의 삶에 대한 희망처럼 들려왔고 그 희망이 에스트릴트를 위로하듯 감싸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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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전달자라는 책으로 나에게 이미 깊이 남게된 작가 로이스 로리. 기대를 안 할 수가 없다. 읽고 난 후는 역시 👍

책에 처음 들어가는 이야기에 등장하는 미이라는 1952년 북부 독일 윈데비 근처의 이탄 늪에서 발견된 미이라로 눈가리개가 씌워진 미이라의 실제 모습을 담은 사진.

작가는 열세 살 처럼 보이는 이 여자 아이의 미이라가 대체 왜 죽음으로 끝나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려본다. 그 아이의 마지막은 눈이 가려진 채 늪속에서 죽어야 하는 운명일지라도 우리처럼 그 아이에게도 삶의 이야기는 있을 거니까.

🛡 에스트릴트 이야기

소녀의 이름은 에스트릴트. 부족에서 여자의 삶은 끊임없이 아이를 낳고 기르고, 집안일을 하고, 음식을 만들고, 옷을 만들고, 염소를 키우고, 젖을 짜고... 에스트릴트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녀도 오빠들처럼 전사가 되고 싶었다. '첫 여자 전사 에스트릴트'가.

다가오는 새봄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친구 파리크와 전사가 되기 위한 의식을 연습한다. 방패를 들고 전사가 되기 위한 주문을 외우고 발을 구르고 머리의 매듭을 만드는 연습을 한다. 첫 여자 전사가 되어 부족의 여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다. 에스트릴트는 과연 전사가 될 수 있을까? 이미 정해져 있는 결말은...😢

🔱 파리크 이야기

빈데비 근처의 이탄 늪에서 발견된 미이라가 여자아이였다는 것은 21세기 초, 질ㅡ로빈슨 교수의 DNA 테스트와 새로운 연구로 16세 정도의 남자아이의 미이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파리크 역시 늪에 빠져 죽는다는 슬픈 결말은 그대로인채.

현대 고전 sf라 불렸던 기억전달자라는 이야기로 창의적이고 독특한 소설이었는데 작가의 이번 책도 그렇다. 역사에 기록된 사실을 소설로 만들어 퍼즐을 끼워 맞춘 것 같은 이야기는 슬프지만 진짜 같았다. 슬픈 결말을 알고 읽는 소설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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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야기들이 뻗어 나가는 인간 존재의 거대한 총합이자 우리가 역사라 부르는 것이 된다. 당신의 이야기도 그 일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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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하는 대한민국 - 우리가 선택한 파국과 소멸의 사회경제학
김현성 지음 / 사이드웨이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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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 쇠락하기 시작하였는가? 왜 한국은 과거의 성장 속도만큼 빠르게 죽어가고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이 망하기 시작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며, 이러한 신호들은 어떤 통계와 수치로서 검증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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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말하는 자살하는 대한민국이란 현재 우리나라가 점점 소멸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한국은 망하는 길로 가고 있다라는 것. 왜? 뉴스에서 줄곧 말하는 이야기들인 낮은 출산율, 노인문제, 청년문제 등의 이유로? 물론 이러한 이유가 직면한 현실이지만 이 책은 새로운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정치의 문제도 공동체의 문제도 아닌 바로 돈의 관점에서이다.

어쩌면 간단하다. 한국인들은 돈이 없기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니까. 그런데 그렇게 생각해 본적이 없어서 놀랐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국가이며 경제 발전을 이루었고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 안정되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깊이 있게 안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가장 피부로 느끼는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으며 그 대비로 임금은 정체되어 있는 현상을 겪고 있다. 공공 인프라가 잘 되어 있지만 그 때문에 적자 구조가 누적되고 있고 사교육은 거의 조세수준으로 필연적이며 또한 큰 지출을 차지한다.

우리가 모두 가난한 이유를 책에서는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에서 찾는다. 언뜻 생각하면 부지런하지 못하기 때문일까 생각하지만 사실은 근면성의 문제라기 보다 기본적으로 낮게 책정된 임금과 투입된 자본이 낮음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낮다라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수도권 집중화의 양상과 그 과밀화가 가져오는 파급력이 더 나쁜 방향으로 기울게 되고 가난한 노인들의 문제는 또 다시 청년 문제와 맞물리게 되어있다. 보편적 복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개개인의 방어가 중요해지면서 사람을 갈아넣는 구조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0.72명으로 현저하게 낮은데 이것은 또한 결혼 기피 현상과 그 이유로 주택문제, 여성의 사회 차별 현상, 출산 이후 육아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이 모든 것이 우리나라가 가난으로 치닫고 소멸하는 이유라는 것!

그렇다면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막을수 있단 말인가? 돈의 문제로 바라보았을때 공동체 유지를 위해 지출할 자원이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공동체 유지를 위한 재정은 또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까? 책은 정부의 재정 투입에 대해 이야기한다. 당장 시도할 방법으로 내국인의 국채 매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공동체의 유지ㆍ보수 비용을 나누어서 지게 하는 방법으로 일상생활의 고비용을 막아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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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쉽지 않은 내용에 힘들기도 했다. 또 카톡을 통한 독서 토론을 해야했기에 처음으로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다. 발제할 부분을 읽으며 간단히 정리도 해보고 질문할 내용도 생각해 보면서 어렵기도 했지만 책을 더 정독하게 되어 한편으로는 좋은 시간이었다.

다른 분들의 발제와 의견을 읽으며 소멸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문제점과 작지만 해결방안에 대한 의견들을 주고 받으면서 그동안 알지 못했던 우리 공동체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었다.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야 하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하는 나라이니까.

작가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과 대안 제시까지 무척 맘에 드는 책!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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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독립 빵집 이야기
닐 패커 지음, 홍한별 옮김 / 꽃피는책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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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이야 어떻든 상관없다는 걸 이제 도시 사람들은 알게 되었습니다. 빵집이 저마다 다르기만 하면, 저마다 맛있고 다양한 빵을 팔기만 하면 모두가 행복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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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삽화 작업을 함께한 일러스트레이터 닐 패커의 특별한 그림 동화책. 책에 그려진 삽화가 매우 독특하고 매력적이라 스토리를 더 살려주는 느낌이다. 더군다나 장인의 손길로 빚은 책이라니 이런 가치있는 책을 소장한다는 즐거움이란 👍👍

도시의 여러 독립 빵집들은 저마다 다양하고 맛있는 빵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팔고 있다. 그런데 기계로 빵을 찍어내는 큰 빵 공장의 기업이 나타나면서 하나 둘, 동네 빵집을 팔아버린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낡았지만 고풍스럽고 정겨운 빵집만 제외하고. 노부부는 큰 기업의 빵 공장 사람의 제의를 번번히 거절했지만, 연로하여 힘이 없어진 노부부는 큰 빵 공장 사람의 제의를 받아들이고 만다.

책을 읽다보니 우리 지역의 동네 빵집이 떠올랐다. 현존하는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빵집인 '이성당'. 빵을 좋아했던 나는 어린시절부터 학창시절을 지나 지금까지 추억이 많이 있는 곳이었는데, 대기업의 빵집들과 경쟁을 하고도 지금껏 남게 되어 넘 다행스럽다. 이성당처럼 기억에 남는 오래된 동네 빵집이 여러곳 있었지만 없어진 곳도 물론 있다. 책의 이야기처럼 대기업의 빵집에 밀리고 사람들이 점점 찾지 않아 없어졌던것일까.

책을 읽으며 오래되고 낡았다는 이유로 사라져 버린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 모두 남겨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뭉툭하고 다소 촌스러워도 그것 만의 진정성과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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