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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행위 - 문학 노트 ㅣ 오에 컬렉션 3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상민 옮김 / 21세기문화원 / 2024년 6월
평점 :
그동안 문학노트 발간요청이 많았음에도
선뜻 응하지 않던 오에 겐자부로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공개하는
문학노트이자 소설작법서
소설작법이라고 썼지만
- 작가로서 잊지 말아야 할 마인드,
- 문체나 시점같은 스킬을 관통하는 그 무엇,
- 놓치지 말고 가져가야할 작가의 정체성
- 소설을 쓰기 위해 작법기술을 어떻게 쓸 것인가?
- 작가의 상상력과 글쓰기 기술과 소신과
허구의 사건과 인물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시킬 것인가?
- 작가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독자에게 닿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예비작가, 글쓰는 취미를 키우고 싶은 분들,
소설을 더 두텁게 읽고 이해하고 싶은 분들께 강추합니다!
< 소설을 쓰는 행위 >
속박에 침묵할 수도 있지만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자신의 시대를 살 수도 있다는 말,
시대에 책무성을 가지고
작가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을
‘’사자 주위를 민첩하게 뛰는 들쥐‘에
비유하는 부분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모른 채 살아도 되지만,
그 시대를 상대화하면서 위험한 풍자가 가득한
소설로 시대와 사람들을 일깨울 수도 있다.'
소설을 쓰는 행위를 어떻게 보는지
오에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고,
이후에 문체나 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왜 이런 말을 하는가?'
좀 더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어요.
글 쓰는 동안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살았고,
그 결과 무엇을 얻었는지 묻는 것이
소설 쓰기의 마지막 단계라는 말도
글쓰는 사람 또는 독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요.
< 소설속 인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 >
- 자신의 말을 통해 인물을 자립시킨 작가는
자신 또한 소설을 쓰기 전의 자신으로부터
분명히 자립하여 한 발짝 더 나아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 이 부분도 굉장히 와닿았습니다.
"소설 속 인간에게
다양성을 부여하는 것이
곧 그를 자립시키는 것이며,
그의 자립이 상상력을 발휘하고 있는
인간인 나 자신을 한 걸음씩,
보다 새로운 작가,
보다 새로운 인간으로
밀어 올리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 시점, 독자와의 연결 >
- 자신의 존재의 뿌리를 향해
침잠하는 내면으로 향하는 벡터와
구체적인 사물을 응시하는
바깥으로 향하는 벡터
이 두 가지 의식의 작용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
- 작가의 창작의 시간과 독자의
수용의 시간과의 일치를 경험하는 것
작가의 대표작 "만 엔 원년의 풋볼"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미쓰사부로"는
태어날 때부터 외모가 좋지 않고,
사고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어요.
뇌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의 아버지이자 알코올 중독 상태의 아내를 두고 있고요.
집안에서나 바깥에서나 영향력이 없는 사람,
하지만 그 누구보다 역사적 사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고난에 휘말려 봤기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허세 없이, 약간은 냉소적으로 해석합니다.
주변의 조롱이나 얕은 칭찬에
흔들리지 않는 인물로 그려져요.
왜 하찮아 보이는 존재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는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 초라함, 부끄러움을 끌어안고
직시하고, 상기시키는 역할
- 다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게 가진 자의
착각일 수 있다는 걸 일깨워 주는 역할
- 기억의 왜곡을 짚어주는 존재
- 약자의 눈에 힘 있는 자의 위선이
어떻게 보이는지 비춰주는 거울
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 문체, 표현방식 >
- 기교로서의 문체는 알맹이가 빈
껍데기에 불과하다. 언어를 통한
암중모색이라는 행위 자체로 인해
작가의 존재감의 질, 자각되는 강도가
계속 갱신되고 있으므로
자신의 문체를 통제하고
때에 따라 알맞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말은
진정한 "자각"이 아니라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해요.
- 인간행동의 존재감의 깊이에 대한 궤적이
문장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 문체다.
- 창작자에겐 어떤 말이 가장 상상력이
풍부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가?
→ "사물"의 견고함을 갖춘 이미지
- "지움"으로써 문장의 표현력을
돋보이게 한다.
글 쓰는 기술자로서 그럴듯해 보이기 위한 문체,
내 생각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문체가 아니라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
소설 속 인물의 내면과 소설 속 배경을 표현하는데
가장 적확한 매개체로서의 문체,
작가가 글쓰는 시점의 ‘현재’가
독자가 글을 읽는 시점에 잘 닿기 위해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고민하는 것,
작가로서 표현에 대한 과신과
집착을 버리려는 태도에 대해 말해요.
"쓰는" 행위는
- 이전의 나와 다른 내가 되기 위한 과정
- 시대가 안고 있는 문제를 상대화하여
직시하게 만드는 역할,
- 작가의 의도가 독자에게 잘 전달되기 위해
적절한 시점과 표현방식을 선택하는 행위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추천하고 싶은 대상
- 각종 공모전을 준비하는 예비 작가
- 소설을 보다 깊이 있게 읽고 싶은 독자
- 픽션과 논픽션 중간에 있는 작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고민하는 독자
- 나만의 문체가 없어서 고민 중인 예비 작가
- 본인의 글쓰기 스킬에 자부심이 있지만
2% 부족함을 느끼는 사람들
- 오에 겐자부로 작품을 더 이해하고 싶은 오에 덕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