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씨 - 부마민주항쟁 ㅣ 만화로 보는 민주화운동
다드래기 지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고등학교에 다니는 은미와
공장에서 일하는 진숙이가
펜팔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힘없는 여성의 시점에서
보통 사람들 이야기로 채워지는 이야기라
많이 와닿아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걸보면
군사독재와 모습만 바뀌었을 뿐
결이 같은 행태가 느껴져요.
폭룍이 아니라 법을 휘두르는 느낌
어떤 면에선 더 무섭습니다.
대학생 오빠의 책 심부름을 하며
조금씩 현실 문제에 눈을 뜨는 은미와
어렴풋하게 인식하던 현실 문제를
격동에 휩쓸리며 또렷하게 알게 되는 진숙이
앎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당시의 대학생,
위험을 무릅쓰며 서로를 지키던 시민들,
없던 죄도 만들어 뒤집어씌우고,
여자라고, 공장노동자라고 함부로 대하는 경찰,
참을 수 없는 극한의 신체적 고통과 수치심을
경험하는 수많은 사람들,
남편이 죽은 줄도 모르고
여기저기 사식을 넣으며 남편을 찾는 아내,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며
뒤늦게 사과하는 공무원,
아무렇지 않게 행해지는 도청과 미행,
언제 어디서 내가 한 말이 전해질지 모르는 공포,
불신을 조장하는 공포스러운 사회 분위기,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절정
이렇게까지 하며 유지되었던
18년 동안의 독재정치가 끔찍해요.
신문읽듯이 굵직한 제목으로 보는
멀리 떨어진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동네에서 마주칠 법한
이웃들의 이야기로 생각하며
몰입해서 읽었습니다.
1979.10.27
대통령이 죽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1979년 8월로 돌아가 추석이 지나고
10월 16일, 10월 17일, 10월 20일의
부산과 마산 일대의 모습이 그려져요.
요즘 아이들은 이런 걸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세상에 당연한 게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대놓고 대통령을 욕할 수 있는 세상이 된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것도 새삼스럽고요.
한국 근현대사는 웃을 일이 거의 없죠.
1979.10.26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우리에게는 12.12라는
거대한 휘몰아침이 옵니다.
만화 마지막도 이렇게 끝나요.
- 독재자의 그늘에서 자라난 독버섯처럼
권력의 빈자리를 차지하려고
학살을 마다하지 않은 자들도 있었다.
얼마 전 재벌 이혼소송으로 알려진
전 대통령의 비자금 리스트...
짐작은 했지만,
눈과 귀로 확인하니 씁쓸했습니다.
피로 지킨 민주주의에 대한 소중함,
현재의 자유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