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 향기와 악취의 과학과 문화 로빈의 그림책장
모니카 우트닉 지음, 아그니에슈카 소자인스카 그림, 김영화 옮김 / 안녕로빈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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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에 조금 민감한 편이기도 하고,

"악취와 향기의 과학"이라는 부제목이 끌리기도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T와 F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냄새 이야기


인상깊은 부분, 처음알게 된 내용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 몇가지를 뽑아보자면,


1. 바다 냄새를 맡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었어요.

숲에서 삼림욕하는 것만큼, 바다에서 파도멍을 하는 게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네요.

특유의 비릿한 냄새가 죽은 해조류를 먹는 박테리아의

방귀 냄새라는 것도 재미있어요.


 

2. 비오는 날의 냄새 이야기도 신기했어요.

저는 흠뻑 비가 내린 후 그 다음날 아침의 냄새를 좋아합니다.

시원한 느낌, 축축하게 젖은 흙냄새, 잎사귀 냄새..

그런 것이 좋더라고요. 시댁이 시골이라 앞마당에

여러 가지 농기구들을 보관하는 공간도 있고,

장독대도 많고, 커다란 나무도 많아요.

지붕있는 마당 쪽 평상에 앉아 빗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시골 비 냄새를 맡으면 힐링이 되었는데,

힐링의 근원이 되는 냄새들을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어요.


냄새를 과학적으로 풀어 이야기해 주어서

고학년 아이들이 신기해하며 듣더라고요.

중간중간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저마다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웅성웅성거렸던 부분은

"기억"에 대한 부분이었습니다.

향이 불러오는 기억들

- 잊지 못할 만큼 진한 추억

- 사랑하는 누군가가 생각나는 향기

- 순식간에 어떤 시간과 공간으로 데려가는 냄새

- 감정을 일으키는 냄새

힘들 때 위안을 주는 냄새,

나만 알고 있는 특별한 냄새들을

여러가지 이미지 편집도구를 활용하여 표현해보았는데,

재미있는 결과물들이 많이 나왔어요.


"어, 근데 저건

왜 저런 냄새가 나는 거지?"

서로 다른 취향에 대한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들,

몰랐던 냄새에 대한 호기심,

같은 향에 대한 공감에서 끝나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냄새의 근원을 궁금하게 만들어주는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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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박물관 순례 1 - 선사시대에서 고구려까지 국토박물관 순례 1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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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도끼 이야기로 

선사시대로 초대하며 

어느덧 울산 언양으로 데려가

암각화이야기를 들려주고,


부산 영도의 말, 고구마 이야기

현재까지 남아있는 중공업회사의 전신이

동양척식주시회가와 미쓰비시 회사였다는 

뼈아픈 과거


쉽게 갈 수 없는 고구려 유적지를

대신 가서 보여주는 듯한 고구려 이야기


읽다보면 어느덧 역사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신기한 책입니다. 


멕시코의 테우티우아칸의 고분유적지 사진을 보고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했던 적이 잇었어요.


경주의 대릉원도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구불구불하고 연둣빛 고분군은 제가 생각한

테우티우아칸의 강렬함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오는 집안의 적석총 고분군을 보면서

'와~~ 여기다' 싶었어요.


고구려는 산세가 험준하여 고구려인들은 수렵에 능하고 

기개가 있으며 용맹하다 - 고 이론적으로 접한 적은 많지만,

산세가 험준하고, 기개가 있으며 용맹하다는 부분을

직접적으로 느껴본 적은 없었습니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고구려가 무려 176개의 성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평지성과 방어용 성을 세트로 만들었다는 점.

성 안에 작은 도시를 구축할만한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 인상깊었고,

고구려의 문화에 빠져든 만큼

현재 중국의 동북공정에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어렵게 느껴지는 선사시대 이야기,

쉽게 접할 수 없는 고구려 이야기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하지만 가슴이 뜨거워지게

소개해주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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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어루만지면 창비청소년문학 123
박영란 지음 / 창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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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나를 위한 시간 갖기
- 따뜻하고 안전한 공간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마음 나누기
- 원망의 마음을 덜어낼 때까지 충분히 기다려주기
- 의심 없이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엄마는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기는 하지만
우리 가족의 일은 낙천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는데,
가족의 일을 낙천적으로 생각할 수가 있다고?'
처음에는 의아했어요.
저는 생존 욕구, 힘의 욕구, 즐거움의 욕구가
모두 커서 제 불안도가 높아지면
갑자기 강박이 많아지는 사람이거든요..
주인공의 엄마를 닮고 싶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준은 이곳과 저곳 사이에서 고민했고,
이번 일이 계기가 되어 앞으로
자기가 살 곳을 정했다는 말이었다.”

- 어떤 결정을 하든 믿어주는 것,
자꾸 "왜"의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 것,
저는 어떤 엄마인가..? 돌아보게 합니다

“나는 평생 동안
형하고 자작하고 종려를 사랑할 거야.”

-인생에서 한 번쯤 만나고 싶은 사람,
이미 만났을지도 모르는 사람,
살면서 괜찮은 어른 1명만 있어도
비뚤어지지 않는다는 말
내게는 그런 사람이 누구였는가?

“할머니는 인생을 두고 너무 아름다운 꿈은
꾸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아름다운 인생이 분명히 있을 테지만,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름다운 인생은 아니라고 했다.”
(중략)
맘먹은 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달렸지,
암.... 거기에 달렸지.“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이 대사가
요즘의 저와 앞으로의 제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합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들을
더 소중하게 다루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어루만지면"이라는 단어가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뒤에는
더 애틋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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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살 위로 사전 - 나를 들여다보는 100가지 단어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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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키우며 직장다니는 30대에 친구들과

"빨리 40되고 싶다"는 말을 많이 주고 받았어요.

막상 40대를 살아내고 있는 지금.

'내가 왜 40이 되고 싶었지?'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습니다.

(방향성과 목표 설정은 없었지만)

"열심히"의 버프를 받아

그냥저냥 큰 걱정 없이 살았어요.

인생의 큰 그림은 20대 때 거의 그려지고

30대부터는 가진 것 잘 지키고 불려가면서,

건강하고 여유 있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독서모임, 블로그, 자기 계발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생활이 많이 바뀌었어요.

가만히 있으면 "건강하고 여유있게" 살지 못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요.

입김을 불어넣으면, 내 안에 있는 어떤 것이 나올까?

일단 세상에 마구 던져보자.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 다 해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배우고 익히고 살아보자~~



"분수는 분수여서 솟아오르고

나는 나여서 솟아오른다."

플루트에 입김을 불어넣을 때

뚜껑이 열리면서 소리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작고 환한 틈을 발견하고 움직이기 전까지

좁은 구멍을 밀고 나간다는 말.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지금껏 닿아본 적 없는 높이를 향해

거침없이 나가는 분수..

늦지 않았고, 할 수 있다.

그동안 해왔던 것,

"열심히"에 방점 찍고 묵묵히 견뎌온 날들,

다 괜찮다...

이제 "그냥 하지"않고, 체력 안배,

가치 선별..에 좀 더 신경을 써 보자.


"촉촉하다"

마음에 와닿는 말과 몸짓에는

물기가 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물기,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움을 머금고 있는 물기,

오래 써온 화장품처럼 (중략)

존중인 듯, 배려인 듯,

그저 사랑이라고 말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물기,

너에게서 나에게로 번져오는 물기


얼마 전 읽은 "잠시향" 시집에서

작은 일,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행복이란 구절이 있었어요.

남편과의 관계, 아이들과의 관계,

누가 나를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좋아해 줄까?

주말 저녁 드라마를 보려고 안방에 들어갔을 때

"엄마 일루와~뜨듯하게 봐" 하면서

뒤집어쓰고 있던 이불 한 켠을 허락해 주는 아이들

평상시에는 지지고 볶고

험한 말도 종종 주고받지만..-_-;;;

어떤 순간 "툭"하고 전해지는

다정함 덕분에 행복합니다.




여전히 고단하고, 빡빡한

일상을 보내는 모든 40대들에게

열심히 살아왔고,

지금도 충분히 괜찮다.

이제는 내가 뭘 할 때 편안한가?

언제 행복한가?

30대 치열하게 살아내느라

잠시 잊었던 나를 돌아봐도 좋고,

그래야 맞다..고

얘기해주는 위로 사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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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시 향 - 밤새 서성이는 너의 잠 곁에
나태주.한서형 지음 / 존경과행복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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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표지가 살짝 접혀 있어서

더 세련된 느낌이었고,

안쪽을 펼치면 초록 초록한 느낌의 나뭇잎 패턴과

"화~~~~"한 시원한 풀 내음이 훅 다가옵니다~~


행복은 내 안에 있다.

남이 주는 게 아니라

내가 찾아내는 것이다.

가까이 있고, 오래되고, 흔하고,

작은 일, 작은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행복이다.



물은

물은 외로워도 외롭다 말하지 않고

기뻐도 어여쁜 모습 만들지 않는다

다만 흐르고 흘러 낮아질 뿐이요,

작아지고 작아지다가

바다를 이룰 뿐이다.

수록된 시 中 "물은"




이러쿵저러쿵 남이 들어 좋을 것 없는 이야기들

구구절절할 필요 없고,

좋을 때도 과장되게 살 필요 없다.

"그저" 내가 바라고, 가야 할 곳으로 묵묵히 걸어갈 뿐..

내가 세운 목표와 방향성이 바르다면,

그 과정에서의 부침과 속상함도

결국엔 큰 흐름 속에 묻혀 사라진다.

그 누구와 있어도 편안하고,

나다운 모습으로 말없이 있을 수 있는 단단함.

가진 게 많건 적건,

줏대 있게 선택하고 판단하는 단단함.

돈 걱정 없이 나누고 싶은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여유,

시간과 공간에 얽매이지 않고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그 순간에 몰입하고 행복한 사람.

주변에 정신 팔기보다 "나"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

결핍까지 사랑하라고 말하지 않아서

인간적이었어요.

모자란 점을 너무 나무라지 말고

나아가라는 말도 따뜻하고요.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는 말이

어떤 때는 얄밉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너는 그럴 수 있어?'

하고 되묻고 싶을 때도 있고,

결핍까지 사랑할 필요는 없지만,

모자란 것까지 자학하며 "애써서" 살진 말자..



하루를 정리하며 잠들기 전 읽기 딱 좋은

시집입니다.

향기는 오늘 수고한 나를 위로하는 특별함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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