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을 둘러싼 기억들은 시간이 흐르면
서 하나둘 죽어간다. 우리는 그걸 ‘학살‘이라고 불렀다.

완전한 망각이란, 사랑 안에서, 가장 순수한 형태의 보존.

우리가 영원히 기억해야만 할 것

네 것.

길들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그게 길들이 확장하는 방식이다. 길들은 도서관에 꽂힌 책들과 같다. 서로 참조하고 서로 연결되면서 이 세계의 지평을 한없이 넓힌다. 길들 위에서 나는 무엇이든 배우고자 했다. 길들이 책들과 같다면, 그 길을 따라가면 언제나 미지의 세계를 만나리라. 처음에는 다른 세계를 향한 열망이 훨씬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길들 자체에 매혹됐다. 그저 읽고 또 읽는 일만이 중요할 뿐인 독서가처럼, 거기서 무엇도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걷고 또 걷는 일만이 내겐 중요했다. 그리하여 여기는 어디일까?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라면 덫으로 잡을 수 있지만 일단 입에서 나온 말은 영원히잡을 수 없어.」 - P40

어머니는 죽기 전에 내게 말했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결국 한남자의 아내가 되어 호랑이의 뒤를 따르는 까마귀처럼 그렇게 살아가게 된다고.
과연 그것만이 진실의 전부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호랑이의 뒤를 따르는 까마귀도 될 수 있지만,
호랑이와 동행하는 다른 어떤 짐승도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그렇게 살아왔을지 모르지만, 틸이나 아울이나 이세상 모든 여자들이 한결같이 고기를 지배하는 남자들을 위해 불을 지필 장작을 모으고 그들을 위해 파카와 모카신을 만들며 그일에 만족하면서 살아왔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것만이 여자의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딸들은 결국 세상의 모든 사람의 어머니가 아닌가. 그레이 랙도, 팀도, 에르호도, 심지어 가장 강한 고기의 남자인 스위프트조차도 여자의 몸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이유로, 여자는 천대받거나 무시되어지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의 모든 남자를 이 땅에 오도록 만든 존재로서 대접받아야 마땅하지 않을까.
-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낳는 것이여,
사람도 동물도 모두 당신의 자식들,
하늘의 별들도 당신의 자식들,
북쪽 하늘에서 불타오르는 것은 당신의 머리카락.
알몸으로 눈 속을 걷는 것이여,
출산으로 우리들의 목숨을 빼앗아가지 말지어다.
출산을 편안하게 해다오, 사슴의 출산같이.
상처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져다오..
우리들을 죽이지 말아다오..
우리들의 아이들을 강하게 만들어다오, 사슴의 새끼들 같이.
아이들을 죽이지 말아다오,
튼튼하게 우리 뒤를 따라 걸을 수 있도록.
우리들의 목숨을 부여해다오, 오한이여.
우리들에게 아이를 가져다다오. - P2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람은 이렇게 살고, 또 이렇게 죽는 거야. 세상의 모든 딸들이 나처럼 그렇게 살아왔어. 아이를 낳고, 호랑이를 따르는 까마귀처럼 남편을 따르고, 그렇게 살다가………. 야난, 너는 내 딸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너도 어머니가 되겠지. 세상의 모든 딸들이결국 이 세상 모든 이의 어머니가 되는 것처럼 ..… - P101

몇 번이나 경험한 것이지만 모든 것은 내가 절대로 틀림없다고생각해도 반드시 그대로 일어나 주지 않을 뿐더러 또한 내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 P2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이란 심장이 멈추는 것이 아니었다. 죽음이란 이렇게 타인과의 관계를 잃어가는 것이다. - P347

그렇다, 나의 적은 파도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자꾸 편한쪽으로 달아나려고 하는 나 자신의 물러터진 마음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 에리도, 어떻게 해서든 ‘지금‘을 뛰어넘지 않으면 안 된다. 미래고 개똥이고 간에 우리에게는 지금 이 순간밖에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밀려드는 큰 파도를 뚫고 먼바다로 나가는 것과 흡사하다. 두려움을 떨치고 나 자신을 일으켜 세워 용기와 무모함의 경계선을 가르고 들어가 물을 힘껏 할퀸다. 바닷속에 끌려 들어가 모래섞인 물을 들이켜고, 폐는 산소를 원하며 찌부러지고, 이윽고 수면에 얼굴을 내밀고 숨을 쉬는 것도 한순간뿐. 곧 다음 파도가 덮쳐든다. 도망칠 곳은 없다. 어디에도 없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해서파도를 가른다. 포기하면 그야말로 끝장이라고 나 자신에게 되뇌면서 차례차례 덮쳐드는 파도를 넘어선다. 그렇게 해서 언젠가 문득 꿈처럼 고요해진 먼바다로 나가 기다리는 것이다. 이윽고 닥쳐올 나만의 파도를. - P37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