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릎을 굽혀 열린 창문 밖으로 얼굴을 들이밀고 숨을 내 쉬고 들이쉬었다. 여름의 싱싱함이 담긴, 작은 입자의 이슬방울들 이 대기 중에 느껴졌다. 내가 미처 주의를 기울일 새도 없이 지나간 겨울이, 장작연기와 노간주나무의 냄새가, 눈 속에 남겨진 내아들의 발자국이 그리웠다. 내 아들은 이제 자랄 수 없을 것이다.
"화라고요?" 그레이스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발라버린 불처럼분노는 이미 그녀에게서 떠나고 없다. 분노를 붙잡고 싶었지만 그녀는 빈 껍질일 뿐이다. 이토록 비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녀의목소리는 놀랄 정도로 차분했다. "잘못 생각하셨어요, 경사님, 전 화나지 않았어요. 전 여기 있지도 않거든요."
"그리고 저한테는 그런 아버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요. 사람들은 아버지가 와서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기를 기다리면서성장기를 보내지만 아버지들은 절대로 그렇게하지 않죠. 플레이오프 경기를 시청하거나 그 망할 놈의 잔디 깎는 기계를 분해하느라 너무 바빠 자식들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아요. 하지만 교수님은 조시에게 귀기울여 주셨어요. 조시의 소리를 들어주셨다고요."
"음, 공감은 네가 느끼는 네 손의 아픔보다 내가 내 가슴으로 느끼는 아픔을 말한다고 보면 돼"
세상에는 영웅과, 그 나머지인 우리 같은 사람들이 있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허상을 그저 놓아버릴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