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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몸으로
김초엽 외 지음, 김이삭 옮김 / 래빗홀 / 2025년 6월
평점 :
살아가는 환경과 문화가 다른 만큼 정서가 다르고 각자의 경험도 다르지만, 때로 그런 것이 무색하리만큼 비슷하다 느껴질 때가 있다. 단지 성별이 같아서일까? 혹은 장르의 문제일까?
이 책은 한국과 중국 태생의 작가 여섯 명의 SF 단편, 그중에서도 ‘몸’이라는 것에 주제를 한정하여 쓴 글을 모은 것이다. 이런 시대를 살다 보니 양자역학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SF의 단골 소재인 안드로이드까지 소환된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양자역학에 관한 전문 서적이라 할 만한 책은 겨우 한 권 읽은 것이 전부여서 개념이 겨우 생길락 말락한 처지이긴 한데, 다행히 그런 쪽의 지식이 전혀 없다 해도 별 상관이 없을 만큼 여섯 편의 이야기가 모두 무리 없이 전개된다. 내용이 길지 않은데도 그런 것을 보면 작가들 모두 역량이 대단하구나 싶어 새삼 감탄했다.
현대 사회는 이미 많은 것을 ‘인공’적인 것들에 기대고 있다. 의수니 의족이니 하는 것들은 오래전에 개발되어 점점 성능을 높여가고 있고, 인공관절 수술은 나이가 들면 으레 하게 되는 것 정도로 인식될 정도이다. 최근 들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인공지능 시장은 또 어떤가. 나는 불과 어제, ‘국어, 사회, 과학 교과의 서술형, 논술형 평가에 대한 채점을 AI에게 맡기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기사를 읽었다. 객관적인 정보에 대한 판을 넘어서 학생 개개인의 주관을 가늠해야 할 문장 판별에조차 인공지능을 사용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기사는 그러한 시스템을 비판하고자 작성한 것이긴 했지만,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질문 한 가지가 떠오른다.
“과연 인간은 스스로를 어디까지 포기할 것인가?”
각 편의 글들을 읽다 보면 고작 여섯 명에 지나지 않는 작가들도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 못내 재미있게 느껴질 것이다. 혼돈의 시간 속에서 누군가는 기어코 인간성을 찾아내고, 누군가는 스스로 버린 인간의 몸뚱이를 다시 찾기 위해 뛰어든다. 때로 그것은 인간이 아니기도 하고, 누구보다 인간이지만 결국 인간이기에 가지는 한계를 마주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철의 기록>이 가장 읽기 힘들었다. 첫 장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고, 두 번째 장은 질색하는 핏방울이 난무해서 힘들었다. <난꽃의 역사>는 장편으로나 영화로 다시 한번 만나고 싶은 작품이다. 이야기를 좀 더 길게 읽고 싶은 욕심이다. 그런데 지금껏 이런 내 욕심이 충족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인생은 비극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이 새로운 우주에 적응할 것이다.
우주 자신도 앞을 향해 나아갈 거고.”
P. 120,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