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유
리처드 바크 지음, 공보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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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건대 어릴 적 학급 문고에서 만난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은 그날 이후 내내 내 인생의 멘토였다. 주변의 야유와 참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나는’ 것에 집중하는 그 단단함이 좋았다. 모두가 바닥을 향할 때 위를 바라볼 줄 아는 시선이 좋았다. 귓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서 자유를 느끼는 낭만이 좋았다.

‘나는 자유’의 리처드 바크는 마치 조나단 같은 사람이었다. 아니, 사실 그보단 상황이 훨씬 좋다고 봐야 한다. 군인으로서 나라에 몫을 다했고, 작가로서 명성을 떨칠 만큼 떨쳤고,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이니 만큼 무슨 일을 더 한들 손가락질 받기보다 ‘그 나이에도 대단하다’는 칭송을 듣기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게 무슨 상관일까. 조나단이라면 그런 말은 귀에 들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fly, 나는 것에 집중할 뿐이다.

책 뒷표지에 실린 출판사 설명에서 보듯, 이 책은 리처드 바커가 처음 수륙양용 경비행기인 ‘퍼프’와의 첫만남에서부터 첫 여정을 무사히 마칠 때까지를 기록한 에세이이자, 일종의 비행 일지이다. 고작해야 쇳덩이에 이런저런 장치를 덧붙여 만든-실례,- 꼬마 비행기일 뿐인데, 그것과 마음을 나누고 점차 한몸이 되어가는 과정이 그리 낯설지는 않았다. 비록 땅 위를 겨우 달릴 뿐이지만, 내게는 더우나 추우나 출퇴근을 함께 하는 작은 자전거가 퍼프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많은 반성을 했다. 나는 아직 자전거를 이름으로 불러주지도 않고, 리처드처럼 직접 정비를 할 줄도 모른다. 반면 퍼프를 향한 리처드의 애정은 감탄스러울 정도이다. 비행을 하지 않을 때에도, 비행을 앞두고 있을 때에도 끊임없이 정비를 하고 필요한 물품을 챙긴다. 물론 자전거와는 달리 비행기는 방한복이 필요할 만큼 높이 떠오르는 터라 작은 방심으로도 목숨을 잃을 위험이 높긴 하지만, 리처드와 리처드의 비행 동료인 댄이 보이는 태도에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광활한 미 대륙을 저 높은 곳에서, 또 지면 가까이에서 자유롭게 비행하며 바라보는 기분은 대체 어떤 느낌일까? 해리가 벅빅의 등에 올라 호수 위를 빠르게 날아갈 때와 비슷할까? 아쉽게도 나는 책에 실린 리처드와 댄의 사진을 보고, 그 시간들을 직접 경험한 리처드의 감상을 읽으며 겨우 그 감각을 ‘상상’할 따름이다.

아니, 그런 것이 쉽게 상상이 될 리가 없다. 아무리 책을 읽으며 간접경험을 한다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이 허상이다. 대부분의 책을 읽을 때면 나는 책과의 거리를 꽤나 벌려놓은 상태에서 냉정하게 관찰하듯 읽는 편인데, 이 책 만큼은 읽는 내내 간접경험과 상상 정도에 머물러야 하는 자신이 꽤 불쌍해졌다.

매일 일지의 말미마다 리처드는 그날의 깨달음을 문장으로 남겼다. 마치 스스로를 불쌍해하는 나에게 들려주고자 한 것 같은 문장이 있어 마지막으로 공유해본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결심만 선다면,
우리는 언제든 삶을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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