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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으로 읽는 인상파 - 터너에서, 모네, 고흐까지
야마다 고로 지음, 허영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3월
평점 :
무려 488쪽에 달하는 두꺼운 한 권의 책에 총 18인의 인상파 화가의 삶이 빼곡히 담겼다. 양장 제본이 아님에도 워낙 무게감이 있어서 들고 읽거나 가방에 넣어 다닐 만한 사이즈가 아닌 게 아쉬웠지만, 이 정도 규모의 책이 얇고 가볍기를 바라면 그건 너무 큰 욕심일 것이다. 매일 밤마다 책상 앞에 앉아 서너 명의 화가들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읽다 보면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나 싶을 정도로 몰입도가 좋았다.
제목만 보면 전공자를 위한 어려운 책일 것 같지만, 막상 읽어보니 미술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로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만 되어도 이해가 될 만큼 쉽고 재미있는 설명이 이어지고, 비전문가와의 생생한 대화 형식을 사용했기 때문에 친숙한 느낌과 함께 마치 텍스트 사이로 영상이 떠오르는 듯 실감이 났다.
아쉽게도 그림이 작게 실려서 도록의 느낌은 안 들지만, 그 대신 무려 500여 컷에 달할 만큼 방대한 그림 자료가 수록되어 18인의 화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여러 화가가 같은 풍경을 그린 작품을 비교해 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덕분에 그 페이지를 그림 친구들과 공유하며 서로의 취향을 이야기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나누기도 했고, 덕분에 ‘하늘의 왕‘ 외젠 부댕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기억해두겠어!
한 명 한 명의 작가의 일생을 낱낱이 파헤치진 못 하지만 인상파 계보의 전후를 파악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는 충분하다. 각자의 성격이나 환경, 화풍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마치 야사를 읽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롭다. 누구 하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사람이 없고, 서로의 재능을 지원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이 기특하다. (죄송해요!) 의기투합하다가도 생각의 차이로 다투는 모습을 보면 인간사 어디나 마찬가지구나 싶어 절로 웃음이 난다. 그렇게 작가의 말을 따라 18인의 세계를 탐험하다 보면 어느새 종장, 인상파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화가 고흐에 다다른다.
좋아하는 화가는 고흐지만,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빛과 색채의 화가‘ 터너였다. 그 자신이 인상파 화가였던 것은 아니지만 여러모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며 인상파의 탄생에 일조했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가슴에 와닿았던 것은 당시 영국의 기후 상황처럼 어두운 색채 일색이었던 그의 그림이 이탈리아 여행 이후 빛의 세계로 바뀐 부분이었다. 어떤 환경에서 살아가는지에 따라,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따라 작품의 세상이 달라진다니, 당연한 일임에도 가슴이 벅찼다. 세상이 뭐라 하건 내 눈으로 직시할 수 있는 힘은, 대단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