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신청자의 사연을 토대로 단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하는 미술관, 랑데부. 서울시의 중심부에 있으면서도 지리적 이유 등으로 고즈넉한 정취를 간직한 부암동에 자리 잡은 이 미술관이 호수의 첫 번째 일터가 되었다.아나운서가 꿈이었는데, 느닷없이 미술관이라니. 게다가 전시 방식도 이상하기 짝이 없다. 전시 한 번에 단 한 점의 작품만 걸린다. 이래서야 밥은 먹고살겠나 싶은데 모기업이 대기업인 덕분에 어떻게든 버티는 모양새다. 하 수상하여 출근 첫날부터 때려치울 마음을 단단히 먹었건만, 전시 작가의 말 한 마디에 마음이 감기고 만다."희망은 제가 발견했어요, 당신 발끝에서." (P. 24)요즘에 출간되는 치유 소설들 대부분이 그렇듯 <부암동 랑데부 미술관>의 시간은 느긋하게 흘러간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사건도 없고, 머리를 복잡하게 만드는 미스터리도 없다. 그저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을 사연을 품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다녀갈 따름이다. 그들의 사연이 하나씩 작품으로 만들어지고 공개되는 과정에서 아픔이 풀어지고 삶이 좀 더 살아갈 만한 것이 된다.평균 수명만큼 꽉 채워 산다고 가정했을 때, 인생을 절반쯤 살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든다. 형태는 각자 다를지언정 사람이 품은 문제는 '희망'으로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아직 남아있는 희망이 있다,라는 마음이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한동안 그렇게 서있던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해주는 아빠가 떠난 자리를 돌아보았다. 그곳에 아빠의 과거를 대신해 현재의 해주가 춤추는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오롯이 남아 있었다. (P. 106)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히는 것처럼, 사람이 준 절망은 사람이 주는 희망으로 치유된다. 늘 이야기하지만, 돌고 돌아 사람이다.내가 네 마음 다 안다. (P. 264)어느새 가을이 지나 겨울의 문턱이다. 공기는 차가워질 지언정 사람의 마음은 따뜻한 곳으로 남겨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