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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작은 독서 모임
프리다 쉬베크 지음, 심연희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평점 :
30년 전 실종된 동생 메들린의 목걸이가 퍼트리샤 앞으로 도착한다. 누가 보냈는지, 왜 지금에서 보낸 건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보낸 이의 이름조차 없었다. (그게 가능한가?) 유일한 단서는 봉투에 붙어있는 우표. 스웨덴이었다. 30년 전, 메들린이 있었던 곳, 유세르. 그렇게 퍼트리샤는 세상 끝 유세르로 떠난다. 다시 한 번 동생의 자취를 찾기 위해. 그리고 그 곳에서 모나, 도리스, 마리안네로 구성된 작은 독서 모임을 만나게 된다.
실종된 여동생의 행방을 쫓는 것이 이야기의 큰 축을 맡고 있긴 하지만, 사실상 미스터리라 할 만한 것은 별로 없다. 동생이 어떤 일을 겪었구나, 저놈은 그런 놈이구나 하는 정도는 금세 드러난다. 동생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것도 세세한 부분이 달라질 뿐, 아마 독자 대부분이 충분히 예상할 만한 결말일 것이다. 작가도 그것을 크게 염두에 두진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이 책의 가치는 미스터리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데 있다. 그야말로 <人>이다.
“우리는 모두 깨진 그릇 같은 존재야.” (P. 393)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마음이 깨어지는 일을 한번은 겪게 된다. 그러나 깨어진 마음은 언제까지나 그렇게 빈 채로 있지 않아도 된다. 의외로 사람 곁에는 사람이 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쪽에서 먼저 도와달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낼 수만 있다면 의외로 많은 손이 내밀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분명 그럴 것이라 말해주는 듯해 마음이 충만해졌다. 겨우 3명으로 이루어진 독서 모임일 뿐인데 그로 인해 퍼트리샤는 구원을 얻었다. 퍼트리샤 또한 세상 끝 유세르의 낡은 호텔 <책이 있는 B&B>를 지속해나갈 힘의 한 축을 담당했다. 에뷔도, 에리카도 마찬가지다. 도움은, 사랑은 돌고 도는 법이다.
유세르라는 도시가 어쩌다 세상의 끝이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노년기에 접어든 여자들의 작은 독서 모임이 얼마나 큰 희망을 품고 있었던 건지는 알 것 같다. 더불어 예순여덟의 이들을 바라보는 모나의 딸, 에리카의 마음은 내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엄마가 원하는 일을 끝까지 할 수 있게 해주고픈 마음과, 그러기 위해 나를 기꺼이 내어놓을 자신은 없는 현실, 부디 무리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그럼에도 원하는 일을 하며 행복해하는 엄마를 보는 게 한편으로 나의 기쁨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계속 얽히고설킨다. 그리고 언젠가 내 아이가 나를 그렇게 바라볼 테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세상은 그렇게 이어질 것이다. 나름대로 나쁘지 않게.
마지막으로,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질 뻔한 구절을 적어본다.
“처음에는 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해서 힘들었는데, 조금 있으면 내가 필요 없어져서 또 힘들어지지. 최악은 뭔지 아니? 내 아이와 이렇게 지내는 게 언제가 마지막일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거야.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나 보니 옆에서 자던 따뜻하고 자그마한 내 아이가 곁에 없는 거지.” (P. 4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