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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야식
하라다 히카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7월
평점 :
도서관과 야식, 전혀 안 어울리지만 굉장히 당기는 조합이다. 정숙이 생명인 도서관에서 야식이라고? 대체 그럴 수가 있나 했더니 아하, 이 도서관은 밤의 도서관이다. 저녁 7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하며, 직원의 근무 시간은 오후 네시부터 새벽 한 시까지. 즉, 도서관의 야식은 직원들의 식사다.
보통 힐링 소설들이 그렇듯 이 도서관, 다양한 사연들이 모인다. 직원도 손님도, 하나같이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 하긴 그건 책을 읽는 나나 모두도 마찬가지일 테지만.
한 챕터에 대략 한 명씩, 사연을 가진 손님이 방문하고 이런저런 소동이 벌어진다. 다행히 도서관 직원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힘을 모아 어떻게든 닥친 문제를 해결하고, 기노시타 씨가 만들어준 맛있는 책 속 음식들로 기운을 회복한다. 애석하게도 내가 알아본 건 빨간 머리 앤의 빵과 버터와 오이뿐이었지만, 아니 잠깐, 그렇게 음식이 안 나온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다만 여타의 책들과 달리 속시원히 사연이 소개되는 건 손님들뿐이고, 직원들의 사연은 뭐하나 제대로 풀리는 게 없다. 흔들리는 오토하와 사사이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래서 이 사람이 누구라는 건데? 도대체 이 도서관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거냐구—!
정말이지 여러 모로 너무 짧은 책이다. 직원들 개개인의 사연도 앞으로의 일도 더 보여줘야 하고, 야식 메뉴도 다섯 개로는 어림도 없다. 더 많이, 더 많이 써달라구요, 작가님!
라노벨 느낌의 가벼운 문체, 속도감 있는 전개, 하루의 끝에서 함께 모여 나누는 정감 어린 풍경은 힐링물의 필수요건이자 이 책의 큰 장점이다. 더위로 쉽게 잠들기 어려운 여름, 가벼운 야식을 곁들여 한 권 읽어보시라. 개인적으로 무가 들어간 시로밤바의 카레는 꼭 먹어보고 싶다. 남편에게 읽어보라고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