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지팡이 너머의 세계 - 톰 펠턴 에세이
톰 펠턴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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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중반, 그 나이에 자리한 이들에겐 충분히 오래 산 나이지만, 거기서 십 년을 더 산 나에겐 애걔? 싶은 나이에 회고록이라. 어찌 보면 가당찮기도 하지만, 내가 뭐라고 거기에 말을 보탤까. 게다가 '그' 톰 펠튼이다. 인생의 1/3을 말포이로 살았으니 보통의 사람들보다 할 말이 더 많으면 많았지 결코 부족하진 않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 나는 해리 포터의 애독자이자 애청자로서, 해리 포터 촬영장에서의 뒷이야기에 흑심을 품고 이 책을 선택했다. 그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톰 펠튼은 책의 많은 부분을 해리 포터 이야기에 할애했다. 머글들에게 바치는 책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딱 좋을 정도로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그의 인생 1/3이 말포이로서 존재했으니 너무도 당연한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만큼 나이를 먹어서일까. 나로선 백금발에 썩소를 무장한 겁쟁이 말포이가 아니라 톰 펠튼 자신으로서의 이야기가 더 즐거웠다. (게다가 톰 펠튼의 문체는 재치와 유머가 있다. 배우로서의 경력 덕분인지 감성도 풍부하다.) '평범한' 십 대로 살아남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자행한 장난들이, 어쩐지 치열하게 느껴졌다. 비록 그 과정에서 여러 일탈이 있었더라도, 크게 무너지지 않도록 잡아준 친구들과 어른들이 주변에 있었다는 건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더 다행인 것은 톰 자신이 그 사실을 알고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 점을 책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언급한다. 아주 가깝게는 조부모를 비롯한 가족에서부터 촬영지에서 만난 배우와 스탭, 스턴트맨, 선한 사마리아 3인까지- 해리 포터 속 말포이로서뿐만 아니라 그 이후 계속된 배우로서, 혹은 톰 펠튼 자체로서의 삶에 있어 온전히 자신으로 설 수 있게 해 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가 사람이었다는 것에 뭉클해진다.


그 언젠가 다른 책을 읽으면서도 말했듯, '결국 사람'인 것이다. 이것을 깨달은 사람이라면, 남은 인생에 또 어떤 굴곡을 만나더라도 분명 잘 이겨낼 것이란 믿음이 생긴다. 마법사의 세상을 떠나 머글이 된 톰, 화이팅이다. 늘 머글이었던 나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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